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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부른 건교부 '직무유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안일한 대응

건설교통부의 뒷북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우리나라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은뒤에 두드리는 소리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2등급 판정을 받은 나라는 방글라데시 우루과이 짐바브웨 등 25개국으로 후진국들이다.

항공안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후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항공안전 위험국이라는 평가다.

88올림픽을 치루었고 내년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나라가 그런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치욕적이다. 국민들에게 수치감을 안겨준 건설교통부의 항공안전 정책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월 2등급 예비판정을 받은 상태였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게다가 건설교통부는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기까지 했다.

인천공항공사의 유휴지 사업 개발사업 특혜의혹 사건이 계속 되는 와중에 받은 이번 판정은 건설교통부의 정책결정과 수행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미 5월 예비판정 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책임을 지지 않는 풍토이니 허술하게 대처하다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빚었다. 사필귀정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비판정에도 “별일 없을 것” 뒷짐

건설교통부는 이번 판정을 받기까지 두번이나 지적을 받았다. 두번의 기회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5월 예비판정 때 지적받은 사항은 지난해 6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지적받은 사항들과 대동소이했다. 그때 제대로 대응했다면 FAA의 예비판정에서 2등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면 가르쳐주는 대로라도 하면 될 것’인데 한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건교부는 ICAO의 지적은 강제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는 멍하게 있다 1년 가까이 뒤인 지난 5월 같은 사항으로 미국으로부터 항공위험국 예비판정을 받았다. 당시 제대로 대책을 세우라는 여론의 지적이 따가왔는데도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숱한 항공사고를 겪으면서 번번이 내놓은 대책은 예산타령과 부처간 조율실패의 핑계만 있다가 슬그머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흐지부지 했다.

미국의 항공전문지가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평균사고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사고율이 세계평균 2.43%의 배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어도 항공안전대책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공무원의 무사안일이 아니고서는 일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한 다국적업체와 미 국방부가 직원과 장병들에게 우리나라 항공기를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까지 했을까. 건교부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태에 임하는 건교부의 행태는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건교부는 16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부시행정부가 한국에 대해항공안전등급을 하향조정할 방침"이라고 보도하자 오후 7시 항공국장 명의로 "미연방항공청이 공식발표한 바 없으며 등급결정에 대해 정부와 최종 협의중"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또 2시간 뒤에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내용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곤란하며 계속 보도할 경우 국민들의 의구심 유발, 대외신인도 하락 등 국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면서 다시한번 해명자료를 각 언론사에 발송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두시간전인 오후 5시에 에번스 리비어 주한 미국대리대사로부터 한국에 대해 항공안전 등급을 하향조정할 방침임을 통보받은 상태였다.

게다가 이날 저녁에는 청와대에서 진념 부총리 주재로 오장섭 건교부장관과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진행중이었다.

국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미국정부의 통보내용를 감추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유무형으로 국익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 건교부가 국익을 운운할 처지가 아닌데도 마치 도깨비 방망이나 되는듯이 국익을 들먹였으니 소도 웃을 일이다.

더욱이 건교부는 지난달 미연방항공청 대표단이 사흘간의 점검을 마치고 귀국한뒤 미국측이 우리 정부의 노력을 상당히 평가하고 있다. 전망이 밝다면서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통보를 받은 뒤 허둥대며 연 대책회의는 또 무엇인가. 소는 이미 예비판정 때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 제대로 외양간을 고쳤으면 허둥대지 않아도 됐다. 차 지나가고 나서 손 흔드는 격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어주기에는 결과가 너무 엉뚱하다.


책임 떠넘기는 장관, 대외신인도 추락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게 된 것은 표면적으로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항공법령 미비와 항공직 공무원 및 항공사 정비ㆍ안전직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미비다.

5월 지적받은 ▲항공법령 ▲특정운용규정▲항공국조직 및 감독 기능 ▲기술지침 ▲항공전문인력 ▲자격 및 인증책임 ▲지속적인 감독책임 ▲항공안전과제 해결방안 등 8개항 중 나머지는 합격판정을 받았거나 약간의 개선조치로 국제기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항공법 개정안은 국회통과여부가 불투명하며 교육훈련은 최소한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불합격 판정했다.

오장섭 건교부장관은 교육훈련이야 미국 항공컨설팅업체의 협조 아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 신뢰를 줄 수 있었지만 항공법이 문제였다. 항공법만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됐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나라의 이미지는 물론 유무형의 엄청난 손실이 있는 사태를 제대로 직시했다면 국회를 설득해 통과시켰어야 했다. 오 장관은 은근히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다.

건설교통부는 2등급 판정에 따른 예상피해액을 놓고 항공사와 티격태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등급 판정으로 최장 1년간 제재를 받을 경우 예상피해액이 2,200억원(대한항공 1,500억원, 아시아나 7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건교부는 예상피해액이 164억원에 불과하다며 항공사들이 이를 부풀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부 분석자료를 근거로 2등급 판정시 성수기 미주노선 증편과괌ㆍ사이판 신규노선 취항불가, 델타항공과 에어 캐나다항공과의 코드셰어(좌석 공유) 불가 등의 피해가 예상되며 국제경쟁력 하락, 신뢰도 저하 등 무형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도 아메리카 에어라인과의 코드셰어(좌석공유) 중단으로 1,600만달러, 대형 기종 변경중단으로 950만달러, 현지 지점에서의 수입손실 540만달러 등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 항공사의 이런 주장에 건교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우선 2등급 판정은 사실상 국내 항공사의 잇단 항공사고에 따른 것인데도 강등조치로 인한 예상피해액을 부풀려 책임을 정부로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또 이번강등조치는 우리나라와 미국간 항공운항에 한정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는 영향이 없고 한-미간 운항횟수도 현행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피해가 항공사들의 예상처럼 많지 않으며 1등급 복원은 늦어도 6개월이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교부는 1등급 복원때(6개월 추정)까지 아메리칸항공과 코드셰어중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코드셰어가 중단될 것으로 보여 550만달러의 피해를 예상했다.

또 한ㆍ미간 승객이 1%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여 대한항공은 430만달러, 아시아나항공은 285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건교부는 대한항공의 경우 자사의 항공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괌ㆍ사이판 노선, 아직 증편되지 않은 런던노선, 아직 복원되지 않은 델타항공과의 코드셰어 등을 모두 예상피해액에 산정했으며 아시아나도 아메리칸항공과의 코드셰어를 부풀렸는가하면 증편되지 않은 런던노선을 피해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개선 노력에 따라 제재기간 달라질 수도

지금은 책임회피성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문제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최단 시일내에 1등급으로 복원시키는 것 뿐이다.

정부는 제재기간을 최대한 단축키위해 국회에 보류중인 항공법 개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각종 지침과 규정 보완작업을 추가로 벌이기로 했다.

이와함께 항공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위해 8, 9월중에 조종사 30명을 대상으로 FAA 교관초청교육을 2차례 실시하며, 공인된 보잉사의 항공교육훈련전문 자회사인 FSB(FlightSafety Boeing)에 김포공항내 2,000~3,000평의 대지를 저가 임대해 훈련센터를 설립토록 지원, 항공인력의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맡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2등급 판정에 따른 제재기간은 통상 1년이다. 하지만 개선노력 여하에 따라 기간이 단축된 사례도 있다. 이스라엘은 1개월, 대만은 4개월, 태국은 8개월만에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복귀했었다.

이번 만큼은 제대로 해야 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8/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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