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엎친데 덮친 여권

정가에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 폭풍이다. 한나라당은 8월24일 김대중 대통령이 임 장관을 경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직후 전격적으로 임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해임 건의안에서 “임 장관은 친북자들의 이적행위가 예상됐음에도 ‘8ㆍ15 평양통일축전’ 방북을 허용, 국가 전체를 보혁갈등으로 몰아 넣었다”면서“정부의 대북정책 책임자로서 임 장관은 대북정책 실패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방북단 일부의 돌출적인 행동은 잘못된 것이지만 임 장관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남북 민간교류 확대 차원에서 방북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약속과 방북단의 각서를 받고 방북을 허용한 만큼임 장관을 경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북단의 평양소동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쁜데다 보수를 표방하는 자민련이 이 사안에서는 한나라당과 ‘선택적 공조’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란이 일고 있다.


‘임동원 해임안’ 자민련 움직임에 따라 파란 예상

이만섭 국회의장도 한나라당이 제출한 해임건의안에 대해 국회법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이는 30일로 예정된 국회본회의가 열리면 해임건의안을 보고하겠다는 뜻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이 지난 뒤 72시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

8월 임시국회의 회기가 31일까지인 만큼 31일 자정이 해임건의안 처리의 최종 시한이 되는 셈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물론 해임안 국회 보고가 정기국회로 넘어갈 개연성도 있다. 이 경우 임 장관 해임건의안 폭풍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해임건의안이 국회 표결상황으로 가면 의석분포 상 여권에 불리하다. 현재 국회 의석은 한나라당 132석, 민주당 114석, 자민련 20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무소속2석 등의 분포다.

16대 국회 의석 정수는 273석이나 선거무효로 2석이 줄어 재적의원은 271석이며 해임건의안 가결 정족수는 과반인 136석. 한나라당이 4석만 더 확보하면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데 무소속인 강창희 의원과 한국신당의 김용환 의원이 최근 친 한나라당 성향을 뚜렷이 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필요한 의석은 단 2석이다.

문제는 자민련이다. 김종필 명예총재가 “공조는 깨지지 않는다”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당내의 전반적인 기류는 임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쪽이다.

이완구 총무는 이미 한나라당이 제출한 해임건의안에 반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 놓고 있으며 변웅전 대변인도임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청와대측은 결국 JP와 자민련이 해임안 부결 쪽으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자민련은 김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서 임 장관을 경질하는 것이 여권공조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맞서고 있다.

자민련은 이번에 쉽게 물러서면 자민련의 정체성이 흔들릴 뿐 아니라 JP의 대망론도 타격을 입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입장도 강경하다. 햇볕정책의 전도사 격인 임 장관을 경질할 경우 국민의 정부가 정력적으로 추진해왔던 대북 포용정책이 크게 흔들리고 임기 후반부를 맞아 이를 회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JP가 청와대의 설득을 받아들여 해임건의안 부결 쪽으로 기운다 해도 자민련 의원 전원이 이를 따를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검찰수뇌부 탄핵안 처리 때도 자민련의 상당수 의원이 당지도부 결정에 반발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권은 8월27일 청와대에서 여 3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한 데 이어서 29일 여권 3당 국정협의회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한 이해와 결속을 도모한다. 하지만 여권 핵심부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30일로 예정돼 있는 자민련의 연찬회도 주목되고 있다.

임 장관 해임건의안 폭풍 속에서 여야영수회담은 심하게 표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수회담을 통해 임 장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여야 대치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영수회담 성사는 힘들어 보인다.

추경안 등을 처리키로 한 8월 임시국회도 언론국정조사의 증인선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중권대표 돌연 입원, 사실상 당무거부

민주당의 구로을 재선 후보갈등도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김중권 대표가 사실상 구로을 출마를 기정사실화하자 청와대측이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급기야 김 대표는 27일 병을 이유로 확대간부회의에 불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정권 말기의 권력누수와 맞물린 여권 내 파워게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있다. 민주당은 공천심사위를 가동, 구로을 후보문제를 매듭짓는 수순에 들어갔지만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8/28 19:2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