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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중년] 조기강판 40代 "사이버에 길 있다"

[갈 곳 없는 중년] 조기강판 40代 "사이버에 길 있다"

온·오프라인 알선업체, 중년 구직자에 큰 도움

대기업 계열사의 반도체 사업부에 다니고 있는 K(40) 차장은 요즘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매각설이 나돌던 회사 사업부가 6월말 H사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인수 회사측이 직원일부를 전북에 있는 본사로 전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근무를 안 하면 스스로 회사를 나가야 할 상황이다. K 차장은 반도체 경기가 좋았던 1년전 만해도 좋은 대우를 받으며 국내 어느 기업이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과의 끈끈한 정,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가 최악의 불황기에 접어든 요즘 K 차장은 후회 막급이다. 어느 정도 예견된 위기 상황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도 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K 차장과 같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국내 정치ㆍ경계ㆍ산업계의 최대 이슈는 ‘구조 조정’이다. 비효율적이고 방만했던 기간 산업과 기업 구조를 개선하는 이 작업은 차후 국가 경제 운영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과업이다.

그러나 강제성을 띤 구조 조정은 필연적으로 고용 불안을 동반 한다. 3년여에 걸친 구조 조정으로 산업 현장의 생산직 근로자에서 중간 간부, 임원, 심지어는 최고 경영자에 이르는 많은 피고용자들이 직장을 떠났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장에서 퇴출 될 것이다.

피부로 맞닿는 이런 현실과 달리 우리의 직업이나 고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회사 사정으로 퇴출 되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심한 낭패감과 배신감에 빠진다.

일부는 스스로를 ‘무능력자’ 내지 ‘인생의 낙오자’ 라는 생각에 자포자기 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보편화된 전직(轉職)이나 이직(離職), 창업이 우리 사회에선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취업ㆍ창업 등 다양한 정보제공

하지만 사회가 조기 퇴출자들을 양산하는 만큼 전직이나 재취업의 길도 그 만큼 넓고 간편해 지고 있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입사 초년생들의 취직은 물론이고 간부나 임원급 중년경력자들의 재취업이나 전직을 알선해 주는 업체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이뤄지는 구직ㆍ전직 사이트들은 상당히 전문화ㆍ세분화돼 구직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이제 직장에서 나왔다고 해서 한숨만 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신을 개발하고 또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터를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온ㆍ오프라인에 약3,500여개의 취업 관련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취업정보사들은 취업 초년생과 일반 사무직의 취업 정보를 주로 다루는 종합 리크루팅 업체와 전문직이나 간부ㆍ임원급 스카우트를 전문으로 하는 헤드헌팅사로 나눠 진다.

종합 리크루팅 업체로는 53만명의 개인회원과 12만개 기업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잡코리아(www.jobkorea.co.kr)를 비롯해 인크루트(www.incruit.com), 스카우트(www.scout.co.kr), 리크루트(www.recruit.co.kr), 잡링크(www.joblink.co.kr) 등 200여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전문직이나 임원 같은 경력자들을주 대상으로 한 헤드헌팅 업체들로는 HR 코리아(www.hrkorea.co.kr), KK컨설팅(www.kkconsulting.com), 암롭인터네셔널(www.amrop.co.kr), 아데코코리아(www.adecco.co.kr), 보이든인터네셔널(www.boyden.co.kr), 드림서치(www.dreamsearchkorea.co.kr), 유니코서치(www.unicosearch.co.kr)등 300여개 업체가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들은 전문직이나 간부급 임원 스카우트를 주로 하기 때문에 인맥을 통해 비밀리에 소규모로 이뤄 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전직이나 구직을 원하는 40~50대 임원급 중견 간부들의 대폭 증가하면서 온라인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 헤드헌팅 업체는 구조조정으로 명퇴한 직장인은 물론 보다 나은 직장으로 전직하려는 엘리트들이 몰리고 있다. 예전에는 입사 초년병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라인 취업 사이트가 이제는 모든 계층의 구직ㆍ구인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퇴직대비 전직지원제도 프로그램 운용

이들 취업정보 업체들은 구인ㆍ구직업무는 물론이고 취업과 창업 정보 제공, 헤드 헌팅, 재취업 및 아르바이트 알선, 창업 정보 제공, 채용 대행 서비스 등 각종 다양한 업무를 다룬다.

리크루트업체인 잡코리아의 경우 하루 1,500건의 채용공고가 실리며, 구직 성사율도 63.2%나 된다. 이 회사에 조사에 따르면 취업 희망자중 재취업이나 전직 하고자 하는 경력직의 취업률이 55%로 높아져 신규 채용자 수를 뛰어 넘었다.

그 만큼 구조조정이 사회 전반에 걸쳐 대폭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중견 임원급의 재취업이나 전직이 보편화하면서 갑작스런 퇴직에 대비한 사전 준비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등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인 바로 전직지원제도(Outplacement)프로그램이다.

전직지원제란 1960년대 미국에서 산업구조조정에 따라 대량 해고가 발생하자 기업이 해고되는 근로자의 퇴직관리 차원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해고가 임박한 근로자들이 전문 컨설턴트와의 상담이나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이나 창업 등 새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퇴직자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덜고 퇴직에 따른 근로자들의 반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근로자 측에는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효율적인 진로 개척을 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장점을 인정하고 지난 7월23일 고용보헙법 시행령을 발표, 전직지원제도를 위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구조조정 등으로 부득이하게 근로자를 감원해야하는 기업이 이직 예정자들에게 전문 상담인을 통한 재취업 알선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경우 일정 비용을 정부가 사후 보전해 주는 제도다.

단 반드시 이직 예정이거나 퇴직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노사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허용 된다. 지원 액수는 대기업의 경우 소요 비용의 3분의1, 중소기업은 소요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지원 한도는 1인당 100만원(대규모는 75만원)이며, 최대 12개월까지 지원된다. 이 제도 제정초기 노총 등 근로자측에서 ‘사용자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믿을건 자신의 능력과 자질 뿐

실제 이 전직지원 프로그램은 그간 한국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2000년 4~12월), 한국철도차량㈜(2001년 4~6월), 한국P & G(1999년 5월), 한국노바티스㈜(2000년10월~2001년 3월) 등에서 실시돼 좋은 평판을 얻었다. 대우자동차도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생산직에서 근무하다 전직프로그램을 통해 벤처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한 김모(38)씨는 “10여년간 다니던 곳을 그만두려니 암담했는데 전직지원 프로그램 덕에 실업 상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재취업을 하게 됐다”며 “기업측에서 보다 일찍 더욱 알찬 교육을 시켰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직장과 고용에 대한 개념은 변했다. 기업도 피고용자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경영 상태에 따라 피고용자를 언제든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피고용자들 역시 자신의 이해 득실에 따라 쉽게 회사를 바꾼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의 능력과 자질 뿐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8/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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