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마케팅] 신랑 빼고 다 해결…웨딩 컨설팅

결혼에 관한 모든 것 '원스톱 서비스'

민족ㆍ국가ㆍ시대를 막론하고 혼인은 가장 큰 인륜지대사의 하나다. 결혼은 예로부터 선남 선녀의 결합 외에 부족이나 씨족, 가문간 연합의 의미도 지녔다.

결혼은 또 가문의 권세나 재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공식 행사였다. 현대 사회에서 ‘웨딩 사업’이라는 신종 타깃 마케팅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평생에 한번 뿐인 자녀의 결혼, 더구나 집안 간의 위신 문제 등이 얽혀 있는 탓에 혼수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고급화, 대량화 추세를 이어 왔다.

새가정이 만들어지면서 파생되는 엄청난 구매와 소비는 업계에서 볼 때 그 어느 것보다 매력적인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웨딩 마케팅’이 핵가족 시대의 ‘키즈 마케팅’과 함께 각광 받는 판매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다.

올해 10월 결혼하는 예비 신부 손다혜(25ㆍ가명)씨는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혼수 장만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곤 했다. 고민은 ‘어떻게 하면 시댁에 흉 잡히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좋은 혼수를 마련할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특히 지난달 어머니와 함께 혼수와 예물 사전 조사를 해 보고는 난감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드레스와 예식 사진, 메이크업등의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인데다, ‘과연 많은 돈을 주고도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인지’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손씨는 집안의 첫딸인지라 부모도 제시된 가격이 적당한 것인지 조차 알 길이 없었다. 더구나 드레스에서 가전제품, 가구, 예식장까지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직장을 다니는 손씨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혼수장만에서 신혼여행까지 맞춤 컨설팅

그런 손씨의 고민을 크게 덜어준 것이 친구다. 친구가 모 인터넷 웨딩 컨설팅사를 소개했던 것. 이 웨딩 컨설팅사는 혼수 장만에서부터 신혼여행, 예식장 예약, 심지어는 청첩장과 예식 애프터 행사까지 일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씨는 사무실에서 이 회사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모델을 비교 분석해 가며 손쉽게 혼수 준비를 마쳤다. 손씨는 이후 이 사이트 결혼 동호회에까지 가입해 체험기를 게시판에 올려 놓고, 신부 수업도 받으며 신혼의 단꿈을 꾸고 있다.

웨딩 시장에도 사이버 바람이 거세다. 최근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하면서 B to C를 응용한 웨딩 매니지먼트 사업이 일대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웨딩 사업은 불황을 잘 타지않는 분야로 부각되면서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어 더욱 활성화하는 추세다.

이들은 결혼 준비에 관한 각종 정보제공에서 실제 구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대행해 주는 토털 웨딩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소위 웨딩 컨설턴트 또는 웨딩 플래너, 웨딩 매니저라고 불리는 혼수 전문가들을 고용, 결혼식 택일에서 혼수, 예물, 신혼집, 메이크업, 결혼 사진, 예식장, 신혼여행까지 모든 결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실속을 챙기려는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는 맞춤 컨설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웨딩 컨설팅 사업을하는 사이트는 무려 400여개에 달한다. 이중 컨설턴트를 고용해 운영하는 곳은 100여개 업소 정도이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만 개설해 운영하는‘영세업자’이다.

2년전부터 삼성(www.samsungmall.co.kr),SK(www.womanok.com), 현대(www.e-hyundai.com), 코오롱(www.marrys.co.kr), SBS 방송(wed.sbs.co.kr)등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쇼핑몰 부설 웨딩 사이트와 아이웨딩(www.iwedding.co.kr), 마이웨딩(www.happyall.com), 웨딩21(www.wedding21.com), 오뜨웨딩(www.hautewedding.co.kr), 아이러브웨딩(www.ilovewedding.com)등 웨딩 전문 컨설팅사 등 10여개 메이저 사이트들이 전체 시장을 주도해 가고 있다.


