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역사 교수의 거짓말

역사에 대하여 쓰는 역사가나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나 이를 보도하는 신문의 입장에서 이 사건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뉴욕 타임스는 8월21일자 사설에서 “마운트 홀요크 대학(보스턴 남서쪽에 있는 여자 대학)이 이 대학의 죠셉 엘리스 역사학 교수(2000년 ‘건국형제들-혁명세대들’로 퓰리처 상 역사 부문 수상)에 대해 1년간 봉급을 동결한 것은 정당하고 적절한 것이다.

또한 대학 당국은 유감을 당연히 표 해야 한다”고 썼다. 사설 제목은 ‘조셉 엘리스의 거짓말들’이었다.

조셉 엘리스. 미국에서도 알만한 사람이나 알 이 이름을 사설에 박은 이유는 있다. 그의 퓰리처상 수상작 ‘건국 형제들’은 2000년 10월에 나온 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의 10위안에 줄곧 매겨져 있다.

또 조그마한 메사추세츠 산골에 있는 명문 여자대학에서 미국역사를 29년째 가르치고 있는 그는 교수로 보다 ‘건국의 아버지들’의 저자로서 더 알려져 있다.

93년에 낸 ‘열정적인 현인(賢人)- 존 아담스의 성격과 유산’은 그의 이름을 미국 건국 초기 역사, 특히 제2대 대통령 아담스에 관한한 제일 가는 전기 역사학자가 되게 했다.

이어 96년에 낸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에 관한 ‘아메리카 스핑크스- 토마스 제퍼슨의 성격’으로 미국 출판 저작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새 천년 들어 출판한 ‘건국 형제들’은 역사학자나 역사가들이 선망하는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다.

본인 자신이 퓰리처상 언론부문 서평 수상자인 뉴욕 타임스의 미치코 카쿠타니는‘형제들’을 평했다.

“이책은 깃털을 세우는 건국 초기의 분위기를 잘 전해 준다. 엘리스 교수가 앞서의 무척 지적인 두 책, 아담스와 제퍼슨의 성격을 캐낸 것을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 다른 지도자들과 연결해 단편적인 장면을 꽤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고 격찬했다.

‘형제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올해 4월에는 퓰리처상을 받게됐다.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엘리스 교수의 활동 중심지인 보스턴에 본사를 둔보스턴 그로브지는 책이 나온 지난해 11월께 그를 인터뷰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65년에는 101 공정사단의 소대장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웨스터 모랜드 사령관 보좌관으로도 일했고, 미라이 학살전에 참가해 수 많은 시민의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반전운동,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시민운동에 참여했다”며 그때의 ‘암울한 시대’을 소개했다.

그러나 보스턴 그로브지에는 그가 참전한 사실이 없다는 독자의 제보가 잇따랐고 이를 올해 6월에 보도했다.

이때 홀요크 대학의 조안느 크레이톤 총장은 “그로브지가 이 같은 보도를 하는 것이 공중의 이익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이해 할 수 없다”며 신문을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6주간의 조사 끝에 29년간 이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쳐온 엘리스 교수가 월남전에 참전 하지 않았음을 밝혀 냈다. 그때 엘리스 교수는 윌리암 대학을 나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징병이 보류되었고 그 후 4년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전사(戰史)을 가르쳤음이 밝혀졌다.

그는 ‘월남전’ 강의에서 그의 월남참전을 학생들에게 예화로 들었다. 꽤나 인기가 있었다.

크레이톤 총장은 8월17일 “엘리스 교수는 자신에 관한 경력을 오랫동안 속였고, 이는 우리 대학교수들이 엄수하는 교직의 윤리를 어긴 것입니다. 학생들을 잘못 지도했다는 것은 누구도 용서할 수 없다”며 1년간 석좌교수직과 학과장직을 정지시키고 봉급을 동결하기로 대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엘리스 교수는 이에 대해 동의 했으며 학생과 월남전 참전 용사들에 사과했다. “나는 어리석고 나쁜 짓을 했습니다”면서.

그러면 왜 엘리스 교수는 월남전 참전군인임을 가장했을까. 엘리스 교수 본인은 1년간의 반성으로 이를 대신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뉴욕 타임스나 대학교수 단체, 독자들의 반향은 다르다.

뉴욕 타임스는 “강의실의 성실이 학생과 강사에 의해 성스러운 것으로 지켜지지 않는 한 엘리스에 대한 처벌은 가혹 한지 모른다. 강의를 해본 사람만이 강의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를 안다.

강의를 학생들의 기대와 흥미가 일치시킬 때 최상의 강의가 나온다. 엘리스 교수는 학생들의 기대에 너무 부응한 것은 아닐까”라며 엘리스 교수를 이해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 대학교수 협회 마리 버간 사무총장도 “처벌은 공정하다. 그러나 강의가 텍스트 중심이 아니고 담론 일 때 문제가 생긴다. 강의는 강사에겐 꼭 연기 같은 것인데 어떤 때는 과잉연기를 하거나 자기자신이 주인공으로 변할 때도 있다”면서 엘리스 교수가 ‘자기과장의식’에 빠졌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카고에 산다는 조셉 베리테비츠라는 뉴욕 타임스 독자는 “그는 교수로서 갖추어야 할 성실이란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은 만큼 ‘동결’이나 ‘정직’이 아니라 ‘해임’되어야 한다. 나는 그가 쓴 ‘건국’에 관한 세 책도 의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책의 내용이 거짓이 아닌가 의심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극은 현실이다.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역저가 이러할 진데 ‘날탕’으로 만든 역사책이 어떨지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입력시간 2001/08/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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