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숨막히는 바다, 신음하는 어민

바다가 숨쉬기를 힘들어 하고 있다. 죽음의 띠 적조가 남해안의 어장과 양식장을 집어 삼키며 청정해역을 눈물과 한숨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

적조는 8월14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해역에 주의보가 첫 발령된 이후 경남과 전남의 남해안 전역으로 확산됐다. 또 동해안으로 북상중이어서 동해 삼척까지 확산되며 746억원의 피해를 가져왔던 1995년 적조대발생과 같은 악몽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95년 적조를 유발한 불볕더위, 태풍 비켜가기 등의 결정적 요인에다 높은 해수온도와 많은 강수량이라는 추가적인 악재까지 가세한 상태여서 전문가들은 이번 적조가 사상 최악의 적조대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서해안은 ‘새우바이러스’로 이미 300㏊의 새우양식장이 집단폐사했고 제주연안은 중국에서 흘러든‘저염분 수대’로 양식장이 위협받고 있다.

적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잉 번식, 바닷물이 검붉게 변하는 현상이다. 수중의 산소를 급격히 감소시키고 유해물질을 발생시켜 부근 수역의 어패류를 떼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어민들의 가슴이 시꺼멓게 타고 있다. 황금어장으로 유명한 전남 여수시 화태도의 박양식(34) 화태어촌계장은 “자식 같은 물고기를 살리기 위해 며칠째 양식장에서 밤을 새웠다”며 “마을 어민 모두가 적조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고깃배는 띄울 생각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적조는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여름철이면 으레 찾아오는 불청객이라며 황토뿌리기 같은 임시방편 밖에 방법이 없다’는 식의 자세는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정부와 국민이 오염물질의 유입을 막는데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나라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8/29 15:2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