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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홈 스위트 스쿨' 교육 혁명인가, 공교육의 위기인가

[TIME] '홈 스위트 스쿨' 교육 혁명인가, 공교육의 위기인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를 시키는 부모들은 이제 속세를 등진 은둔자들이 아니다.

이달 초, 미국의 유명 백화점 J.C. 페니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홈 스쿨링(homeschooling: 한국은 재택교육, 일본은 홈 에듀케이션(home education)이라고 함) 운동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페니는 홈 스쿨링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짓궂게 표현한 티셔츠를 팔았다. 이 티셔츠에는 홈 스쿨링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 철자법도 제대로 모른다고 비꼰 듯한 ‘홈 스쿨드(home skooledㆍ 정확한 표현인 home schooled(student) 는홈 스쿨링 학생을 뜻함)’이란 글이 새겨져 있었고 트레일러 하우스(트레이러를 집으로 개조해 사는 집. 홈 스쿨링을 하는 집은 무식하고 막되어 먹은 빈곤층이라는 암시)가 그려져 있었다.

페니의 관계자는 홈 스쿨링 가족들을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 티셔츠는 페니가 디자인한 것이 아니었고, 이미 다른 가게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러나 페니는 8월8일 이 티셔츠를 매장에서 전격적으로 철수시켰다. 홈 스쿨링 가족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페니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개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170만명 추산, 폭발적인 증가 추세

페니 측은 홈 스쿨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홈 스쿨링 가족이 급격하게 늘어난 사실도 몰랐다.

한 연방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현재 최소 85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1년 현재 홈 스쿨링 학생은 1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4년까지만 정부가 집계한 홈 스쿨링 학생의 수는 34만5,000명이었다. 한마디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사실 홈 스쿨링 학생의 수는 최대로 늘려 잡더라도 미국 전체 초ㆍ중ㆍ고 학생의 4%에 불과하다.

이는 곧 일부 주, 예를 들어 알래스카, 델러웨어, 하와이, 뉴 햄프셔, 노스 다코다, 로드 아일랜드, 사우드 다코다, 버몬드, 와이오밍 등 이른바 ‘벽촌’과 동부의 ‘꼬마 주’의 일부 지역은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보다 집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홈 스쿨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가 어린 세대에 대한 교육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공교육 개념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어떤 교육구는 학생들이 홈 스쿨링으로 대거 돌아서면서 학교에 대한 정부지원의 감소로 재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학생 수는 정부가 재정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 기준인데다 학부모의 기부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문제를 별개로 하더라도 이 같은 ‘가족유출’은 학교에 대한 공공의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에 손상을 주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과 미국의 초기 선각자들은 학교가 민주주주를 유지하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믿었다. 학교를 통한 공공교육에서 모든 사람들이 가치관을 공유하고 보편적인 역사관을 배움으로써 미국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후손에게 계승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티약은 “우리는 빨간 벽돌로만든 조그만 학교에서 교육에서의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에서의 교육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 스쿨링은 교육을 지역 사회 등 공동체가 함께 추구해야 할 공통분모가 아니라 한 가족이나 친구나 친지, 이웃 등 임의로 구성한 소모임이 담당해야 할 일로 규정하고 있다. 어느 쪽의 입장이 타당한 것일까.

일부의 바람직하지 못한 점을 제외하면 홈 스쿨링에서 교사 역할을 하는 부모들이 공립학교의 교사보다 더 잘 가르치고 있다는 각종 자료들이 있다. 홈 스쿨링 학생의 SAT(미국의 대입 학력고사) 평균 성적은 1,100점으로 전체응시자의 평균 성적보다 80점이 높다.

그러나 홈 스쿨링 학생의 성적이 공립학교보다 더 우수하다고 해도 홈 스쿨링 학생들이 공립학교 학생보다 훌륭한 학생이 되고, 훌륭한 시민이 된다는 뜻으로까지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홈 스쿨링이 공립학교의 위상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아리조나 주의 마리코파 카운티를 살펴보면 된다.

마리코파 카운티에는 대략 7,000명의 홈 스쿨링 학생이 있다. 이 같은 숫자는 이 카운티의 전체 초ㆍ중ㆍ고학생의 1.4%에 불과하다. 그러나 재정지원이란 측면에서 보면 7,500명의 홈 스쿨링 학생으로 인해 공립학교는 무려 3,5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원이 줄어들었다.


학교 재정에 심각한 타격

플로리다 주는 홈 스쿨링 학생 수가 91~92학년도에 1만39명이었으나 현재는 초ㆍ중ㆍ고생의 1.7%인 4만1,128명으로 늘었다. 이 바람에 플로리다 주의 각급 학교에 대한 주 정부 교육예산 지원이 1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물론 가르칠 학생 수가 감소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지원금을 삭감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다. 그러나 플로리다의 각 교육구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었다.

아이오와 스테이트 대학의 교육학부 교수 크리스 루비엔스키는 “홈스쿨링은 공교육의 위상을 흔드는 사회적 위협”이라며 “특히 홈 스쿨링을 하고 있는 부모의 일부는 대단히 부유하고 똑똑한 사람들로 세상물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사실 요즘의 홈 스쿨링 가정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홈 스쿨링하면 가정 형편이 어렵고 부모의 학력이 떨어지거나 문명과 담을 쌓은 채 수도승처럼 사는 독실한 기독교 가정이 연상됐다.

