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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영화세상] “돈 많이 벌었네”의 안과 밖

[이대현의 영화세상] “돈 많이 벌었네”의 안과 밖

‘좋은 영화사’ 대표 김미희(37)씨. 요즘 그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돈 많이 벌어 좋겠네”이다. ‘신라의 달밤’이 전국 430만명을 기록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첫영화 ‘주유소습격사건’때도 그랬다. 예상을 넘어 서울 95만명을 기록하자 사람들은 “돈벼락 맞은 사장”이란 소리를 했다.

김 대표는 그 말이 너무너무 듣기 싫다. 우선은 그 말이 갖는 다양한 뉘앙스 때문이다. ‘잘 나간다’는 축하와 칭찬일 수도 있지만, 부려움을 넘어 빈정거림도 느껴진다. 설령 순수한 뜻이라도 한편으로 성공을 단정하는 듯한 것이 못마땅하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그렇다면 다음 작품에 실패하면 어떻게 말할까. 그것을 상상하면 두렵다. 아직도 신생영화사에 불과하고 ‘선물’까지 겨우 세 편을 만들어 작은 성공을 했는데, 메이저 영화사로 추켜세우는 것도 불안하다.

충무로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과거는 무시한다. 단지 대박이 터지는 그 순간의 모습만 보고 마치 도박의 잭팟이 터진 것을 부러워하듯 “돈복 터졌네”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얼마나 많은 투자로 손해를 받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하나. 오직 수입만 본다. 그것이 어떻게 나눠지고, 쓸곳이 어디 어디인지 따져보지 않는다. 김미희 대표도 그것이 무엇보다 섭섭하고 안타깝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김 대표는 아내와 오랜 지기이다. 그래서 그의‘옛 날’을 잘 아는 편이다. 둘은 영화사 ‘화천공사’ 식구였다. 1988년 아내가 그곳을 나올 때 김 대표가 들어갔다.

넓게 보면 명필름의 심재명, 시네미서비스의 지미향 이사와 함께 제1세대 여성영화 기획자들이다. 벌써 13년이나 충무로밥을 먹었다. 그 밥이라는게 ‘눈물이 반 섞인밥’이다.

김 대표의 말을 빌면 “일은 모두 다, 심지어 동아수출공사에 있을 때는 극장 일까지 하는 전부이고 월급은 겨우 생활할 수 있는 만큼”이었다.

또 여자라고 얼마나 무시당했는가. 그렇게 두 영화사를 거치고, 또 프리랜서로 일한 1년 등 7년은 그에게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였다. 영화일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버텼고, 1995년부터는 시네마서비스(당시 강우석프로덕션)에서 영화기획일을 이어갔다.

‘좋은 영화사’란 이름을 걸고 독립해서 김상진 감독의 ‘투캅스3’에 마케팅 지분만 투자했다. 겨우 950만원. 갖고있는 돈의 전부였다. 50만원이 모자라 1,000만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나마 흥행실패로 모두 날아가버렸다. 다시 시네마서비스로 들어가 6개월을 지내면서 그는 자신에 능력에 대해 회의했다. ‘주유소습격사건’까지 13년의 세월. 아마 잃은 것도 많을 것이다. 지금의 흥행성공은 아직 그 잃은 것들을 보상하지 못한다.

엄청날 것 같지만 투자자, 감독 몫을 빼고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그가 번 돈은 5억원 정도. 일년 경상비로 쓰고 남은 돈으로 작은 내 집 하나 장만했다.

‘선물’은 또 다시 영화사를 일년동안 운영할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면 ‘신라의 달밤’으로 그는 얼마를 벌까. 투자자 몫 60%, 나머지 40%에서 감독, 남의 작품을 가져온 대가를 뺀 30%가 그의 것이다. “7억원 정도”라고 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일년 경상비가 4억원이니 ‘돈벼락’은 분명 아니다. 돈 걱정없이 내 영화사에서 다음 영화를 만들 만큼이다.

제발 눈에 보이는 돈만 보고 얘기하지 말자. 그 뒤에 숨은 땀과 눈물을 보자. 김미희 대표의 말처럼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 만들어서 좋겠다”고 하자. 영화제작자에게 그보다 고마운 말이 어디 있으랴.

이대현 문화과학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1/08/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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