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발표, 수치에 현혹되면 상투 잡는다

상반기 실적발표, 저평가주·실적 호전종목 찾기

8월 16일 거래소 및 코스닥 12월 결산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일괄 발표됨에 따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모래 속 진주 찾기 작업이 한창이다. 실적 대비 저평가주를 찾아 투자하는 것 만큼 확실한 투자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의 속성상 실적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경우도 많은 만큼 수치만 보고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자칫 상투를 잡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반면 실적호전 등이 주가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종목들도 적지 않아 잘만 고르면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적 투자시 주의 할 점과 실적 호전 유망종목들을 살펴본다.


■실적호전 종목, 상반기중 최고 4배까지 상승

상반기 주식 시장에선 지칠 줄 모르는 상승과 단연 눈에 띄는 수익률로 남들의 부러움을 산 주식들이 있다.

다름아닌 신세계, 태평양, 한국전기초자, 현대백화점, 현대자동차 등 소위 가치주로 불린 독수리 5형제 주식이 그들이다.

올해 1월2일 4만1,850원이었던 신세계 주가는 8월 24일에는 9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태평양주가는 지난 1월2일 2만7,500원에서 24일 8만8,400원까지 상승했다. 한국전기초자도 최근 경영권 분쟁에 주가가 약세지만 올해 5만8,000원에서 출발, 지난 6월 한때 11만원대를 돌파했다.

또 현대백화점과 현대자동차도 지난 1월2일 6,110원과 1만1,700원에서 24일 1만5,600원과 2만700원까지 올랐다.

독수리 5형제 주식이 이처럼 꾸준히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실적 호전이 뒷받침됐기 때문. 신세계의 경우 상반기 매출액이 2조2,207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7.3%나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무려1,337억원으로 증감률이 120.0%나 된다. 태평양도 상반기 매출액이 4,885억원, 영업이익이 1,02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이 21.1%와 35.8%에 달했다.

이처럼 실적 호전 종목들의 주가 상승력이 돋보이자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2의 독수리 5형제 주식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경주되고 있다. 상반기 실적 보고서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보고서 증감률과 영업이익에 주목

그러나 실적보고서의 난해한 숫자만으로는 언뜻 어떤 종목이 진주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요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먼저 단순한 수치보다는 증감률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수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나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 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출액 상위사들보다는 매출액 증감률 상위사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얘기다.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 중에선 어디에 더 무게를 둬야 할까. 기업의 존재이유가 이익을 내는 데에 있다는 점에서 영업이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다소 분식할 수 있는 반면 해당기업이 실제로 본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속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기사검색으로 실적 주가 반영 여부 확인

이런 방식으로 ‘진주’ 후보들을 찾은 뒤엔 반드시 기사 검색을 해 봐야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이미 실적 호전 등이 알려지고 주가도 오른 종목들은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 물론 보도 이후에도 주가가 오르지 않았거나 실적에 비해 주가 반영이 적은 종목들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이렇게 고른 종목에 대한 투자가 단기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주가는 결국 기업 가치를 따라가기 마련이라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다리면 언제가는 오른다는 것.


■실적 100% 과신은 금물

그러나 실적 보고서를 잣대로 한 투자에도 맹점은 있다. 상반기 실적 보고서의 경우 공인회계사의 정식 감사가 아닌 단순 ‘검토’만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토란 회사가 제출한 서류를 영수증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정식 감사와는 달리 재무제표가 회계 준칙을 어겼다는 중대한 허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정도의 의견 표명이다.

이때문에 회사측이 분식 회계 등을 통해 재무제표를 그럴 싸하게 포장하면 이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분기 보고서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검토조차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분기 보고서를 그대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주문형 반도체 업체인 프로칩스의 경우 지난해 3ㆍ4분기까지만 해도 755억원의 매출에 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때문에 초우량 기업으로 손꼽혀 부도가 나기 한달전까지만 해도 각 증권사의 매수 추천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 기업은 결국 지난 3월 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져 부도 처리됐다. 부도 직전 2,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눈깜짝할 사이에 700원대로 곤두박질쳤고 선량한 투자자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 보고서는 투자의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지만 기업들은 가능한한 실적 보고서를 예쁘게 포장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를 100% 믿는 것은 금물”이라며 “협력업체 등을 통한 간접확인 작업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실적보고서를 그대로 믿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믿을 건 실적 보고서 뿐”이라며 “그러나 주가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는 만큼 향후 실적 전망과 전반적인 경기 동향 등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상반기 상장사 실적은 증권거래소 홈페이지(www.kse.or.kr) 보도자료 코너 등을 참조하면 된다.



◆실적호전 저평가 기업
(순이익 증가율 50% 이상, 납입자본 순이익률 30% 이상, PER 5배 이하)

----------------------------------------------------------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 PER(배) ---------------------------------------------------------- 미래와사람 1,176 10 0.5 세아제강 2,971 118 0.6 유니온 260 8 0.8 두산 8,634 966 0.8 LG전자 86,995 5,386 1.4 흥아타이어 703 70 1.7 동일방직 828 71 1.8 제일약품 675 169 1.8 이수화학 3,684 296 1.9 동원산업 1,414 154 2.2 ----------------------------------------------------------

◆ 저PER 기업

------------------------------------------------------------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 PER(배) ------------------------------------------------------------ 신호스틸 1,126 88 0.4 미래와사람 1,176 10 0.5 LGCI 14,751 1,401 0.6 세아제강 2,971 118 0.6 유니온 260 8 0.8 신동방 1,834 181 0.8 두산 8,634 966 0.8 경농 1,036 206 0.9 중앙건설 2,000 264 1.0 동부정밀화학 902 111 1.1 ------------------------------------------------------------

◆ 영업이익증가율 상위기업

------------------------------------------------------------------- 기업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증가율(%) ------------------------------------------------------------------- 성안 796 41 24,388 금호석유화학 4,885 419 1,672 동국제강 8,894 835 874 대현 633 77 812 경인전자 119 5 582 충남방적 1,005 20 534 흥아타이어 703 70 447 동아타이어 799 85 424 남선알미늄 863 8 343 한일이화 1,163 44 300 -------------------------------------------------------------------

**자료:동원경제연구소(2001년 상반기 기준, 단위:억원ㆍ천만단위 이하 버림)

박일근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8/29 19:27


박일근 경제부 ik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