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 효과, 무덤덤한 '性 쇼크'

‘하리수 효과’가 곳곳을 파고 들었다.

남자였다가 여자가 된 연예인 하리수에이어 이고니·이진희 등 “나도 트랜스젠더”라며 당당히 신상을 공개하는 성전환자들이 늘고 있다.

게이 바인 ‘하하호호’ 소속 성전환자 10명은 인터넷 성인시트콤 ‘개뿔’에 출연 중이다.성인들의 밤문화와 이성관계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실체가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트랜스 젠더, 밤무대에서 접대부로 영역 넓혀

밤무대 가수나 무용수가 주종이던 트랜스젠더의 직업군에 술집 접대부가 더해졌다.술값이 비싼 고급 주점에서 술시중을 드는 트랜스젠더는 드물기는 하다.

하리수 등 트랜스젠더 연예인들과 달리 찬찬히 살펴보면 남성적의 특징을 간파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은 탓이다.

그래서 이들 ‘보통 트랜스젠더’는 대개 변두리 유흥주점을 떠돈다.술집에 접대부를 공급하는 속칭 ‘보도방’ 운전수인 한모씨(27)는 “우리 아가씨들 중에도 트랜스젠더가 셋 있는데, 주로 허름한 단란주점급 업소나 나이 든 남자들이 자주 찾는 술집에 나간다”고 전했다.

남자 출장 마사지사도 유흥업소에서일하는 트랜스젠더를 쉽게 만난다.보도방에 뿌린 명함을 보고 마사지사를 부르는 손님 중 일부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한 마사지사는 “처음에는 그저 술집 아가씨려니 하고 무심코 마사지를 하다가 어깨와 팔, 다리를 주물러보고 남자임을 깨닫는 수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와 연인 관계로 발전,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마저 나타나고 있다.회사원 신모(29)씨는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난 한 트랜스젠더에 반해 몇차례 데이트를 하다가 육체관계까지 맺었다”며 “완전치는 못해도 성행위 자체는 가능했다”고 털어 놨다.

신씨는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부모 형제와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고 고백했다.

여자 목욕탕에서 깜짝깜짝 놀라는 주부들도 늘었다.기골이 장대한 여성이 탕 안으로 들어오면 기겁을 하고 성별을 다시금 확인하는 일이 벌어진다

.주부 임모(32·서울 강서구 염창동)씨는 “얼마전 파주에 있는 대형 목욕탕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여탕에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세히 보니 신체 구조는 분명 여자였지만, 건장한 체격에 짧게 깎은 머리를 한 것이 여성적 느낌으로 볼때 남자 같았다”고 말했다.


섹스비즈니스 신종아이템으로 등장

트랜스젠더는 섹스 비즈니스의 신종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외설과 변태·엽기 등으로 점철된 성인·포르노사이트에 트랜스젠더가 추가됐다.

국내 법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영업 중인 S한글 성인사이트에 한국인 트랜스젠더의 자위 행위 화상이 올랐다.

‘트랜스젠더의 자위 행위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한국인 트랜스젠더의 자위 행위 장면 연속 사진 업데이트’, ‘가수 박지윤을 닮았습니다’ 등으로 광고하고 있다.

이름이 ‘김○’이라는 이 알몸 트랜스젠더의 상반신은 여성, 하반신은 남성이다.얼굴은 물론 가슴도 여자다.

그러나 하체에는 남자의 성기가 그대로 있다.김씨는 Y 게이바에서 일하고 있는 트랜스젠더로 알려져 있다.

성인사이트 전문가 S씨는 “하리수가 관심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면서 국내 포르노물에 트랜스젠더 바람이 불고 있다”며 “당국이 국내 성인사이트들을 탄압하는 탓에 이른바 ‘캘리포니아 서버’를 동원해 외국에서 불법 포르노사진과 동영상을 무차별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는 야구장에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하리수 물결이 넘쳐 흘렀다.7회 터진 호세의 시즌 31호 홈런으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기 시작한 사직구장.3-5로 쫓아간 8회 무사 1루에서 호세가 다시 한번 타석에 섰다.호세가 타석에 자리잡으면 관중은 보통 두 손을 하늘로 밀어올리는 호세의 홈런 제스처를 따라하며 응원한다.

그런데 이 날은 진풍경이 빚어졌다.손바닥을 들어올리던 관중이 갑자기 호세 대신 “하리수”를 연호하기 시작했다.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 하리수라고 밝힌 뒤 팔뚝에 문신까지 새겼던 호세에게 힘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심지어 정치권마저 트랜스젠더가 양지로 나오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지난달 하리수의 법적인 성전환 문제에 관해 “이미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성이 돼버린 것을 굳이 남성으로 남아 있으라면서 주민등록번호를 고쳐주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의 ‘파워 인터뷰’ 난에서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법적으로 바꾸는 문제에 관한 논란과 관련해 “하리수씨에 대해,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동성연애자들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러하니 음지에 숨어있던 동성애자들도 속속 밝은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는 대규모 동성애 문화행사인 ‘무지개2001 퀴어문화축제’가 9월14~16일 서울 신촌·홍대앞 등지에서 열린다.

‘친구사이’ ‘끼리끼리’ ‘버디’ 등 동성애 관련 단체와 독립예술제등 독립영화단체가 참여해 동성애를 주제로 회화 조각 사진 만화 영화 전시회와 퍼레이드 그리고 댄스파티를 여는 등 축제 마당을 제공한다.

성적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통하는 ‘무지개’란 행사 명이 보여주듯 행사 조직위는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양성애자 등 성적소수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가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조직위 이송희일씨(영화감독)는 “일반인의 참여도를 높이고자 이성애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별도 행사를 마련하고, 홍석천 하리수 등 성적 소수자 연예인은 물론 영향력 있는 유명 연예인들도 초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랜스젠더는 일반인들의 대화에 빠질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하리수는 예뻐서 뜨고 홍석천은 못생겨서 차별 당했다” “성전환 수술을 못한 홍석천이 불쌍하다” “하리수와 홍석천은 연인관계가 될 수 있나” “하리수는 동성애자인가”….


인터넷에 하리수, 홍석천 관련 글 쏟아져

한 동성애 관련 사이트 게시판등에도 하리수와 홍석천을 비교하며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의 차이점을 묻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리수는 동성애자인가, 아니면 이성애자인가”부터 “홍석천은 성전환수술을 하고 싶어할까”라는 의문까지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아니고는 쉽게 알지 못할 난해한 질문들을 들이댔다.

동성애 전문잡지 ‘버디’의 한채윤 편집장은 이런 얘기들에 대해 “애정을 느끼는 대상이 남자라는 점은 같지만, 하리수는 본인을 여자로 생각하고 수술까지 받은 반면 홍석천은 자신을 남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것이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또 “홍석천은 성전환수술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외형상 확연한 ‘여자’인 지금의 하리수를 애정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토록 트랜스젠더를 전폭 수용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청소년지도자 우옥환 이사장(한국청소년마을)은 “언제부터 이렇게 관대해졌는지 의문스럽다”며 “하리수의 존재를 처음 알린 화장품 광고 이후 불과 몇달만에 트랜스젠더가 기습하듯 양지로 올라와 청소년들을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립·스포츠투데이 사회레저부 기자 estmon@sportstoday즓o.kr

입력시간 2001/09/0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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