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개와 인간의 '좌충우돌'


■베스트 쇼

바다는 물론 수영장이나 산, 심지어는 지하철이나 식당에까지 애완견을 안고 다니는 이들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개 산업이 꽤 발달했겠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개만 보면 무서워 소리를 지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발발이 정도가 아닌, 늑대만한 개를 풀어놓는 이들을 보면 인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을 가까이 하면 정서상으로도 좋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것부터 배워야하지 않을까? 개 사랑이 인간 존중보다 우선하는 이들에게는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은개 영화가 출시되었다.

개 콘테스트를 소재로 한 코미디 < 베스트 쇼 Best inShow >(15세, WB)는 크리스토퍼 게스트의 2000년 작이다.

게스트 감독은 국내에 비디오로만 공개된 <거프만을 기다리며>로 인정받은 코믹 배우 겸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작곡가이다.

< 거프만- >은 연극에 대한 애정이 유별난 오합지졸의 아마추어 연극인들이마을 축제에 뮤지컬을 올리기까지를 그린 코미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이 배꼽잡는 코미디는 뭉클한 감동까지 안겨준다.

게스트의 기이한 유머가 돋보이는 또 다른 작품으로는 17년만에 재기를 준비하는 왕년의 록 그룹을 다큐멘타리식으로 다룬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가 있다.

< 베스트 쇼 >는 두 영화의 장점을 잘 혼합한 코미디다. 주조연없이 등장 인물 모두가 주인공으로, 개들도 출연진 명단에 장황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진 레비와 캐서린 오하라 등,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를 그대로 기용하여 팀 웍을 과시한다.

또한 인터뷰와 중계 방송 등 실제 사건을 취재하는 다큐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황당한 이야기를 워낙 진지하게 다루고 있어 옷깃을 여며야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개 종류가 이리 많은가 감탄하면서, 그 보다 더 다양한 인간 행태에 놀라게 된다.

125년 전통을 자랑하는 메이플라워 애견대회에 휘장을 내걸 때가 가장 흥분된다는 협회장. 전국 각지에서 출전하는 3,000마리의 개와 그들의 까다로운 주인을 모시기위해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호텔 메니저.

"이처럼 사랑스러운 개를 먹는 나라가 있다니"라고 탄식하는 아나운서와 해설가. 카메라는 유망 수상견과 그 주인들을 출전 직전부터 동행 취재한다.

머레노종 베아트리스를 출전시킬 해밀턴 부부. 카마수트라에 나온 암소 자세로 섹스하는 자신들을 본 베아트리스가 충격을 받았다며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베아트리스가 끝내 우울증을 극복 못해 대회 도중 퇴장 당하자,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섹스에 개의치 않는 새로운 개를 자식으로 삼는다.

테리어종의 윙키를 출전시킬 쿠키(캐서린 모하라)와 제랄드(유진 레비) 부부는주민의 환송 파티에서 자작곡 'God Loves a Terrier'를 부르며 결의를 다진다.

대회장에 이르는 동안 쿠키가 처녀 시절에 관계한 무수한남자들을 만나 "내가 상대해본 최고의 웨이트리스"등등의 말을 듣게되지만, 제랄드는 끝까지 참아 마침내 우승을 차지한다.

낚시 가게를 운영하는 할판은 블러드하운드 종인 휴버트를 데리고 출전하나, 자신이 가야할 길은 복화술사라는 사실을 깨닫게되며, 갑부 게이 커플 스캇과 스테판은 시추로 종을 출전시키며 엄청난 의상을 준비한다.

2년 연속우승한 푸들 랩소디 인 화이트를 출전시킨 노갑부의 젊은 육체파 아내 셰리앤은 개 조련사 크리스티와 동성애에 빠진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8/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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