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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마을서 맥을 이어가는 김천정월된장

메주마을서 맥을 이어가는 김천정월된장

우리콩으로 만드는 전통된장, 제조법도 옛날 그대로

경북 김천시 농소면 용암리 산기슭. 우리 식탁에서 빠질수 없는 전통된장과 간장이 1,000여개의 옹기에 담겨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고 있다.

김천 정월된장. 4만여평에 달하는 야산과 밭으로 돼 있는 농장 한켠에서 국산콩만을 사용해 재래방법으로 빚어내는 신토불이 된장이다.

전통된장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항암성분이 있고 쌀 보리에 부족하기 쉬운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이 풍부하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30여년간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환옥(56)씨가 주거환경의 변화와 수입콩으로 사라져 가는 전통된장의 맥을 잇기 위해 10여년간 준비해오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국산콩 고집, 지하 100m 암반수 사용

정월된장은 옛날 가정에서 담그던 전통된장의 제조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콩. 정월된장은 우리콩만을 고집한다. 1㎏에 600원선인 수입콩의 5배인3,000원선에 신선한 우리콩을 구입해 김천에서 직접 메주를 쑤는 일부터 시작한다. 수입콩은 싸지만 유전자변형콩이 섞여 있을지 모르고 신토불이 정신에도 맞지 않아 큰 가격차에도 믿고 먹을 수 있는 국산콩을 고집하는 것이다.

메주를 쑤는 시기는 11월말께. 찬바람이 불어 파리 등 해충이 사라진 때다. 먼저 깨끗하게 씻은 콩을 한꺼번에 80㎏들이 한가마가 들어가는 초대형 가마솥에서 삶는다. 이 같은 가마솥만 8개. 삶을 때도 장작만 사용한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은근하게 불길을 가해 푹 삶는다.

목침모양으로 메주를 만들어 짚으로 묶은뒤 건조실에서 두달가량 말린뒤 연탄불로 35도 가량의 온도를 유지하며 보름정도 띄운다. 이 과정에서 수십가지 유익한 곰팡이에 의해 항암성분 등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가정에서 자가소비용으로만 메주를 만들때는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놓으면 됐다”며 “대량생산이지만 가정에서 하는 것과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 메주를 띄운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음력 정월 보름부터 15일 가량의 짧은 기간안에 장을 담궈야 한다.

장을 담그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옹기소독. 참숯을 옹기바닥에 넣고 태워 내부를 소독한다. 그 다음에 메주를 차곡차곡 쌓아 넣고 두껑을 닫은뒤 이틀정도 추가로 숙성시킨다. 이어 신선한 계란이 10원짜리 동전만하게 보일 정도로 염도를 맞춘 소금물을 보자기로 걸러 붓는다.

이때 중요한 것이 물. 개울물을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오염되지 않은 곳이지만 정월농장에서는 지하100㎙ 암반수를 사용한다.

소금물에 숯과 고추, 대추를 띄우는 것은 살균과 함께 다산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씨는 “숯은 약간의 살균과 불순물을 흡수하며 고추와 대추는 장맛에는 별 영향이 없지만 농경사회에서 자손이 번창하길 기대하며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을 담근지 45일 가량 지나면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고 햇살을 받도록 하며 숙성시킨다. 숙성기간에 옹기안의 된장은 두세달간 불뚝뿔뚝하며 오르라 내리락 하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안정기에 접어들고 된장맛이 나기 시작한다.


천혜의 환경으로 예부터 메주로 유명

이렇게 생산된 된장은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택배로 전국에 배달된다. 가격은 일반 수퍼에서 팔리는 수입콩이나 기름을 짜고난 대두박으로 공장에서 제조한 개량된장에 비해 몇배나 비싸지만 우리 것을 찾는 소비자들로 인해 항상 공급이 달릴 정도다.

정월된장이 전통된장의 맛을 더해주는 것은 이 지역이 된장 제조에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

용암리 인근은 사질양토질인데다가 인근에 큰 하천이 없어 습하지 않다. 추풍령을 넘어온 청량한 바람과 풍부한 일조량이 된장맛을 더해준다.

그래서 이 일대 5개부락은 예로부터 메주생산단지로 유명했다. 한때는 수백가구가 메주를 쑤어 전국 곳곳에 내다 팔았다. 지금은 일정 규모의 시설을 갖춘 20개 농가에서 수만장씩의 메주를 생산, 판매하며 옛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소면 일대에는 아직 대부분 가구에서 장을 직접 담그고 있어 전통 장을 담글줄 아는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김씨가 이곳에서 전통된장의 맥을 잇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주변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10여년전부터 주말이나 휴가 등 틈날 때마다 시골장이나 농가를 찾아 다니며 옹기를 사 모았다. 요즘은 콩 서말 정도를 담을 수 있는 옹기는 기계화돼 양산되고 있지만 높이가 어른 배꼽 이상 되는 것은 전북 남원의 한 요업에서만 생산되고 있고 그나마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옹기를 구하는 것이 또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된장이 익고 있는 옹기에 인접한 야산에는 호도나무와 향나무를 심었다. 호도나무와 향나무는 파리 등 해충의 접근을 억제하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된장이 익고 있는 옹기 주변 환경이 이렇게 신경 쓰는 것은 집안에서 장독대를 신성시해 온 조상들의 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다.

김씨는 “장맛이 한 집안의 음식맛을 좌우했다. 그래서 장독대는 어느곳보다 신성한 곳이었다. 어머니가 정한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께 기도하던 곳도 장독대였다. 시대가 변했지만 간장 된장을 만드는 곳은 친환경적이고 청결해야한다는 신념으로 주변 환경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옛 시골집 그대로 초가삼간을 지었고 다른 한쪽에는 농기구 전시장도 마련했다. 디딜방아 베틀 다듬잇돌 방망이 호롱불 가래 등 요즘 농촌에서는 사라진 농기구들이 향수를 자극하며,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 347 대림상가 지하1층에 리빙마트 전시장을 개점, 본격적인 서울시장개척에도 나섰다.

김씨는 “국내 콩생산이 줄어 국산콩 확보가 관건이지만 유전자변형콩 파문 등으로 국산이라는 점만 인정받으면 가격이 비싸도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농산물 원산지 표시제나 품질인증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전통식품과 농산물을 보호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의(02)2294-8767 (054)432-3215,6

정광진 사회부기자 kjcheong@hk.co.kr

입력시간 2001/08/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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