400여개 사이트 성업, ‘원클릭’으로 해결

웨딩 컨설팅사 중에서도 한 분야에 특화를 시킨 곳도 있다. 턱시도 드레스 예복제조로 출발한 웨딩코리아(www.weddingkorea.ne.kr), 드라마속 결혼식 드레스 대여 이벤트를 실시하는 센스웨딩(www.sensewed.co.kr), 결혼전문 웹진인 골드웨딩포유(www.goldwedding.co.kr), 함ㆍ폐백 등의 콘텐츠가 풍부한 웨딩슈 (www.choix.co.kr) 등이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살리고 있는사이트들이다.

아이웨딩은 지난해 3월 톱탤런트인 채시라와 가수 김태욱 커플의 결혼식 동영상 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관심을 끌었다.

이들 인터넷 웨딩 컨설팅사들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에겐 더없이 유용한 정보와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 혼수 관련 상품은 고급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체로 가격이 비싼편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경우 장사꾼들의 상혼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곳이 웨딩 컨설팅사다. 대부분의 웨딩 컨설팅사들은 사전에 혼수 가전 판매상이나 가구점, 스튜디오, 여행사, 보석상, 예식장 등과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단가를 정해 놓기 때문에 바가지를 쓸 우려가 적다.

그리고 자체 물건을 파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규모 웨딩 컨설팅사들은 대부분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 컨설팅을 해주기 때문에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이 회사들은 자사 혼수 쇼핑몰 판매를 통해 수입을 올린다.

혼수를 구입하면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도 절약된다. 고객들은 인터넷상에서 모든 혼수 용품과 사용 계약을 직접 비교하며 고를 수 있어 이곳 저곳을 뛰어다닐 필요가 없다. 눈으로 확인하고 손끝으로 클릭만 하면 모든 혼수가 집으로 배달되는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진다.

인터넷 웨딩 컨설팅사의 또 다른 장점은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재정 규모나 취향에 맞춰 혼수와 예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보통 혼수는 ‘견물생심(見物生心)’이 발동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구입하려면 당초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다. 하지만 처음부터 적정 규모를 정해 웨딩 플래너에게 위탁함으로써 규모의 경제학에 맞출 수 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질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두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업체 난립 부작용, 선택 신중해야

국내 웨딩 컨설팅사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된다. 삼성이나 아이웨딩 같이 자체 혼수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규모 인터넷 웨딩 매니지먼트 업체와 콘텐츠만 제공하고 혼수 구입은 1대1 컨설팅을 해주는 소규모 업체로 나눠진다.

대규모 업체들은 웨딩 플래너와의 상담를 거쳐 인터넷 상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결재만 하면 된다.

컨설팅사들은 대부분 가전업체나 스튜디오, 예식장 등과 장기 계약이 돼 있어 고객으로부터 별도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반면 1대1로 운영하는 소규모 컨설팅업체들은 고객과 함께 다니며 혼수 용품 구입해 주는 대신 판매업체로부터 물건 값의 1~3%의 수수료를 받는다.

6월 결혼한 윤선영(27ㆍ여)씨는 모 인터넷 웨딩 컨설팅사를 이용해 큰 도움을 받았다. 윤씨는 혼자 쇼핑할 때 300만원을 호가하던 웨딩 드레스를 컨설팅사를 통해 200만원에 마련했다.

또 정가 120만원 하는 신부 화장을 80만원에, 결혼 사진도 400만원짜리(본식과 야외 촬영 포함)를 270만원에 일괄 해결 했다. 혼자 했으면 720만원 가량이 소요될 비용을 웨딩 컨설팅사를 통해 550만원에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웨딩 컨설팅업계는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결혼 정보 같은 컨텐츠 보강보다는 주로 혼수 상품 판매 위주로 돼 있다.

말이 ‘웨딩 포털’이지 실제론 일반 쇼핑몰이나 다름 없는 엉터리 사이트도 많다. 이들은 ‘웨딩 포털’이라고 과대 포장해 회원 가입을 유도한 뒤 추후 전화를 걸어 자사 쇼핑몰 이용을 강권하기도 한다.

아이웨딩의 윤현철 팀장은 “웨딩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지난 2년간 웨딩 컨설팅업체들 급증했지만 제대로 된 컨텐츠와 컨설팅 서비스를 하는 곳은 손꼽을 정도”라며 “특히 업체 난립으로 과다 경쟁을 하다 보니 업체마다 혼수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고객들은 두 서너곳을 비교 분석하는 품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05 00:3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