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는 美·中 정보전쟁 치열

사이버 무기·전술 실험 대규모 군사훈련 실시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부터 남중국해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통해 비밀리에 미래의 병기와 전술을 실험하고 있다.

양국이 이번에 치중하는것은 재래식 첨단무기중심이 아니라 컴퓨터 사이버공간상에서 상대방의 정보를 탐지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사이버무기와 전술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종주국인 미국과 이에 맞서 사이버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번 훈련에서 단순한 해킹차원을 넘어 국가 기간시설과 군 정보체계를 일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준을 지향하며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정보전쟁은 핵탄두 미사일이나 전투기등의 가시적인 무기와 병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효율적이면서 안전하게 상대방을 제압해버린다는 점에서 미래의 이상적인 전투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국 네트워크에 침투, 치명적 타격 가하는 훈련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는 방대한 군조직이나 첨단 정밀무기들을 주요 타겟으로삼는 정보전 능력은 하드 드라이브를 파괴하고 바이러스를 침투시키는 해킹단계를 훨씬 능가한다.

최근 창설된 정보전 특수부대와 훈련기관에서는 해커들과 프로그래머들이 국가 전력 공급 컴퓨터에 침입해 전력공급을 마비시킨다거나 상대국에 잘못된 정보를 흘려 적군끼리 싸우게 하고 미사일의 목표지점을 바꾸는등의 고도의 훈련도 받고 있다.

일단 사이버상 전투능력에서 미국은 월등한 수준에 올라있다. 지난 4월 남중국해상공에서 일어났던 미 EP-3정찰기 충돌사건은 미국의 정보전능력을 보여주었다.

MSNBC 방송은 최근 이 정찰기가 정찰이상의 임무를 은밀히 수행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은 장차 도래할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시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예고전이었다고 보도했다.

EP-3 정찰기는 ‘하늘의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답게 지상과 공중의 모든 신호를 잡아내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컴퓨터 데이터까지 조작할 수 있는 수준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에 충격을 주었다.

'피터 래빗(Peter Rabbit)'이라는 암호명이 붙은 EP-3는 실제 중국 본토의 육성통신과 레이더신호를 탐지하는 동시에, 중국내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훼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는 컴퓨터가 전송하는 데이터는 정보전송 경로와 속도를 결정하는 프로토콜의 발신음(dial tone)과 한 묶음으로 구성돼있는 원리를 이용, 중간과정에서 발신음을 가로챈 후 원하는 대로 바꾸는 방식이 이용됐다.

게다가 미국은 상대국 병사들의 이동전화기에 잘못된 정보를 전송, 순간적으로 작전을 마비시킬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클 헤이든 미 국가안보국(NSA)국장은 이달초 열린 한 정보 심포지엄에서 "과거 공중에서 행해졌던 각종 신호탐지는 이제 지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지상에서 행해졌던 것들이 이제는 공중에서 수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정보전이 군의 전반적인 전략과 조심스럽게 통합돼야 하며 다양한 외교 및 국제홍보활동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미국 이어 세계 2위의 정보전 능력 보유

중국도 1990년대부터 정보전을 대비해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미국에 이어 최강의 정보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국방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연례전략보고서에서 "전반적인 정보전략의 일환으로 외국의 전산망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방법을 연구해야한다"고 밝힌 후 중국은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중국은 ▦ 전자장비를 파괴할 수 있는 전자기 진동미사일 탄두 ▦ 컴퓨터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는 바이러스 ▦ 전시 컴퓨터네트워크를 파괴할 수 있는 간첩 양성 등 정보전을 대비한 각종 무기와 전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정보전을 교육하는 4개의 대학을 포함해 훈련기관을 설립하는가 하면 최고지휘관 직속의 특수정보전 부대를 창설하기도 했다.

때문에 EP-3가 하이난도에 억류돼 있는 동안 주요부분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가능했으며 이에대한 대비책도 충분히 세울 수 있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에게 정보가 쉽게 탐지되지 않고 장거리 전송을 할 수 있는 광섬유 케이블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해온 것도 정보전을 위한 대비로 풀이된다.

실제 베이징(北京) 군구는 1998년 훈련에서 '광섬유 군 정보 고속도로'를 대규모로 활용하기도 했으며 지난 5월20일 천수이벤(陣水扁)대만총통 취임 1주년에 맞춰 대만에 대한 대대적인 컴퓨터 공격을 감행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보유출에 촉각, 중국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

이러한 과정에서 흥미를 끌고 있는 것은 중국이 자국내에 깔려있는 미국 컴퓨터기술의 보안장치에 대해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의 90%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체계와 인텔칩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스파이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침입해 들어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언론들이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뒷문(back doors)'을 통해 엄청난 자료가 마이크로소프트 본부로 빠져나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를 과거 그리스군이 사용했던 전술인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1992년 12개의 국영철도 컴퓨터시스템이 다운돼 엄청난 혼란을 겪은 이후 중국당국은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지난달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진을 불러들여 윈도우 2000 중국어 버전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암호를 추가하는가 하면 리눅스 등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러가지 상황으로 보아 당분간 정보전에서는 아직까지 기술력과 고급 인력을 보유한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고위 정보소식통은 “세계 어느 누구도 우리의 정보전능력을 앞지를 수 없을 것”이라며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 산하의 국가 기간산업보호센터에서 미래의 정보전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미국의 컴퓨터 보안회사인 아이디펜스(iDefence)회장인 제임스 아담스는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나라일수록 가장 취약한 부분이 많은 게 정보기술(IT)혁명의 역설"이라며 "앞으로 상대국의 주요 기관에 교묘하게 접근해 정보를 빼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스파이를 침투시키는 방식등을 통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환 국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8/30 11:22


최진환 국제부 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