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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혼 흔들기'에 무너진 실리바둑

[바둑] '혼 흔들기'에 무너진 실리바둑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⑫

이창호는 우변에서 확정가 50집을 만들어 놓고 집이 될 듯 말 듯한 백집 에 쳐들어갔다.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구만." 조훈현은 중얼거린다. 이창호는 좌상귀에 붙여서 수를 만들어 놓고 자신의 대궐에 가일수를 하여 끝내기를 서둔다.

"과연 이창호군." 불과 60수 언저리에서 등장한 이창호의 젖혀있는 끝내기. 이창호의 짠맛을 여실히 나타낸 점이며 오늘날 이창호를 있게 한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리저리 혼을 빼놓는 이창호에 대항하여 조훈현은 믿을 것은 실리뿐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귀를 지켰는데 그것이 패착이 되고 말았다. 국후에 서봉수 9단이 백이 제대로 지켰으면 반 집을 다투는 미세한 국면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고 이창호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조훈현은 2연패를 쉽사리 당하고 만다.

검토실의 서봉수 9단은 이번 국수전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런지 시종 관심을 갖고 구경하고 있었다. 아니 그는 이창호가 등장하고 난 다음 이창호의 바둑에 심취해 있었다. 이창호의 전면등장은 엄격히 말해서 당시까지 2인자였던 서봉수에게는 3인자 이후로 밀려나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그가 피눈물나게 따라붙은 조훈현이란 사람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깨지는 모습을 보니 그도 그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창호의 바둑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구경하고 있었다.

귀의 실리를 조훈현이 지켜내는 대신 외곽을 막아서 죄어 붙임을 당하자 검토실은 흑승, 그러니까 이창호의 승리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이창호는 다른 기사와 대국할 때와는 달리 스승인 조훈현 국수와 대국에서 이겼을 때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스승의 집에서 같이 기거하고 있는 게 불편할 것 같아서 주위에서는 이창호가 빨리 조 국수집을 나와서 독립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국수전을 2연승하고 내친김에 3연승으로 휘감았다. 승리를 해도 5집반, 6집반등 대승을 거두고 승리한 것이 심상치 않았다. 41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면서 이윽고 10월10일 도전 제3국에서 스승을 물리치고 국수에 오른 이창호.

비로소 말문을 열었다. "국수란 칭호는많은 기사들이 선망하는 것인데 저도 타이틀을 따게 되어 기쁩니다. 제1국부터 어렵지 않은 대국이 없었어요. 제1국은 중반 이후까지 비관적이었는데 막판에 선생님의 실수가 나와서 이겼습니다. 중반전이 매우 어렵게 느껴져요. 공부를 하면서도 감이 안 오는 부분이 많아요."

이창호의 강점 중에 제일로 치는 것이 끝내기인데 그는 스스로를 잘 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수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즐비하다고 했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10년이 흐른 지금도 꾸준히 그는 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스승 조훈현. "스승의 입장을 떠나 이창호는 대단한 기사다. 실력은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다. 성적과 기세 이것이 실력일 테고 내용적으로도 나이에 비해 워낙 침착해 좋은 기보가 나오고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보완할 점은 있지만,,,. 제자와 대국할 때는 껄끄럽다. 그러나 결국은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바둑 아닌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괴롭진 않다."

이창호가 앞으로 더 뻗어나가리라고 예상한 조훈현의 지적은 옳았다. 그리고 세인의 지적처럼 승부에 임하면서 별로 불편하지 않다는 대목은 조훈현의 승부사적인 면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뉴스화제]



·조치훈, 타이틀전선 복귀하나

조치훈 9단이 3년 연속 왕좌전 도전에 성공하며 무관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8월23일 일본기원에서 벌어진 제49기 왕좌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가토 야쯔시(加藤忠志) 208수만에 백5집반으로 물리치고 도전권을 획득했다. 왕좌전은 1인자 왕리청(王立誠)이 보유하고 있는 타이틀로 99년 2000년 연속으로 도전했다가 1:3으로 패퇴한 바 있다. 조치훈 9단은 현재 본인방전을 내준 이후 타이틀전에서 5전 전패하고 있다.



·신예 박영훈, 타이틀 접수 일보직전

박영훈 2단이 생애 처음으로 본격기전 결승에 올라 타이틀을 노리게 되었다.

박2단은 8월24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제6기 박카스배 천원전 준결승전에서 서봉수 9단을 만나 215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결승무대에 올랐다.

이로써 박영훈 2단은 김승준 7단과 윤성현 7단간의승자와 타이틀을 놓고 결승5번기를 치르게 되었다. 최철한 4단·원성진 3단과 함께 10대 트로이카로 불리고 있는 박영훈 2단은 지난해 제8기 배달왕기전에서 도전자 결정전에 진출했으나 이세돌 3단에게 1:2로 패해 타이틀 무대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09/0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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