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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 혼자만의 문제 아니다

'林' 혼자만의 문제 아니다

대북정책·레임덕·DJP 공조 등 '근간' 흔들릴 위기로 인식

임동원 통일부 장관과 햇볕정책이 먹구름에 덮혀있다.‘햇볕정책의 전도사’라 불렸던 임 장관이 햇볕정책과 명운을 함께하는 것은 당연지사.

임 장관이 결정타를 맞은 것은 그가 그토록 설득의 대상으로 삼았던 북한도 아니고, 그를 ‘강판’시키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았던 야당도 아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평양에서 열린 8ㆍ15 통일축전에 참석했던 일부 재야ㆍ운동권 인사들이다.

이들의 돌출행동이 그간 일반 국민들의 가슴속에 잠재되어 있던 대북경계심리를 일깨웠고, 이를 빌미로 야당은 ‘햇볕정책과 임 장관’에 대해 전면전을 선언했다. 자민련마저 ‘공동여당’의 굳은 약조를 깨고 등을 돌려 버렸다.

그러나 한꺼풀을 들쳐보면 여야 3당간에는 나름의 정치적 복선과 시국계산법이 작용하고 있다. 여야 3당과 청와대에선 ‘임동원 변수’가 내년 대선까지 정국운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실패한 햇볕정책” “정치보복”맞서

8월 24일 오전 당3역 등이 모인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 이날의 의제는 ‘임동원’ 이었다.

당초 한나라당에선 해임안 제출을 잠시 유보할 태세였다. 지금껏 주요 정국 현안이 생길 때마다 ‘해임안 공세’로 일관해 온 야당이었기에 ‘이번에도 해임안이냐’는 여론의 눈총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당 3역을 비롯한 권철현 대변인은 틈날 때마다 “임 장관이 자진 사퇴하라.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해임시키라”고 사퇴와 해임을 강조해 왔다. 이날 회의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야당은 결국 회의후 전격적으로 해임안을 제출했다. 이유인 즉 “자칫 실기하면 여권의 여론 희석작전에 말려 버린다”는 것이었다.

‘통일부 장관 임동원은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집행을 총지휘한 인물로서,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까지도 성사시킨 햇볕정책의 핵심 사령탑임.

또한 임동원은 국정원장으로 있으면서 김정일과 귓속말을 나누고 북한의 김용순 비서의 수행비서 역할을 자임하는 등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국정원을 북한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바 있으며 …(중략)

8ㆍ15 평양축전을 앞두고 친북자들의 노골적인 이적 행위가 예상되었음에도 임동원은 하루만에 방북허용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 등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소속 간부들에 대한 방북불허요청도 묵살해 국가전체를 남남갈등, 보혁갈등으로 갈갈이 찢어 놓아 버렸음…(생략)’

햇볕정책에 대한 ‘증오심’까지 엿보이게 하는 해임건의안의 일부이다. 야당이 임동원의 퇴진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당의 한 관계자는 “햇볕정책은 이미 실패로 끝났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위해선 지휘자인 임 장관의 퇴진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그시각 청와대 박준영 공보수석은 기자들에게 ‘임장관 퇴진 불가’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극단적인 냉전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환상적인 통일론자들도 있는데 그 어느 쪽도 민족문제의 해결이나 남북문제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평양축전에서 돌출행동을 한 일부 인사들을 ‘환상적 통일론자’로, 햇볕정책의 포기를 주장하는 야당을 ‘극단적 냉전주의자’로 비유한 셈이다.

그는 특히 “1,3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이뤄온 우리 민족이 지혜를 발휘해 통일로 가는 화해 협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역사의 소명이기 때문에 중단돼서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임 장관의 거취를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퇴진 불가를 못박았다. 민주당의 전용학 대변인은 “햇볕정책 죽이기 일뿐 아니라 정부 핵심인사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야당의 해임안 제출을 비난했다.


여야 ‘3당 3색’ 속내

여야는 지금 ‘임동원 처리’를 놓고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햇볕정책만 완전히 무너뜨리면 더 이상의 DJ정권이 내세울 것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IMF위기 극복도 이미 장기간의 경제 침체로 빛을 바랬고, DJ정권에서 추진한 각종 주요 개혁정책은 의약분업 사태, 국민연금 혼란, 교육난맥상 등으로 이미 ‘실패’로 결론이 났다고 보고 있다.

결국 마지막 남은 DJ정권의 상징물인 ‘햇볕정책’이고 임장관의 해임으로 이마저 실패했다고 ‘낙인’을 찍게 하겠다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이 같은 인상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인식되 온 임 장관을 낙마시키는 것이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단순히 임동원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임동원이 아닌 햇볕정책을 버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주문은 청와대와 여당에게는 대북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항복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이를 누구 보다 잘 아는 김 대통령과 청와대가 무릎을 꿇기는 현상황으로는 어렵다. 김 대통령은 이미 임 장관에게 햇볕정책의 일관된 추진과 부작용없는 남북교류 대책을 당부하며 그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권에선 특히 ‘임동원퇴진= 레임덕’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다. 야당에 밀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불명예 퇴진할 경우 그 여파는 대북정책에 머물지 않고 국정전반에 미칠 것이라는 뜻이다.

한가지 고려할 점은 임 장관의 거취문제는 북한과의 관계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임동원 장관이 해임될 경우 남북관계는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 장관이 해임되면 북한의 김정일은 곧 이를 김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김대통령과는 더 이상 거래할 것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답방은 물건너 가게 되고, 여권은 더 이상 ‘대북카드’에 기대를 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면 야당이 왜 ‘임동원 해임’에 매달리는 지가 좀 더 명확해 진다.

자민련은 이번 기회를 JP의 ‘독자노선’을 천명하는 계기로 삼는 듯하다. 원조 보수 정당이 당의 정체성이라고 내세우기 때문에 민주당에게도 할말이 있다.

특히 내년 대선 구도를 앞두고 민주ㆍ한나라당 사이에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자민련으로선 ‘임동원 사태’를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해임안 처리의 캐스팅 보트를 쥔 자민련으로선 민주당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수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 공조의 틀을 깰 수있는 명분도 생긴다. 물론 ‘JP대망론’에도 어느 경우나 보탬이 된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자민련은 완강하다. 이완구 총무는 24일 오후 청와대 남궁진 정무수석에게 “청와대가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여론 수습을 위해 임동원을 사퇴시키는 것 이외에 대안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지원 ‘등판’으로 일석이조 노릴 수도

정가에선 청와대에서 결국 임 장관의 거취를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국회 를 앞두고 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기가 힘이 부칠 뿐만 아니라 여론의 추이도 여권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지금 청와대는 임 장관의 거취가 아니라 임 장관에 버금가는 후임자 물색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 장관이 물러나도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과시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운다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정국을 풀면서 햇볕정책과 대북관계에 금이 가지 않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정가에선 박지원 정책수석의 기용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 역시 임동원 장관과 평양을 오가며 6ㆍ15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1등공신.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가에선 ‘임동원 문제’를 결정할 1차 관문으로 DJP회동을 꼽고 있다. DJ가 임동원 문제에 대해 JP를 설득할 경우 여권은 숨통이 트인다. 8월국회이든 정기국회이든 일단 ‘해임안 가결’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JP의 측근들은 “임동원 장관의 처리문제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만나서는 안된다”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동원 장관의 거취는 현재 상황에선 ‘시계(視界) zero’의 상황이다. 워낙 정치적 복선이 많이 깔려있고 변수도 많다. 그러나 여권이 임장관 처리를 둘러싸고 사면초가에 몰려있고, 임장관이 퇴진 하든 안하든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1/08/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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