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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아이 러브 유(I Love You)’외

[문화마당] ‘아이 러브 유(I Love You)’외

『 시사실 』


◇ ‘아이 러브 유(I Love You)’
상처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과거

검푸른 수면에 돌연 알 수 없는 파문이 생긴다. 이어 또 다른 물결이 잇달아 생겨 난다. 파문과 파문은 곧 서로 부딪친다. 수면은 파문과 파문이 충돌해 만든 무수한 원들로 가득 찬다. 신생 영화사 크림 엔터테인먼트가 첫작품으로 내 놓은 ‘아이 러브 유(I Love You)’는 도입부터 혼돈과 착종의 이미지로 가득 하다.

죽음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현수(김남주 분)는 병원 응급실에서 죽기 직전의 유진(서린 분)을 보고 그 모습을 담아 간다.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초등학교 동창 지후(오지호 분)를 보게 된다. 그는 유진의 보호자로 와 있었던 터.

진성(이서진 분)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현수에게 어느날 지후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는 바로 옛사랑의 남자다.

바닷가에 와서 술을 마시며 어긋났던 과거를 이야기하던 둘은 호텔에 든다. 남자가 묻는다. “후회할꺼니?”

이미 둘이 뜨겁게 끌어 안은 뒤, 양심의 알리바이처럼 나온 말이었다.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현수의 앞섶이 헤쳐지고 서로를 절망적으로 탐한다. 카메라는 뒤엉킨 둘을 클로즈 업으로 훑어 간다.

이 영화는 언어와 논리가 아니라, 감각의 영화다. 감각적 영상 최대의 공신은 조명 스탭 김신모씨. 바닥에 떨어진 비의 입자를 선명하게 포착하고 빛의 사각 지대에까지 은은한 광선을 틈입, 새 차원의 극사실주의(hyper-realism)를 달성했다.

청색과 흑색 기조의 우울한 도회적 이미지는 그대로 손에 잡힐 듯 하다. 고ㆍ저감도 필름, 평판형 벌룬 조명 등 김씨의 새로운 촬영 테크닉이 일궈 낸 개가다.

도시적 이미지가 전편을 압도한다. 프랑스풍의 호화 별장, 일식 주점 등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를 즐겁게 탐닉한다.

홍콩 느와르를 무색케 하는 감각적 영상이 거기에 운을 맞춘다. 흑색ㆍ적색ㆍ청색, 명과 암, 피빛 등 상반되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대비시켜 창출한 영상이다. 정사신에서 가족 사진이 비치더니 핏물이 흘러내리는 화면으로 연결되는 등, 언어를 배제하고 이미지만으로 상황을 엮어 가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확인된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관객들은 논리적 연결 보다는 카메라가 사물을 핥아 가며 순간 순간 제시하는 감각적 배설물 속에서 헤매야 한다. 이 영화는 이뤄지지 못 한 과거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이 바다에는 누군가의 신부가 되고 싶었던 여자가 살고있어. 내가 가장 부러워 하는 여자야.”

신혼여행 온 현수가 갑판에서 남편에게 담담히 건네는 말이다. 애인의 옛 여인을 부러워 하는, 아니 질투하는 신부. 그녀의 결혼은 행복할까? 그녀는 옛남자를 찾아가, 다시 관계 맺게 될까? 그녀는 과거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위장 결혼한 게 아닐까?

대답은 관객의 몫이다. 관객 각자의 판단이다. 영화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아니,답을 회피한다. 영화의 끝, 관객은 낯익은 이미지 하나를 제시받을 뿐이다. 천진한 동요합창을 배경으로 네 아이가 즐겁게 노는 장면이다. 현수,유진, 진성, 지후의 천진했던 옛날을 상징한다.

‘도시남녀’ ‘모델’ 등 TV 드라마에서 낯을 익힌 김남주가 주연 배우의 행운을 거머쥐고 첫 출연한 영화다.

오지호는 ‘쿨’, 이서진은 ‘파도위의 집’ 등 드라마를 통해 간간히 낯을 익혀 왔다. 유약한 이미지의 서린은 이번이 첫작품. 영화는 단편과 시나리오 작업 등으로 기량을 샇아 온 문희용(36) 감독의 데뷔작이다.

