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믿고 싶지 않은 조훈현의 흔들림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⑪

첫판을 패한 다음에도 바둑가의 전망은 반반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조훈현의 팔을 들어주고 싶은 것이 당시의 심정이었다. 다만 조훈현 스스로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응씨배를 먹은 다음 조금 목표의식이 흐려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국수전을, 그것도 제1국을 빼앗긴다는 것은 조훈현으로서는 상대를 두려워할 만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창호가 이긴 것을 우연이라고 해도 조훈현은 이창호의 펀치력을 알고 있다. 조훈현이 실수가 있었다곤 하지만 그 실수를 다 받아먹고 이겨 가는 것은 아니다. 이기는 자만이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드디어 제2국. 그러니까 조훈현은 막판이란 심정으로 이 한판을 임했다. 패하는 날이면 나머지 세 판을 막판이란 부담감속에서 싸워야 한다. 그것은 곧 패배요 고통과 마찬가지이다.

이창호가 흑을 들었다. 3연성을 폈다. 이창호가 새로운 메뉴를 들고 나왔다. 3연성에서는 날일자로 걸칠 때 한 칸 협공이나 그냥 한 칸으로 받는 경우가 흔한데 이번엔 이창호가 두 칸 높은 협공을 들고 나왔다.

그것이 새로운 메뉴다. 이창호는 초창기부터 신수가 보이지 않아 천재소리를 못들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유창혁은 번뜩이는 재치로 간혹 신수를 구사하기도 했었지만, 이창호는 두는 수마다 오히려 유행과는 동떨어진, 시대에 역행하는 수만 들고 왔다.

그것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란 소리를 듣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릇 천재란 톡톡 튀는 기지에다 번쩍이는 재치로 상대가 예상치 못하는 신수를 구사해야 어울린다.

그러나 이창호는 화점 바둑을 계속 구사하는 것도 당시에는 뻔한 수로서 거의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할 포석이었다. 접바둑 정석이라 하여 날일자 걸침에 붙여 막기도 이창호가 유행시킨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과거에 우리 딴에 검토가 끝나있는 것을 다시 꺼집어내어 오늘날에 맞게 변모시킨 것이 이창호의 특징이었다.

그런데 3연성에서 새로운 메뉴를 들고 나왔으니 그것은 바로 느슨하다고 생각되는 두 칸 협공이었다. 바로 이런 수법이 이 상황에서는 느슨하다고 하여 안 쓰는 수법이지만 이창호는 '이럴 때 이런 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품었고 그것을 곧장 실전에도 '연습 삼아' 등장 시켰다.

조훈현은 철저히 파고들어 급기야 바둑은 백 실리 흑 세력으로 양극단을 달리게 된다. 그러나 국후 두 칸 높은 협공에 대한 백의 응수가 잘못되었다고 조훈현이나 이창호나 밝힌 바 있으니, 조훈현이 실전 당시 그 '잽'에 제대로 응수를 못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만다.

이창호의 덤덤한 응수에 조훈현은 홱홱 바람을 가르는 날렵한 수법을 응수했으나 바위 앞에 계란 마냥 의문 투성이만 두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수를 두었군."구경하던 고참기사들이 혹평을 하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이창호는 가만히 있는데 조훈현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재주를 부리는 형상.

이렇게 되고 보니 검토실에서는 설이 무성했다. 흑이 3연성으로 차지한 집은 50집으로 잡고 백이 그 대가로 차지한 집을 모조리 합쳐도 그 정도는 되었다.

국후 검토 때도 이창호는 팽팽한 국세가 아닐까 했으나 "흑의 비세"라는 말에는 수긍하지 않는 눈치였다. 수긍을 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앞선다는 얘긴가?

이창호는 자신의 바둑이 옳게 가고 있는데도 15세라는 나이 때문에 선배들의 의견에 극도로 개입하지는 못했다.

[뉴스화제]



이세돌 창하오에 완패-한중 천원전서 0:2로 패배

중국 천원 창하오 9단이 5년만에 한중 천원전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8월22일 중국 상하이 인터내셔널 볼링리조트 2층 대회장에서 열린 제5회 한·중 천원전 3번기 제2국에서 이세돌 3단이 창하오 9단을 맞아 256수만에 흑으로 불계패했다.

지난 97년 한중 천원전이 처음 시작된 이래 4년 연속 이창호 9단을 만나 연패를 당했던 창하오 9단은 지난 20일의 1국의 승리에 이어 2연승으로 5년만에 첫 우승컵을 안게 되었다.

반면 1국을 역전패 당한 뒤 2국에서 반전을 노렸던 이세돌 3단은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을 벌인 끝에 중반 이후 우세를 확보했으나 창하오 9단의 뒷심에 말려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승리를 내주었다. 이로써 이세돌 3단은 상대전적에서도 창하오 9단에 1:3으로 뒤지게 되었다.

한중 천원전의 우승상금은 1만 달러. 준우승 상금은 5000달러.

입력시간 2001/08/28 17:5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