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기업경영] 울산 삼성정밀화학의 현장밀착경영

"음지·양지 사라지고 일체감 향상"

기업들의 현장중심적조직개편 사례 가운데 ‘현장밀착’정도가 가장 ‘화끈한’곳이 울산에 공장을 둔 삼성정밀화학이다.

삼성그룹 소속의 유일한 정밀화학업체로 근년들어 기존저수익 사업부문 축소와 함께 대규모 투자활동을 통해 정밀화학 및 생명공학 부문으로의 사업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생명공학부문의 매출본격화로 착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최근 고부가가치 정밀화학과 생명공학 분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생산현장과 경영을 완전 밀착시키는 조직혁신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홍보와 재무팀을 제외한 인사ㆍ기획ㆍ경리 등 대부분의 부서 사무실을 울산공장과 인천공장으로 옮겼고 박수웅(57)사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주 근무처를 울산공장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그동안 120명 가량이던 삼성정밀화학의 서울근무 인력은 50명 수준으로 줄어 전체인력 800명의 90% 이상이 현장에서 근무하게 됐다.


사장 등 경영중추 모두 공장으로

사장, 부사장, 전략기획담당상무, 경영지원담당상무 등 경영의 중추가 모두 울산 현장으로 내려와 서울은 부장이 팀장으로 돼 있는 영업, 홍보팀 정도만 남아 과거경영의 중심위치에 있던 서울사무소가 지역사무소 수준으로 격하됐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생산, 영업, 기획, 지원부문 등 전분야에 걸쳐 업무효율 제고에 최우선을 둔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면서“관리를 포함한 지원부문은 생산현장인 울산공장으로, 의약부문과 고부가 정밀화학분야의 해외영업 기지는 인천공장으로 각각 통합했다”고 밝혔다.

그는“이번 조직통합은 각 부문별 전담책임제 강화를 통한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며 경영혁신과 신규사업 발굴 등의 조직기능을 통합하고 영업부문의 품목별전담 영업체제를 구축해 마케팅 업무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이에따라 ‘책임경영’차원에서 핵심사업의 연구개발을 책임질 김기협 박사(미 듀폰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 기술고문 역임)를 새 연구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런회사의 현장밀착경영 방침으로 졸지에 지방근무 신세가 된 서울근무자들은 대부분 얼떨떨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부터 인사기획 경리부서 소속 등 서울에서 울산으로 내려온 60여명의 인력들은 거의가 회사가 마련해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전세집을 마련하려고 백방으로 부동산중개소 등지를 둘러봤지만 한여름에 도통 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의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 아닌 항구적인 경영전략 차원에서 내려진만큼 대부분 큰 마음을 먹고 가족을 데려와 본격적으로 지방에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이번 조치와 관련, 환경이 바뀌어 울산근무를 하게 된 인력들에 대해 주택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특별한 메리트는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지방본사 체제로 가는 상황, 즉 울산이 본사인 상황에서 근무지에 따른 혜택이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생각에서 이다.


“현장경영시대 대세될 것”

하지만 대부분이 한 가정의 가장이란 점에서 보면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론 지방으로 내려온 인력에겐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가족 모두가 옮기기 전 까지는 불가피한 두집 살림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가족들이 느끼는 불편 등 때문이다.

반면 복잡하고 빡빡한 수도권 생활을 탈출, 집값이 훨씬 싸고 상대적으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지방에 내려온 것이 여가생활 향유와 자기개발 기회가 많아지는 등의 현실적 여건과 함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달부터 울산근무를 하게 된 한 관계자는 “달라진 근무여건과 낯선 주변환경으로 인해 처음엔 마치 다른 회사에 새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한달이 가까워지면서 차츰 적응이 되 가고 있으며 이 회사에 미래를 맡기겠다 생각하고 근무해온 조직인으로서 회사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울산에서 뼈를 묻을 각오로 생활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울산 공장에서 계속 근무해온 한 부장은 조직개편에 대해 “이번 조직통합으로 서울(경영)과 울산공장(현장)이 본격 일체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사실 과거부터 법상 우리회사의 본사 소재지는 울산, 서울은 사무소로 돼 있었으나 회사 최고경영진이 상주하는 서울이 사실상 본사 역할을 해왔으며 그렇게 여겨졌다”면서 “때문에‘서울은 높고, 지방은 낮다’는 편가르기 식 그릇된 불신이 없지 않았는데 앞으론 이런 인식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업무효율 측면에도 상당한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면서 “과거엔 울산에서 기안서를 올리면 시간ㆍ거리적 장벽으로 인해 서울 담당자들이 이를 받아 첨삭하는 등의 중간과정을 거치면서 내용이 엉뚱하게 바뀌거나 진위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젠 그런 난맥이 없어지게 됐다”고 반겼다.

이 회사 고위관계자는 “갑작스런 지방생활로 인해 당장 가족과 주거문제 등에 애로가 있을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회사 경영적 측면에서는 교통과 통신발달로 이제 경영과 현장이, 서울과 지방이 따로 없는 시대가 됐으며 이런 경향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상균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8/29 19:50


목상균 사회부 sgm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