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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배우가 연기 못해도 되는 시대?

[이대현의 영화세상] 배우가 연기 못해도 되는 시대?

영화에 배우가 없다면? 그럼 다큐멘터리인가? 아니다. 사이버 가수가 나온지가 오래인데. 사이버 배우라고 안 나올까. 올 여름만 해도 할리우드는 여러 명의 사이버스타를 만들어냈다.

비록 돈은 많이 들지만 한번 만들어 놓으면 평생 쓸 수 있고, 이름이 났다고 개런티 올려 달라고 하지 않고, 연기력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컴퓨터그래픽이 창조해낸 3D 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의 배우들은 피부까지 인간과 흡사하다. 질감과 땀구멍, 작은 흉터나 티까지 세밀하게 재현했다 .눈동자와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까지 자연스럽다.

‘시계추 시뮬레이션(캐릭터의 움직이는 선을 계산하고, 시계추의 흔들림에 따라 일초당 머리카락이 흔들거리는 횟수를 컴퓨로 계산)’이란 기술로 가능했다.

사이버 배우의 연기 역시 모션캡쳐 방식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이버 배우들의 몸 속에 특수한 선을 연결해 동작 하나하나를 잡아내는 방식으로 얼굴 표정에서부터 홍콩 액션배우 뺨 치는 동작을 연출한다.

올해 최고 사이버 스타는 뭐니뭐니 해도 ‘슈렉’이다.

올 여름은 이 못생긴 괴물로 폭소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그는 더 이상 ‘토이 스토리’의 동작이 끊어지는 엉성한 사이버 배우가 아니다. 예쁘지만 입체감이 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그림이 아니다.

살아있는 실제 동물처럼 그의 얼굴은 뼈와 600개의 근육, 피부로 구성돼 있으며 몸도 200개의 근육으로 이뤄졌다. 1998년 ‘안면근육 애니메이션 시스템’의 산물이다.

굳이 엑스트라도 수 천명 동원할 필요가 없다. ‘글래디에이터’는 컴퓨터로 수십 명의 엑스트라를 수천명으로 복제해 냈다. ‘슈렉’은‘디지털 인형의 집’이란 기술로 다양한 형태의 머리, 몸, 스타일, 얼굴, 옷을 창조해 분류한 다음 이들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450가지 유형의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그리고 박수치기, 걷기, 환호하기, 달리기 등 93개 움직임을 결합시켜 개성이 서로 다른 군중이 연기를 해냈다.

이제는 ‘베토벤’처럼 연기 잘 하는 개나 원숭이 ‘재키’도 필요없다. ‘쥬라기공원’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시킨 어색하던 공룡이 올 여름 ‘쥬라기 공원 3’에서는 마치 신인 배우가 연기경험을 쌓아 연기파가 되듯 더욱 유연하고 세련됐다.

하늘을 나는 익룡까지 나왔다. ‘캣츠앤 독스’는 신체치수와 특징이 입력된 컴퓨터에 실제 동물의 이미지를 스캔해 유기적인 데이터르 입력해 표정과 액션이 있는 가상의 동물을 완성했다.

이제는 이런 것도 가능하다. 만약 얼굴만 스타인 배우가 있다고 하자. 감독은 고민이다. 쓰지 않자니 흥행이 걱정이고, 주연으로 쓰자니 연기가 꽝이고. 지금까지는 그랬다.

때론 카리스마로, 때론 달래고 사정하며 연기가 되도록 애썼다. 그러나 앞으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얼굴만 따오고는 모든 연기는 컴퓨터래픽이 만든 가상배우가 하면 된다. 스턴트맨도 필요 없다. 얼굴만 실제 배우인 사이버 스타가 직접 하늘을 날고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처럼 총알을 피하면 된다.

그런 세상이다. 그러니 얼굴만 스타인 배우도 관객에게 욕 먹을 이유가 없다. 대중조작으로 일단 스타가 되고나면 컴퓨터가 그를 명배우, 명연기자로 만들어 준다.

세상은 점점 더 멋있는 외모만 찾을 것이고, 그들은 연기 부족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A.I’의 주인공처럼 감성까지 가진 사이버 배우가 탄생하는 시대. 배우의 의미는 뭘까. 얼굴만 빌려주는 사람? 그러면 좋아할 우리 배우들 많겠네.

입력시간 2001/08/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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