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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泌濟' 충청 삼국지

대권레이스 본격 시동, 치열한 충청권 '맹주' 쟁탈전

정치권에서 충청권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주인공이다.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최근들어 세 사람은 충청권 ‘맹주’의 자리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세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나 충청권 전략은 다소 차이가 난다. 그러나 충청권을 얻어 천하를 얻겠다는 생각에는 일치한다.


이회창, 충청권 구애 본격화

최근들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그야말로 충청권을 누비고 다녔다. 충남 대전(8일)과 충북 청주(10일)의 두 차례 시국강연회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앞서 이 총재는 예산의종가를 복원하고 휴가까지 예산에서 보내는 등 빈번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대천 해수욕장에서 열린 전주 이씨 충남ㆍ대전 지원 하계수련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싱가포르 방문(19일)을 앞두고 바쁜 일정을 쪼개 만든 행사. 이 총재가 전날인 15일 일본 만행을 규탄하는 사진전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휴식과 싱가포르 방문 준비를 들어 행사 참석을 취소한 것과 비교하면 이 총재가 충청권에 들이는 공력을 짐작하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총재는 이날 6,000여명의 전주 이씨 종약원들이 모인 행사에서 “고향잔치에 온 것 같다” “충남은 내고향” 등등의 발언으로 충청권에 대한 구애(求愛)를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가 충청권에서 발동을 거는 이유는 측근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한 측근은 “여권에서 3당 합당을 통한 공동후보론이 제기되는 등 ‘반(反) 이회창 연대’의 움직임이 표면화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이총재는 원래 고향이 예산인 충청도 사람이고 앞으로도 기회있을 때마다 충청도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의 말은 더욱 직설적이다. “이회창 총재는 변화의 기미가 없으면 아예 포기한다. 하지만 (충청권은) 변화가 있고 그러니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거듭된 여권의 실정으로 ‘반DJP’ 정서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이총재와 한나라당이 이 지역에서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의미이다.

그는 이어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전략은 ‘영남권 포위전략’이 아니냐”면서 “이 총재가 자력으로 여권의 인위적 굴레를 깰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이 충청도”라고 짚었다. 충청도만 돌파한다면 대권 가도가 훤히 열린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에서의 ‘충청도 기대치’는 얼마일까. 당 관계자들은 “지금 득표력이 얼마나 될 것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면서도 지금 같은 추세라면 충청도 표의 40%정도는 충분히 가져 올 수 있고 그렇다면 만사 형통일 것이라는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요즘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 특히 대전ㆍ청주의 시국강연회에서 행사장을 꽉 채운 인파와 이들의 뜨거운 반응을 접하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들이다.

물론 상당수가 지구당에서 ‘동원’한 사람들이라 해도 예상보다 여권에 대한 반감과 야당에 대한 기대치가 높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인제, 상품가치 높이는 호기로

이회창 총재가 16일 대천해수욕장에서 종친들을 만나고 있을 즈음,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 총재가 고향이라고 연고권을 내세우는 충남 예산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예산 방문 배경에 대해 “(이회창 총재의) 선영이 있다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면서“고향이란 태어나고 성장해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정서가 어린 곳”이라고 이 총재를 겨냥했다.

자신은 논산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닌 ‘충청도의 아들’이지만 타지에서 자라난 이 총재가 무슨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는 특유의 패기가 담긴 공격이었다.

이 최고의 표밭갈이 역시 이총재에 못지 않게 활발하다. 그는 7월부터 ‘민생투어’의 기치 아래 강원ㆍ경기ㆍ충청 지역 지구당을 돌고 있는데 보은ㆍ영동 등 2~3곳만 방문하면 ‘충청도 투어’를 마칠 정도로 충청권에 정성을 쏟았다.

물론 자신의 텃밭을 공략하는 이 총재에 대한 맞불작전의 측면이 강하다.

