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결혼이 마지막 수혜자는?

9월2일 막내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 결혼은 무엇보다 뿌듯하고 보람있는 일이다. 하지만 결혼 과정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서 결혼식은 아직 부모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새삼 절실히 느꼈다.

고가의 예복과 식장비, 터무니 없는 촬영 비용과 폐백 등에서 각 절차 마다 들어가는 수고비와 부대 비용 등등.

물론 이중 일부가 손님 부조금으로 충당되지만 그 역시 따지고 보면 언젠가는 되돌려줘야 할 ‘빚’이다. 결국 결혼의 마지막 수혜자는 신랑 신부도 아닌 웨딩 관련 업자들이었다.

최근 웨딩 컨설팅사와 인터넷 쇼핑몰의 등장으로 가전제품 같은 일부 혼수 용품에서 거품이 제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결혼식 과정에는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갖가지 비공식적인 비용이 엄청나다. 한 웨딩 컨설턴트의 말에 따르면 한 커플당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하고 평균 2,500만~3,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물론중ㆍ상류층의 결혼식에는 예물 비용만 억대가 들어간다.

요즘 같은 불황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쉽게 규모를 줄이기 힘든게 결혼이다. 결혼식에는 항상 ‘사돈’이라는 상대측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동 주최하는 ‘잔치’인데 한쪽에서 요구하면 설사 그것이 다소 무리가 된다 하더라도 거절하기가 곤란한 게 결혼 행사다. 웨딩 업자들은 바로 그런 약점을 잘 간파하고, 너무도 잘 이용한다.

결혼은 어느 나라에서든 경제적으로 큰 소비와 생산을 파생시키는 대형 이벤트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소비와 비경제적인 소비는 이제 구분돼야 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04 19:2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