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티벳인들의 영적 실체와 신비 엿보기

■ 라마 블랑

밀교 수행의 나라 티벳.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곳인데다 주민들도 폐쇄적이어서 가장 뒤늦게까지 외부 세계와 격리됐던 지역. 이런 태고의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는 원시 티벳의 주술과 신비주의, 윤회적 종교 의식, 그리고 그 곳에서 벌어진 권력층들의 암투를 그린 만화 ‘라마 블랑’(북하우스 펴냄)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러시아계 유대인인 세계 만화계 거장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72)가 글을 쓰고, 1995년 앙굴렘 페스티벌에서 알파르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조르주 베스(54)가 그림을 그린 명작이다.

소설가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등 각 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작가 조도로프스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탁월한 상상력과 동양 신비철학에 대한 심도 깊은 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작품은 티벳의 대표적인 밀교 교파인 금강승(金剛乘)의 윤회 사상과 밀교 수행자들의 독특하고 신비로운 기행, 그리고 그들간의 권력 투쟁을 주제로 삼고 있다.

티벳인들의 다소 황당하지만 신비로운 영적 모험의 실체와 그들의 주술적인 생활상, 그리고 그것을 아우르는 탁월한 심리 묘사가 절묘하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한편의 설화를 보는 듯한 큰 흐름 속에 돌발적이고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들을 삽입,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고 간다. 사용된 글도 시적ㆍ주술적 언어와 격렬함이 뒤섞여 고대와 현대 사이를 쉴 새 없이 넘나들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잘 짜여진 서스펜스이자 형이상학적 스릴러’라고 평가한다.

그림도 조도로프스키의 분위기에 맞춰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강인한 느낌이 드는 원시적 화풍을 취하고 있다. 등장 인물들은 둔탁하면서도 어둡게,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대상으로 묘사된다.

특히 극적 반전이 일어나는 부분에서는 인물 묘사는 더할 수 없이 강렬하다. 베스의 농밀하면서도 준엄한 화풍은 조도로프스키의 밀교적 서사를 더욱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아직도 은둔과 베일 속에 가려져있는 티벳 밀교의 신비주의는 국내 만화팬 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8/21 21:1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