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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정국 대혼란, 헤쳐 모이나?

[정치풍향계] 정국 대혼란, 헤쳐 모이나?

혼미한 정국이다.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로 민주당-자민련의 공조체제가 사실상 붕괴됨으로써 빚어지고 있는 이 같은 정치적 혼돈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공조붕괴 후 DJ나 JP가입게 될 정치적 손실이 워낙 커 어떤 식으로든 양자 공조체제의 복원을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JP는 “장관하나 경질하는데 공조를 깬다 안 깬다 말 한 적이 없다”며 내심 공조유지에 대한 미련을 내비쳤다.

그러나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양당 공조는 유리 그릇과 같아서 돌을 던지면 깨졌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깨진 것”이라는 표현으로 양당공조 붕괴를 기정사실화 했다.

민주당과 청와대에서는 그 동안 DJP공조의 비용, 즉 JP 및 자민련과 공조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아까워하는 시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여기에 JP대망론과 최근 임동원장관 사퇴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증폭되면서 ‘JP 피로감’이급증했다. 1여2야의 정국구도 속에서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민주당이 국회 및 정국운영에서 당하게 될 고통보다는 JP의 몽니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심정이 앞섰던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양당이 공조체제를 재구축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공조복원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후 양측이 대선공조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계개편, 진보ㆍ보수 대결구도 가능성

민주-자민련 공조 붕괴로 인한 정국혼란은 정계개편의 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DJ입장에서는 소수당의 한계 때문에 국정을 이끌어가기 힘들다. 따라서 한나라당에서 정체성 갈등을 겪고 있는 개혁성향 인사들과 연대를 모색하든지, 한나라당 자체와 정책공조를 하든지 모종의 수를 내야 한다.

진보 대 보수의 구도로 정치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 여권이 정계개편을 단행할 수단이 제한돼 있어 헤쳐 모여를 통한 새판짜기를 시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한다. 민주당에서 이적해온 의원들이 탈당하면 자민련은 그날로 국회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다. 한-자 동맹을 전제로 양당이 힘을 합해 국회교섭 단체요건을 15석 내외로 낮추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극력 반대해온 한나라당이 당론을 바꾸기가 쉽지 않고 한나라당자체가 교섭단체 요건을 낮출 경우 내부 분열 요인이 있어 이 방안은 현실화하기 어렵다. 해임건의안 가결 후 김 대통령이 당정개편을 언제 어떤 폭으로 단행할지도 관심사다. 헌법에는 국회가 재적 과반수의 의결로 각료의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어서 대통령이 해당 각료를 경질할 법률상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다만 대통령은 경질 시기에다소 융통성을 가질 수 있다. 개각 폭은 임 장관만 바꿀지 아니면 자민련 출신 인사들까지 포함할지가 변수다.

현 내각에서 자민련 인사는 이한동 총리와 장재식 산업자원부장관, 정우택 해양수산부장관, 김용채 건설교통부장관, 한갑수 농림부장관 등이다.

청와대 비서실과 민주당 당직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해임안 가결 후 일괄 사퇴서를 냈다. 김 대통령이 최근 구로 을 출마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었던 김중권 대표와 박상규 사무총장 이상수 총무 등을 모두 경질하고 전혀 새로운 판을 짤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후임 대표에 당 장악이 가능한 실세형을 내세울지, 관리 또는 대외 간판 용 인사를 내세울지가 관심이다.


여야 대권구도에 큰 변화 예상

DJP공조 붕괴는 여야의 대권구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자민련과의 합당이나 DJP 공조를 통한 공동후보 내세우기가 힘들어졌다.

지난 대선 때의 기본 컨셉이었던 ‘호남+충청’표의 구도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인제 최고위원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충청표를 공략한다는 방침이 서면 이 최고위원이 유리하다.

하지만 호남+충청 구도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호남+PK(TK)론’이 대두할 경우 노무현 상임고문이 유리해진다. 민주당은 JP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세대교체론을 강조할수밖에 없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주자들에게 유리하다.

자민련이 최근 공을 들였던 JP대망론의 수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DJ가 지원하지 않은 JP대망론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JP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연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DJP공조 붕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정국불안은 이미 대선고지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한 이회창총재에게 득될 게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09/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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