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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분쟁, 중동전으로 번지나

피의 악순환, 아랍권 군사적 개입움직임 등 비화 조짐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유혈분쟁의 최대 수혜자는 하마스(?)’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는 양측 분쟁이 갈수록 극렬 폭력화하자 나온 희화적 표현이다. 기댈 곳이라곤 자살테러와 같은 극단적 방법밖에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과격 폭력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가 점점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 것이다.

하마스가 득세한다는 것은 역으로 중동사태가 당분간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자가 가장 우려한 것이지만, 양측의 폭력사태가 계속되면 될수록 하마스와 같은 무장단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노선의 과격성으로 지하단체 수준에 머물러 왔던 하마스가 최근 유혈폭력 사태를 기반으로 대중성까지 확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예루살렘 중심가 피자가게에서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 폭탄테러가 알_마스리(23)라는 하마스 대원의 소행으로 밝혀지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는 수만 명이 하마스의 녹색기를 흔들며 지지시위를 벌였다. 하마스를 비판해 왔던 중산층과 전문직 종사자들도 시위에 가담했다.


무장단체 '하마스' 급부상

뜻하지 않은 하마스의 ‘정치적’ 부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입지는 급속히 좁아졌다. 자치정부의 평화노선에 불복,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서 탈퇴한 하마스는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 이후 자치정부의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이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서방측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정치적 권위를 상실했다고 비난받고 있는 터여서 아라파트의 충격은 더했다.

최근에는 하마스 무장세력을 단속하려는 자치정부의 치안요원들과 하마스 지지자들 간 충돌이 발생, 아라파트 수반이 외국 방문 도중 급거 귀환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팔레스타인측 대표로서 장차 협상 테이블을 누가 주도해야 하는 지 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팔레스타인 내부 정황을 이용, 이스라엘측은 아라파트의 정치력을 맹비난하면서 폭력의 악순환의 책임을 자치정부 측에 떠 넘기고 있어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 아리엘 샤론 현 이스라엘 총리(당시 리쿠드당 당수)가 동예루살렘의 알_아크사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면서 촉발된 양측 분쟁은 정치력으로 억제할 수 없는 극한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중무장한 이스라엘군의 무자비한 폭격과 하마스와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의 자살폭탄 테러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타협은 배제된 ‘죽이지 아니면 죽는다’ 는 식의 극단 논리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 정서를 지배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고 있는 폭격과 테러로 이스라엘 국민은 패닉증후군 마저 보이고 있다는 현지 보도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돌아가서도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찮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치 분석가들은 1년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유혈사태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데에는 확신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게릴라식으로 전개되는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저지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집트,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 아랍권 맹주들의 팔레스타인 동조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샤론 총리의 강경 노선은 조만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이다. 오히려 지금 단계에선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이 심리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형국이다.


"이집트군 중동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 경고

이스라엘과 아랍권과의 전면전 가능성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시나리오로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아랍권의 맏형격인 이집트의 한 고위 보안관리는 지난 12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대한 점령행위를 계속할 경우 이집트 군이 중동분쟁에 개입할 수도 있다” 고 말해 군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원할 뜻이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집트 당국자의 이 같은 언급은 개입 가능성 자체를 언급하기를 꺼려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그간 입장을 고려할 때 중대한 정책 전환으로 받아들여졌다.

만약 이집트군이 개입한다면 이스라엘에 가장 적대적인 시리아와 최근 급격히 호전적 수위를 높이고 있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도 동조할 가능성이 커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에서 점령한 시나이반도에서 철수하는 대신 이집트는 이곳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하지 않는다’ 고 합의한 1979년의 양국간 평화협정이 방패막이지만, 이집트에게는 ‘이웃 아랍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 는 ‘아랍방위조약’ 도 존중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스라엘이 마음을 놓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 이스라엘의 대표적 극우파 각료인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기간시설부 장관은 최근 “이스라엘의 멸망을 원하고 있는 이집트를 적국으로 규정해야 한다” 는 호전적 발언을 퍼부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집트가 개입할 경우 이스라엘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집트는 3차 중동전에서 패한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미국의 막대한 대외원조를 바탕으로 군 장비 현대화에 큰 진전을 이뤘고 장비 대부분을 첨단 미국제로 무장해 왔다.

특히 해군력은 이스라엘보다 규모도 크고 더 강력하다는 분석이다. 이라크 역시 군의 핵심인 ‘공화국 수비대’ 의 기갑부대를 요르단 국경지대에 두배 이상 증강 배치,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란_이라크전, 걸프전을 거치면서 원수지간이 됐던 시리아와 이라크가 급격히 관계개선에 나서는 등 아랍권의 결속력도 예사롭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최근 이스라엘이 40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랍권의 무장화도 급속히 진행돼 이스라엘이 아랍권의 전면공격을 격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전면전 가능성이 여전히 소수지만, 유혈분쟁이 발생한 지난해말에 비해 이스라엘측의 여건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하마스는 어떤 단체인가

팔레스타인의 정치 대안세력으로까지 떠오른, 아랍어로 ‘열정’ 이라는 뜻의 하마스는 대(對) 이스라엘 ‘인티파다(봉기)’를 최전방에서 이끌어온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무장 과격단체이다.

1987년 12월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의 첫 인티파다 직후 창설된 뒤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거부하고 이슬람 국가에 의한 완전하고도 전면적 중동통치를 추구해 왔다.

전체 조직원은 대략 1만명 정도로, ‘성전(聖戰)의 결행을 못박고 유대인 정착민들을 모두 살해할 것’ 을 강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학교와 병원을 짓고, 사회ㆍ종교적으로 주민사회를 지원하는 등 대중활동도 활발하다.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 내 과격단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이스라엘에 체포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요원과 맞교환 형식으로 1997년 석방된 아흐마드 야신이 창설자이자 현재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무장헬기의 폭격으로 숨진 자말 만수르(41)도 하마스의 핵심 지도자 중 한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석 국제부기자 aquarius@hk.co.kr

입력시간 2001/08/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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