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한탄강댐 건설 논란 불붙었다

댐 건설 논란, “임진강 치수위해 불가피”“환경파괴”

한탄강 상류가 시끄럽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추진중인 한탄강댐 건설에 대해 수몰예상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8월17일 경기도 연천군에서 개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이 반발, 퇴장하면서 1시간30여분 만에 중단됐다. 하루 전 강원도 철원군과 14일 경기도 포천군에서 예정됐던 주민설명회도 주민 반발로 중단되거나 무산됐다.

수자원공사는 설명회 무산과 관계없이 9월14일까지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마치기로 했다.

이어 10월4일 공청회를 열고 11월 중으로 최종평가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탄강댐 건설로 수몰 위기를 맞은 사람들은 포천, 연천, 철원 등 3개 군의 297세대 960여명. 주민측 진영에는 3개 군의 시민단체인 ‘한탄강 네트워크’와 댐건설 반대를 위한 환경단체 연합인 ‘연대회의’가 가세했다.


주민들 ‘조건부 찬성’ 분위기

댐건설에 대한 주민의 의견은 ‘무조건적ㆍ절대적 반대’는 아닌 것 같다. 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되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2리의 김준문(47) 이장은 “우리도 영월댐(동강댐) 주민 꼴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댐건설 여부 결정이 미뤄진채 논란만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재산권 행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김 이장은 “댐건설은 수몰 주민에 대한 적절한 재산상, 정신적 피해보상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이의혁(28) 씨는 “충분한 보상이 전제된다면 적극적으로반대할 생각은 없다. 반대한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69세대 중 농가가 60%인 고문2리는 요즘 온 마을이 어수선하다. 고향을 잃을 걱정, 이주해서 적응할 걱정, 조상 산소 이장할 걱정 등으로 주민들이 모일 때마다 한숨이다.

작년에 댐건설이야기가 나오면서 보상에 대한 준비도 착착 준비중이다. ‘실농(失農)보상’을 타내기 위해 소작주던 땅도 대부분 환수했다. 지주가 직접 경작할 경우 실농보상비가 더 높기 때문이다.

한탄강댐은 한탄강 하류인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와 포천군 창수면을 높이 85m, 길이 705m의 콘크리트 제방으로 가로지르는 것이다. 저수면적 15.3km² 에 총저수량 3억1,100만톤의 다목적댐이다.

지난해 12월 기본설계에 들어간 한탄강댐은 2002년 하반기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완공될 경우 연간 1억2,800만톤의 용수공급과 함께 3억500만톤용량의 홍수조절 기능을 갖게 된다.

댐건설은 필연적으로 수혜자와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담수지역은 수몰의 아픔을 겪지만 하류의 임진강 수계 주민은 만성적인 수재로부터 해방된다.

건교부가 한탄강댐을 건설하려는 목적은 2가지. 임진강 하류 하천연안 지역의 홍수피해 경감과 안정적인 용수공급이다. 건교부 추산에 따르면 한탄강댐이 없을 경우 임진강 유역의 용수부족은 올해 800만톤, 2006년 9,000만톤, 2011년 1억2,800만톤에 달한다.


용수공급보다 홍수피해 방지기능이 더 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측은 주민설득 차원에서 용수공급보다는 홍수피해 방지 목적을 더 강조하고 있다.

1996년, 98년, 99년 잇따라 문산읍, 연천군 전곡읍과 백학면, 동두천을 강타한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임진강 수계에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수자원 이용차원에서도 한강 유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임진강 수계에 다목적댐이 전무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건교부 용역을 받아 임진강 수해방지 종합대책 수립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임진강의 특성상 다목적댐이 없으면 수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임진강이 사행성(蛇行性)이 강한데다 적정 하폭을 갖지 못해 홍수시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활한 통수를 위해 임진강을 직강화하고, 하폭을 넓히자면 엄청난 토목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

임진강 하구에 퇴적된 토사도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다. 임진강 하구는 현재 수로차단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토사퇴적이 심하다.

북한측 민둥산에서 깎여 내려온 토사와 만조시 바다에서 쓸려온 토사가 모두 임진강 하류에서 침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진강 하구는 비무장지대(DMZ)와 겹쳐 있어 사실상 준설이 어렵다.

임진강의 또 다른 특성은 임진강 전체 수량의 3분의 2가 흘러오는 북한지역 임진강 본류를 한국측이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홍수방지를 위해서는 북한측에 대형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방안이 최선이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북한측이 무조건 돈만 요구하는데다 댐건설 후 관리주체를 정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밖에 북한지역 임진강 지류를 예성강 상류와 연결시켜 홍수시 물길을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 북한측의 동의와 사후관리가 난제다.

임진강은 북한측 임진강 본류와 한국측의 한탄강, 차탄천, 신천, 영평천, 포천천 등의 물이 모여서 이뤄진다. 한국측의 각종 지천은 모두 한탄강에 모여 임진강으로 흘러든다.

100년 빈도의 홍수로 계산했을 때 북한측 본류의 유입량은 초당 1만2,000톤이고 한탄강 수계의 유입량은 초당 7,000톤이다. 지금까지 임진강 수계의 홍수는 임진강 본류와 한탄강 물이 동시에 몰리면서 발생했다.

특히 연천군, 동두천, 전곡읍 지역홍수는 임진강 본류의 흐름에 막혀 한탄강물이 역류하면서 발생했다.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물 조절로 수해 예방

한탄강댐은 결국 한탄강 수계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유량을 조절함으로써 수해를 막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관계자들은 현재 계획중인 임진강 하류의 각종 하도정비 사업과 한탄강댐을 동시에 추진하면 100년 빈도의 홍수는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하류에서는 강의 흐름을 좋게 하고, 상류에서는 한탄강댐으로 유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하도정비 사업에는 소규모 직강화, 하천개수, 토사유출 방지 작업 등이 포함된다.

한탄강댐 건설로 내몰릴 주민들은 어떤 면에서는 남북한 대립의 희생자다. 한탄강댐이 임진강 전체의 평화적 이용이 차단된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댐건설을 둘러싼 논란의 향방은 기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가뭄 때는 댐건설론이 득세하고, 강우량이 적절할 때는 건설반대론이 우세를점했다. 장기적인 치수 및 이수(利水ㆍ물이용) 효과와 불가피한 환경파괴를 계량해 설득하기 보다는 목소리 큰 편이 이기는 상황이었다. 한탄강댐이 동강의 재판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1/08/22 19:37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