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 드러나는 벤처 CEO들

경기침체 장기화로 명암 엇갈려

벤처기업들의 부침이 심화되면서 CEO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일부 CEO들은 기업이 어려워지자 저마다 다른 행보로 기업인의 자질을 극명하게 드러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사조치 등 전횡 일삼는 폭군형

여성커뮤니티를 표방한 W사의 CEO인 C씨도 독단적인 경영스타일로 직원들과 대립하고 있다. 여성들을 위한 사이버 쇼핑몰, 포털사이트 등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인쇄매체까지 발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자 퇴사를 종용하는 등 파행적인 인사조치로 사업을 밀어부쳤다.

C씨는 “회의 석상에서 재떨이를 집어던졌다”는 얘기를 밝힐 만큼 강압적인 경영스타일을 과시하던 인물이었다.

결국 적자와 비용압박에 시달린 인쇄매체는 발행을 중지했고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를 떠나 사업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비윤리적 행위 드러나 구설수에

대표적인 사례가 벤처기업 R사의 CEO를 맡고 있는 K씨. 올해초 R사의 신임 CEO로 취임한 K씨는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해줄 것으로 믿었던 직원들의 기대와는 달리 ‘개인적인’ 일에만 매달렸다.

R사의 임원으로 근무한 A씨에 따르면 특별히 총애하는 여직원에게 서울 청담동의 아파트를 사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해명을 요구하는 직원들에게 K씨는 “지방 거주 여직원들을 위해 기숙사 명목으로 마련한 아파트인데 입주 신청자가 1명 밖에 없었다”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A씨는 “먼저 근무한 인터넷 업체에서도 여직원과 스캔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도덕적인 문제까지 겹치니 K씨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기야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자 K씨는 충성서약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는 직원들은 좌천시키거나 일을 주지 않아 스스로 나가게끔 만들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직원의 절반가량이 퇴사했다.

미국에서 정보기술(IT)소식을 전하는 통신업체를 운영하는 K씨는 ‘사기결혼’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큼 파렴치한 행위로 지탄을 받고 있다.

K씨는 지난해말 국내 여성벤처 기업인인 L씨와 서울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이자 언론인 행세를 하던 K씨였기에 그의 결혼은 일부 스포츠신문에 보도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혼남 행세를 했던 K씨는 버젓이 미국에 부인이 있으며 두 자녀까지 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더욱이 K씨는 L씨외에 또 다른 여성을 상대로 중혼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결국 사업자금까지 대줬던 L씨는 사람들의 이목을 의식해 고소도 하지 못한채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주가조작 등으로 검찰에 고발

게임개발업체인 B사의 CEO인 J씨는 얼마전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는 코스닥 등록업체인 자사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실패한 외자 유치를 마치 성공한것처럼 꾸며 해외에서 거액의 자금을 받았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최근 인터넷기업인 I사의 CEO인 L씨도 금전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L씨는 최근 신설된 비상경영위원회에 의해 투자받은 돈의 일부를 개인적으로 외부에 위탁했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회사가 대신 물어준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 진행상 회사가 보증을 선 부분에 대한 법적인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결국 L씨는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부른 임금 착취

전자상거래 업체인 W사는 요즘 직원들의 파업으로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파업 이유는 저임금 및 밀린 임금 때문이다.

W사의 B사장은 회사 설립때부터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지불하다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급기야 최근에는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노조가 결성돼 파업으로까지치달았다.

노조 관계자는 “자금이 넉넉한 사업초창기나 투자를 받아 자금이 충분했을 때도 사장은 임금을 지불하지않았다”며 “직원들이 피땀흘린 대가를 되찾기 위해서는 파업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방의 벤처기업인 D사도 마찬가지. 이 업체도 저임금과 임금 체불이라는 같은 이유로 1년째 파업을 맞고 있다. CEO는 이미 검찰의 수사로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그러나 자금도 다 떨어지고 투자도 끊겨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에 놓였다.


스타와 맺어진 CEO의 명암

연예인들과 결혼한 벤처 CEO들의 행보도 관심을 끌고 있다. 장래를 촉망받는 기업인으로 주목을 받았기에 그에 걸맞는 화려한 연예인들과 결혼했으나 사업 성공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선두주자는 드림위즈의 이찬진사장. 이 사장은 한글과 컴퓨터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인기절정의 톱탤런트 김희애씨와 결혼해 화제를 뿌렸다.

그 후 국회의원까지 지내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한글과 컴퓨터가 자금난에 시달리자 분신이나 다름없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드림위즈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 한글과 컴퓨터시절만큼 번창하지는 않아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츠닷컴의 이진성사장도 탤런트 이지은씨와 지난해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 사장은 인터넷기업을 운영하면서 완구사업과 영화투자에도 손을 대 성공하는 등 장래가 유망한 벤처기업가로 꼽혔다.

그러나 주력 사업인 인터넷사업이 지난해 190억원, 올해 3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현재 이 사장은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여부를 결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반면 톱탤런트 S씨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벤처기업인 K씨의 경우는 이혼 이후 사업이 번창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게임을 개발하는 K씨는 현재 자사의 게임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미국, 일본의 대기업에 수출하는 등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경기가 안좋아지면서 CEO들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며“간혹 추태를 보이는 CEO들의 얘기가 섞여 있어 전체 벤처업계의 이미지가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처럼 일탈된 CEO들은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의 CEO들은 월급도 줄이고 밤잠도 안자며 일할 만큼 열심”이라며 “아직은 벤처업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최연진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8/29 19:36


최연진 경제부 wolfpac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