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기업경영] 현장 밀착경영으로 불황 이긴다

공장으로 인력 재배치, 경비절감·조직 효율성 큰 효과

“탁상공론 하지말라. 현장에서 정책의 방향을 잡고 결정하라.” ‘현장밀착 경영.’ 기업들이 새로운 경영 화두다. 현장에서 근무하며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면서 정책결정을 빨리 하는 고효율 경영이다. 자연히 서울에서 공장 등이 있는 지방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과거 일부그룹 오너들이 경영상 이유 등으로 위기에 빠진 특정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수개월을 전략적으로 지방의 생산현장에 상주, 직접 진두지휘를 해가며 빠른 시일에 정상화를 일궈내는 식의 일시적이고 상징적 의미의 경영중심 이동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재 대부분 대기업들이 본사(경영)와 공장(생산)으로 조직이 양분돼 있는데 이런 분리된 기업내부의 조직역량을 한곳으로 결집시키는 게 최근의 양상이다. 역량이 결집되는 곳은 대부분 현장쪽이다.

이에 따라 서울에 몰려 있던 기획 인사 경리 등 ‘전략 부서’가 생산현장이 있는 지방 공장현지로 이전하는가 하면 대표이사가 본사가 아닌 공장에 상주하다시피 하기도 한다.


전략부서 지방으로 이전, 일석이조 효과 노려

이 같은 현장중심 경영은 최근 경기침체로 영업이 부진한 가운데 경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금전적이고 현실적 이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대료 등 사무공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한편 관련 업무통합에 따라 조직 효율성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LG 이노텍은 최근 업무의 시너지효과를 높이고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해 서울 본사의 방위산업부 인력 70여명을 구미공장으로, 경영지원팀의 기획 인사 총무 관련 인력은 디지털부품 사업부가 있는 광주공장으로 전환 배치했다.

또 서울 근무인력이 줄어듦에 따라 본사도 서울 역삼동 LG강남타워에서 인근 한솔빌딩으로 옮겨 사무실을 3개층에서 2개층으로 줄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기획 등 본사의 우수한 인력이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고 부대끼다 보면 더욱 생생한 아이디어와 위기극복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정보통신 총괄부문의 연구 개발 등 일부 부서 사무실을 올 연말 완공 예정인 경기 수원의 삼성전자 연구단지내 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현재 이들 부서는 경기 성남시 분당, 용인시 기흥, 경북 구미 등 전국에 흩어져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비용절감 차원에서 화공플랜트 사업부를 경기 용인 수지로 옮긴 데 이어 내년에는 도곡동에 건립 예정인 22층 규모의 자체 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달부터 홍보와 재무팀을 뺀 인사 기획 경리 등 대부분의 지원부서를 울산 및 인천공장으로 옮겼다. 서울에 남은 인력은 전체의 10%도 채 안된다.

삼성종합화학도 올해 초 영업 수출 구매 기획 지원부서를 충남 서산공장으로 이전했으며 조만간 대덕연구소까지 서산으로 집결시킬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화공플랜트 사업부를 용인시 수지로 옮겼다.

삼성전기는 해외영업에도 현장경영 개념을 도입했다. 그동안 해외영업 담당자는 통상 보름 안팎의 출장으로 현지를 둘러봤으나 일정이 빠듯해 해외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때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순회 영업사원제’를 도입하면서 출장기간이 길게는 6개월까지 늘어나 국내영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고객도 잦은 방문을 통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99년 합작설립된 LG 필립스 LCD는 구미 공장에, 내년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는 동부전자는 충북 음성공장에 홍보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을 배치했다.


‘소비자와 함께’로 기업 이미지 높이기 안간힘

현장밀착 경영은 기업 내부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을 통해 미흡한 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은 주로 불만이다. 소비자의 불만을 많이 사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음은 ‘진리’. 소비자의 불만을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듣는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에서 앞서 갈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한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한껏 살리는 효과를 거둘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소비자와 함께 하는 밀착 경영은 한마디로 고객의 불평을 고마워 하는것이다.

국민은행은 직원 중 컴퓨터와 인터넷에 능한 30명을 뽑아 만든 ‘사이버 인스펙터’로 고객들의 불만을 찾아 나섰다.

이들은 국민은행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 등을 뒤져 국민은행과 관련된 손님들의 불만을 검색, 해당 부서나 지점에 통보해 처리토록 한다.

고객들의 아이디어는 신상품 및 서비스 개발등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 은행은 또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 관련 아이디어나 은행 경영 전반에 대하여 의견을 받는 ‘고객제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채택된 제안에는 상금도 지급,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유사하다. 이 백화점은 7월 ‘고객의 의견 데이터베이서’를 구축했다. 각 매장, 고객상담실, 안내데스크, 소리함 등 각종 접객 창구에 접수되는 각종불평ㆍ불만사항과 현대 인터넷쇼핑몰 등에 올려진 의견 등을 통합해 데이터 베이스화한 것이다. 매장 담당자들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손님의 불평 및 의견을 실시간으로 파악, 즉각 개선한다.

엘지생활건강은 해마다 두차례식 불만 많은 손님을 자사의 기술연구원과 공장을 견학시켜준다. 최종 생산품에서 소비자의 불만으로 이어질 요인이 없는지 소비자의 눈으로 연구 및 생산과정을 미리 살펴보도록 하면서 홍보효과도 거두고 있다.

베스띠벨리, 아이엔비유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신원은 매달 마지막주 목요릴 ‘클레임 반성회’를 열어 손님들의 불평이 나온 제품을 모아놓고 꼼꼼히 원인과 이유를 분석한다. 1998년 시작된 이 제도로 클레임 발생건수가 급감했다.

목상균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8/29 19:43


목상균 사회부 sgm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