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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무엇이 한 모범생을 패륜아로 만들었나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도서출판 이야기 펴냄

이은석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2000년 5월 전국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부모 토막살해 사건입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 최근 펴낸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도서출판 이야기 펴냄)에서 이은석 사건은 하루빨리 잊어야 할 사건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건이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더 나아가 이은석(사건 당시 모 명문사립대 2년생)씨는 극악무도한 패륜살인마 이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이며, 따라서 무죄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른바 하늘 아래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살인범을 왜 두둔하고 있는 것일까.

“(이 사건은) 효 사상과 유교적 전통이 아직 뿌리깊게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서둘러 이 사건을 종결짓고 망각하고픈 심정이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현재 떠안고 있는 여러 가지 치부를 한꺼번에 터뜨림으로써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입시경쟁,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 가정폭력, 학원폭력, 각종 미디어 폭력, 그리고 인터넷 중독 등 이 모든것이 이 사건의 총체적 배후 인물들이다.”

또한 필자는 “자식에게 죽임을 당한 부모들의 숫자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컨데 저자가 이은석을 면담하기 위해 방문했던 **교도소에만도 부모를 죽인 재소자가 10여 명이 있었다”며“이 같은 유형의 범죄를 예방을 위해서 사건의 실체와 그 배경이 정확히 파악ㆍ분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가 이 사건에 천착하기로 결심한 직접적인 동기는 이씨 친형이 경찰서에서 밝힌 의외의 한마디였다.

“동생을 이해한다.” 필자는 동생을 저주할 법한 형이 동생을 오히려 감싸는 모습을 보고 이 사건이 부모의 자녀 학대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직감하고 아동학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필자는 아동학대 때문인 것이라는 단순한 직감이나 학술적 논리에 의존한 것은 아니다. 영화 속의 민완기자 이상으로 발로 뛰어 ‘취재’하고 다양한 심리학적 분석의 틀을 이용해 분석하고 정리했다.

필자는 1년여 동안 이씨가 중학교때부터 써놓은 방대한 양의 일기와 서신교환, 3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이씨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이씨의 많은 친척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면담을 통해 중산층 집안의 명문대학생이 왜 그토록 광폭하게 되었는지 접근했다.

필자의 초점은 이씨와 이씨 부모에 집중되어 있다. 이씨의 일기를 토대로 필자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명문사립대 출신으로 자부심이 유난했던 이씨의 어머니는 이씨에게 어린 시절 학대를 일삼던 공포의 대상이었고, 사관학교 출신의 아버지는 권위적이고 가족들에게 무관심했다.

이씨는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심한 집단따돌림과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특이한 것은 이씨는 군 복무 당시부터 일기에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들어내는 등 청소년기에 잠재되어 있던 부모에 대한 증오심이 성인이 된 이후 분출됐다는 점이다. 이씨는 적어도 외부적으로는 청소년 시절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다.

사실 이 책은 읽기가 다소 역겹다. 한 집안의 끔찍한 일을 현장을 생중계하듯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비극이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며 동시에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과제란 사실을 이 책은 충격적으로 되새겨주고 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8/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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