그러나 요즘에는 잘 살고, 많이 배운 집안에서도 홈 스쿨링을 하고 있다.

많은 공립학교들이 그 동안 자신들의 입지를 허무는 자해를 일삼아온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백해무익한 교원노조와 철면피 같은 교육관료, 학교 당국의 경직되고 ‘밥맛’ 없는 자세 등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괜찮은 부모들이 지금처럼 대거 제도권 교육에서 계속 이탈하면 공립학교는 더욱 휘청거릴것이다.

아칸소 주 정부 교육국장인 레이 사이몬은 “주정부가 공립학교에 주는 지원금의 3분 1은 재산세에서 나온다”며 “많은 학부모들이 현행 학교 시스템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한다면 주 정부가 각급 학교에 재정지원을 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학교 운영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홈 스쿨링은 무한팽창할까. 분명히 한계점이 있을 것이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 인내심이 요구된다.

따라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오붓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앞으로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미국경제에 더욱 주름살이 간다면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에 보낼 여력이 없는 중산층 부모들은 홈 스쿨링을 힘겨워할 것이고 자녀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직장에 나가야만 하는 부모에게 공짜인 공립학교는 더욱 매력적인 자녀교육방법으로 부각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홈 스쿨링은 매년 11%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공교육의 이념을 불신하는 광신도 부모나 선택하는 괴상한 자녀교육법이 아니다.

연방정부의 한 자료에 따르면 홈 스쿨링 가족의 4분의 3분은,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자녀가 받을 교육의 질을 고려해 홈 스쿨링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주 정부의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적 이유로 자녀를집에서 교육시키는 가정은 홈 스쿨링 가정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베네딕틴 대학의 정보학과 교수로 17살 난 딸을 홈 스쿨링하고 있는 루이지 맨카는“문제는 학교가 자산의 의무를 저버린 데 있다”며 “학교는 이미 교육을 등졌다”고 주장했다.


"홈 스쿨링은 최상의 교육 실현이 주 목적"주장

미국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윌리엄 베네트는 요즘 전국을 순회하면서 홈 스쿨링의‘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홈 스쿨링 회의에 참석한 베네트는 “나는 많은 사람이 믿고 있는 상식이 이제 혁명을 만난 것처럼 붕괴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여기에 왔다”며 “아마도우리 교육은 홈 스쿨링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때 공립학교에 대한 연방지원을 책임졌던 사람이 공립학교를 버리라고 설파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어색했다. 마치 콜린 파월 국방부 장관이 미국 육군을 해체하고 지역의 민병대를 규합해야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보좌업무를 하고 있는 팀과 변호사 업무를 파트 타임으로 하고 있는 라이사 부부는 2명의 자녀를 집에서 교육시키고 있다.

이 부부는 부인이 자녀교육을 전담하던 과거 홈 스쿨링 가정과 달리 남편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2년 전부터 홈 스쿨링 지원그룹을 결성, 홈 스쿨 인종이나 정파에 관계 없이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80년대 홈 스쿨링을 모든 주에서 합법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통파 기독교인은 물론 중포파들도 홈 스쿨링에 대거 동참하고 있다.

정통파 기독교인으로 일찌감치 홈 스쿨링 운동에 참여했고 현재 10개 가정이연대해 결성한 홈 스쿨링 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수지 카프라로는 “우리는 지금 종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칠 학습공간을 물색하고 있다”며 “우리 모임의 목적은 종교가 아니라 최상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홈 스쿨링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공교육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또한 배출된 학생들 중 일부는 대학 진학 등으로 집을 떠난 후 부적응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예일대학의 학부학생 입학담당 과장인 리쳐드 쇼는 “홈스쿨링 출신 학생들 중 상당수는 무척 영민하다”며 “그러나 그들은 동료학생은 물론 대학공동체와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배워야 할 때가많다”고 말했다.

또한 홈 스쿨링 학생들은 명작을 많이 읽지만 교사 역할을 하는 부모를 제외하면 토론할 사람이 없다. 또 물리 화학 등 특정 분야에 학생들이 소질을 보여도 부모가 이 분야에 지식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이끌어 줄 수가 없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포함한 일부 주는 공교육과 홈 스쿨링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홈 스쿨링 학생이 물리나 미식축구 등 일부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물론 공립학교가 이처럼 문호를 개방한 것은 정부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공교육과 홈 스쿨링의 대립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교사협회 관계자는 “홈스쿨링 학생을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홈 스쿨링 학생이 공립학교의 일부 강의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일부 홈 스쿨링 단체는 삭감된 공립학교에 대한 주정부 교육예산 지원금이 홈 스쿨링 쪽으로 배정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양측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건강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날이 올 것이다.

홈 스쿨링 전도사로 변신한 윌리엄 베네트 전 교육부 장관은 “학교 행정담당자들이 앞으로 중국집 메뉴판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될 것이며 홈 스쿨링 학생은 수학은 A학교에서, 브라스밴드는 B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시간 2001/08/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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