모든것이 선명하고 아름다웠던 과거, 불투명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25일 개봉.



[연극]



ㆍ 극단 미추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극단 미추의 뮤지컬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로 번안 공연된다. 전쟁통에 살아남기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한 순례가 억척스레 살아가는 이야기다.

하녀 신분인 순례가 기지를 발휘하며 난관을 극복해 가면서 주체적인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이 브레히트가 말했던 서사극적 어법으로 어떻게 풀려 나갈까.

정호붕 연출, 이기봉 김동영 등 출연. 상연 시간에 유의. 8월과 9월의매주 토요일 오후 4시와 일요일 오후 3시이다. 미추산방 흰돌극장(02)747-5161


[콘서트]



ㆍ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박 내한 공연

재미 바이올린 주자 알리사 박이온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자로 두각을 나타냈던 주자다. 1995년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크쉬스토프 펜데레츠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작곡가의 지휘로 세계 초연했던 연주자다.

현재 미국 오레곤주립대 음대 교수로 재직중. 이번 콘서트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콘서바토리 교수인 첼리스트 루이스 클라렛도 함께 출연한다.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콩쿨 등 세계적 첼로 콩쿨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리햐르트 쉬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쉬피겔의 유쾌한 장난’ 등 명곡 위주다. 9월 5일 오후 7시 30분부산문화회관 대강당, 7일(오후 8시)과 9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02)391-2822~5


ㆍ 가을밤 수 놓을 플루트 선율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플루트곡이 펼쳐진다. P.A. 제닌의 ‘리골레토 판타지’, 첼시의 ‘알토프루트 솔로를 위한 바닷가 포구의 풍경’, 보짜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목가적인 노래’ 등. 플루트에 정수안, 피아노에 이은영. 9월1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583-6295


[전시회]



ㆍ 동양화가 강상복 개인전

낮은 데로 임하는 동양화가 강상복씨의 개인전이다. 원경보다는 근경, 아래를 보며 조망하는 시선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시선을 통해 대상과 밀착하는 동양화가 무채 또는 담채로 펼쳐진다.

평범한 바윗덩이, 수더분한 개울 등 극히 일상적 풍경이 그의 붓에 의해 화폭으로 옮겨지는 순간 새로운 산수경(山水境)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난다. 알려진 곳을 마다하고 굳이 호젓하고 후미진 곳을 찾아 다니는 마음을 읽어 보자.

‘신륵사 다층석탑’, ‘서산마애삼존각’ 등 명승은 물론,‘여정리’, ‘죽사’ 등 일상적 풍경까지. 27일까지 갤러리 상(相) (02)730-0030


ㆍ 서양화가 이영희 개인전

인간이 의지하는 삶의 지표는 기다림 또는 희망인가. 그렇다면 꿈과 환상은 현실을 초월해 있는 또 다른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과 초현실의 풍경들을 은근과 끈기의 필치로 담아온 서양화가 이영희씨의 전시회가 펼쳐진다. 사진을 능가하는 집요한 세필, 환상적 풍경이 하나의 화폭에 어우러져 져 있는 연작 시리즈 ‘삶의 길’이 펼쳐진다. 9월 12~28일 울산현대미술관(052)235-2143


[라이브]



ㆍ 대니 정 '색소폰의 향연'

퓨전색소폰 주자 대니정이 다시 예술의 전당을 찾는다. 지난 6월 미주 지역에서 발표했던 1집 앨범이 어메리컨 빌보드 어덜트 컨템퍼래리 차트에 진입,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스타.

1999년 대학로 소극장에 이은 두번째 내한 콘서트였던 2001년 6월 예술의전당 야외극장 공연은 일부 TV에서 녹화 방영될 정도. 화려한 무대매너, 달콤함 등이 특징인 그의 음악은 케니 지나 데이비드 샌본처럼 재즈라기보다는 팝이다.

풍요와 안락을 최상의 가치로 두는 우리 시대 젊은 계층의 문화적 욕구와 가장 잘 들어맞는 음악이다. 9월 7~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야외극장(02)525-6929.

입력시간 2001/08/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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