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바닷길 연 시골뜨기 시계공의 장인정신


■ 경도(Longitude)
(데이바 소벨ㆍ윌리엄 앤드루스 공저/김진준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

1707년 10월 사령관 클로디슬리경이 이끄는 대영제국 함대는 프랑스 함대와의 교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귀국 길에 오른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열흘간을 바다 위에서 헤매던 영국함대는 10월22일 밤 뜻하지 않은 암초와 부딪쳐 전원이 몰살하는 참사를 당한다. 항해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해양을 표류하다 변을 당한것이다.

해양을 통한 무역 교류와 세력 확장을 꾀하던 15~18세기, 유럽 열강들의 최대 관심은 바다 위에서 정확한 항해 위치를 알아내는 일이었다.

당시 망망 대해에서 위치를 알지 못한 배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암초에 걸려 침몰하거나,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참변을 당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현재 자신의 항해 위치와 목적지를 알려주는 경도(經度)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유럽 열강들은 경도 측정 방법을 찾기 위해 왕립 천문대를 설립하거나 천문학적인 상금을 거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 의회는 1714년 유명한 경도법(Longitideㆍ經度法)을 제정,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당시 왕의 몸값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2만 파운드의 거금을 걸기도 했다. 영국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해상 열강들도 비슷한 포상금 제도를 실시하며 경도 찾기에 골몰했다.

이로 인해 당시 위대한 과학자나 천문학자, 발명가, 모험가들이 경도 찾기에 뛰어 들었다.

독일 천문학자 베르너는 달의 운행을 이용하는 월거(月距) 이용법을 시도했고, 천체 망원경의 발견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을 통한 천체력(天體曆)을 고안했으나 모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 밖에 심자측고의나 후면측고의, 자기편각 이용법, 밤하늘 경도 자오선 그리기 등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임시 방편으로 한 지점에서 일정한 시각에 바다 쪽으로 대포를 쏴 배들이 귀로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법이 동원 되기도 했고, 심지어는 신비의 가루약을 이용해 상처 입은 개의 울음 소리로 항해 위치를 파악하려는 황당한 방법까지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대부분 실효성이 없이 끝났다.

바로 이런 경도 찾기 방법에 해결책을 제시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평민 출신의 시골뜨기 시계 수리공인 존 해리슨이었다.

영국의 천재 기술자인 해리슨은 정확한 시계를 통해 뉴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마침내 이룩해 낸다. 정식 교육을 못 받은 그는 자신의 비범한 두뇌로 높은 기온과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오차가 없는 시계를 만들어 경도에 대한 인류의 고민을 해결했다.

그는 녹슬지 않는 소재를 사용해 윤활유가 없어도 되며, 외부에서 요동을 쳐도 부품끼리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시계를 제작, 경도 문제를 완전 해결 했다.

전직 뉴욕타임스 과학부 기자였던 데이바 소벨이 쓴 ‘경도(생각의나무 펴냄)’는 바로 이런 시계 수리공 존 해리슨의 인생 역정과 경도 측정 방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유럽 열강들의 노력과 도전사가 담겨 있다.

왕실 학자들의 방해 공작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큰 업적을 달성한 한 인간의 장인 정신의 표상을 보여준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8/28 16:51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