이인제 캠프에선 이회창 총재의 움직임에 대해 “깊은 수읽기에서 나온 수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인제 최고측에선 “여권 후보가 되면 적어도 70%의 표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호언 장담한다.

지금은 자민련과 양분하는 구도이지만 이 최고가 여권의 대선후보가 되는 순간 충청권의 표는 싹쓸이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가 충청권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셈법’ 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결국은 이회창 총재가 손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간의 충청권 쟁탈전이 치열해 질수록 여권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의 ‘상품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당내 경선이라는 대전투를 앞두고 있는 이 최고위원으로선 충청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전혀 나쁠것이 없다는 뜻이다.

한걸음 나아가 이 총재측의 충청권 공략 전략은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의 기반 약화를 의미한다는 주장도 이인제 캠프쪽에선 흘러 나온다.

이인제 캠프에선 대선에서의 영남권 목표량을 대략 전체 표의 30% 정도만 흡수하면 성공작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결국 이 총재가 충청권에 신경을 쓸수록 영남권에서의 이 최고가 파고 들어갈 틈새는 벌어지게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충청권 공략이 결과적으로 이 최고위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인제 캠프에선 오히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더욱 신경이 쓰이는 듯한 인상이다. 그는 항상 “국민의 뜻에 따라 대권후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명예총재가 대선 후보 선정에 키를 쥐고 있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JP의 비토권 행사를 막아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 있는 셈이다. 이 최고위원은 그간 JP와의 관계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JP는 아직까지 지난 총선때 자신을 ‘지는 해’에 비교하며 텃밭을 유린한 이 최고위원에 대한 앙금을 풀지 않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16일 충남예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회창 총재는 깎아내렸지만 JP에 대해선 상당한 예를 갖추었다. 그는 JP와의 관계개선에 대해 “경륜이 높은 어른으로 정치사의 거목이기 때문에 모든 일이 순리대로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이 최고위원이 말하는 ‘순리’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김종필, 노회한 승부수로 입지확대 노려

최근들어 JP의 정치적 행보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김종호 대행을 비롯한 측근들이 “3당합당을 통해 JP를 공동후보로 옹립해야 한다”고 여권에 3당합당론을 던지는가 하면 그토록 강조하던 민주당과의 공조에 대해 “그간 잘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심지어 한나라당과의 사안별 정책공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자민련에선 계속 ‘JP대망론’의 불을 지피고 있다.

JP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여운이 있는 말들을 많이 남겼다.

특히 그는 김영삼 전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언급을 하며 재회동을 추진할 뜻을 밝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끌고 있다.

JP가 YS와 가까워지는 것은 정치적으로 아주 다양한 복선이 깔려있다. 만약 JP가 극도로 악화된 DJ와 YS간의 가교역할을 할 경우이는 ‘반이회창 연대’의 이상형인 ‘3김연대’로 발전해 한나라당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만약 반대로 JP가 이회창 총재쪽으로 기운 다면 민주당에선 ‘상상하기 싫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JP 스스로 대망론을 키운다면 ‘지금보다 나은 구도’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JP는 이회창 총재와 이인제 최고위원의 충청권 공략에 대해선 영어로 “Please wait & see(지켜봐달라)”라는 묘한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정가에선 JP의 행보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자민련의 충청권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회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JP대망론’을 띄워 충청권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이회창ㆍ이인제 등 ‘양이(李)씨’의 충청권 점유를 막기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JP입장에선 지방선거 때까지 힘을 가지고 있어야 대선 때 ‘대망론을 펴든 캐스팅보트를 쥐든’ 자신의 입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충청권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권 3국지는 이같이 중첩적이면서도 세사람 모두 사활적 이해가 걸려있다. 이 같은 충청권 레이스는 결국 대선전까지 끊임없이 계속되고 가열될 것이라는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또 충청권의 승부는 아직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판도라 상자’라는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들도 정가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1/08/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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