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마케팅] 혼수시장 "불황은 없다"

불경기의 한줄기 빛 '혼인특수', 산업 전 분야에 파급효과 커

IT 거품이 걷히면서 발생한 미국발불황이 전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국내 역시 반도체 가격 하락과 소비ㆍ투자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경제ㆍ산업계 전반을 잔뜩 위축 시키고 있다. 한치 앞이 불투명한 불경기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웨딩 산업이다.

◁ 본격적인 결혼생활을 앞두고 전자제품을 비롯한 혼수용품 매장에 예비부부의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최홍수/사진부 기자>

웨딩 시장 만큼 불황을 덜 타는 분야도 드물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 해도 선남 선녀들의 짝짓기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한 계속 된다. 불황 초입기였던 지난해 국내 예비 신랑 신부들의 결혼 소요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또한 단일 이벤트로 결혼 행사 만큼 큰 규모로 사회 각 방면에서 수요와 소비를 창출하는 것도 없다. 결혼은 가전제품에서 주택, 관광, 귀금속, 의류, 금융, 유통, 식음료, 서비스 업종 등 거의 전산업 분야에서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한해 35만쌍 결혼,14조원 시장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35만쌍의 신혼 부부가 탄생한다. 그들로 인해 파생되는 웨딩 시장 규모는 무려 14조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서울시 예산(11조원)보다 많은 것으로 한해국가 정부 예산의 약 14%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IMF에 버금가는 불황으로 허덕이는 요즘, 웨딩 시장은 더욱 각 산업 주체들이 사활을 걸고뛰어들 수 밖에 없는 분야이다.

올해 가을 웨딩 관련 업계들은 부푼꿈에 젖어 있다. 올 봄 결혼 성수기인 5~6월에 윤달이 끼어 미뤄진 결혼식이 이번 가을로 집중되면서 ‘혼인 특수’가 몰아 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콜금리를 인하하는 등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은행대출이나 신용카드 론을 이용한 웨딩 소비가 대폭 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른 쪽은 몰라도 결혼에 있어서 만은 저금리가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게 업계의 전망이다.

결혼 시즌을 가장 반기는 곳은 신용카드사와 백화점 업계다. 신용카드사들은 2년전부터 소득공제 혜택 등으로 카드 사용이 급증, 즐겨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분야다. 그렇지만 장차 대기업 신규업체들의 진입과 합종연횡이 예상돼 치열한 내부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인 예비 신랑 신부들은 소비 성향이 큰 미래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에 한차례 격돌을 불사하고 있다. 더구나 혼수 용품의 경우 대체로 고가인데다, 신용 불량자가 될 가능성도 없는 고객층이어서 각사마다 사활을건 싸움을 전개중이다.

카드사들이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웨딩론, 혼수 구입 특혜, 웨딩 용품 할인서비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LG캐피탈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ㆍ신부들에게는 연대보증이 있을 경우 최대 1,000만원, 무보증일 경우 최대 500만원의 웨딩론을 즉석에서 지급해 준다. 최장 36개월 분할 납부 혜택과 함께 연체가 없는 회원에게는 1년후 대출금의 1%를 환급해 준다.

비씨카드도 써치라이프와 제휴, 예비 결혼 커플이 토탈웨딩사이트(www.kordding.com)에서 결혼 상품을 구입한 후 부족한 금액에 대해서는 인터넷 웨딩론으로 최고 500만원까지 무보증 대출해 준다.

삼성카드는 10월25일까지 250만원 이상의 혼수 제품을 구입하는 회원들에게 금액대별 커플사진 촬영권, 샘소나이트 가방 등 사은품을 준다.

또 9월30일까지 혼수가전 구입고객 중 215명을 추첨해 에넥스가구, 여행상품권, 행남도자기혼수세트 등을 증정한다. 외환카드도 여성 전용인 ‘i.miz 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마로니에 웨딩클럽, 오데뜨 웨딩갤러리, 예지원 한복 드에서 5~6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카드사, 백화점 등 예비부부잡기 총력

혼수 관련업계 중 가장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곳은 백화점이다. 8월 중순까지 바캉스 세일을 마무리 지은 백화점들은 8월 말부터 일제히 결혼시즌을 겨냥해 ‘가을 혼수대전’쪽으로 말을 갈아 탔다.

올 여름 불황기에도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거듭한 백화점들은 이번 9~10월 ‘결혼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예비 신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화점들은 시중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가전 제품 보다는 보석, 화장품, 가구, 예복 같은 고가 혼수품에 주력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세워 놓고있다.

롯데백화점은 8월20일부터 9월말까지 일정으로 서울 5개점에서 보석 화장품 예복 침구 홈식기세트 등을 총 망라한 ‘혼수 상품대전 롯데 웨딩 페스티벌’을 실시중이다.

롯데는 오프라인에서는드물게 혼수 상담 전문 도우미까지 동원, 웨딩 상담 데스크에서 웨딩 책자와 혼수상품 할인 쿠폰도 증정한다. 신세계백화점은 8월 31일부터 한샘등 100만원대 패키지 브랜드 혼수가구를 한자리에 모아 판매하고 있다.

또 양복 구매 신랑에게 연미복을 무료로 빌려주는 ‘신사 결혼 예복 추천 상품전’도 실시중이다. 그랜드백화점은 예복가격이 부담스러운 알뜰 커플을 위해 한 벌 값으로 두벌의 예복을 마련할 수 있는 ‘남녀 결혼예복 행사’(신촌점)와 고급 예물을 싼 값에 파는 ‘결혼 예물 보석 특별 기획전’(일산점)을 연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이 유명 혼수가구 종합대전을, LG백화점은 ‘혼수가구 패키지 상품전’을 개최하는 등 백화점마다 신랑ㆍ신부를 유혹하는 특별 이벤트를 열고있다.

전자상가들 역시 웨딩 마케팅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곳이다. 혼수 가전은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이다. 더구나 최근 신혼부부들의 기호가 고급 디지털가전 쪽으로 이동, 올해 혼수 가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장기간의 불황으로 중산층 이하의 예비 신랑ㆍ신부들이 실속 혼수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자상가 쪽은 결혼 특수에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테크노마트는 이런 점에 착안, 8월말부터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DVD, 홈시어터 등을 기획 판매하는 ‘가을 혼수세일전’에 돌입한다. 용산 전자랜드도 9월말까지 베스트 웨딩커플전 웨딩플랜공모전등의 이벤트를 마련, TV 전자레인지 등의 상품을 증정하고 결혼 선물용 상품권도 별도로 판매한다.

신세대들 사이에서 집안 인테리어나 장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토털 리빙’을 표방하며 마케팅을 벌이는가구, 인테리어 업체들의 경쟁도 뜨겁다.

까사미아는 심플한 신혼 가구를 선보임과 동시에 9월24일까지 100만원이상 구매고객에게 상품권 등을 주는 허니문 이벤트를 연다.

쌈지는 젊은 디자이너 그룹이 디자인한 뉴웨이브풍의 문구류와 시계 등 개성 있는 신혼집을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용품을 선보였다. 데코도 로맨틱한 침실을 연출할 수 있는 연보라색 침대보와 스탠드 등으로 예비 신혼 부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온 오프라인의 미래 유망분야

이런 오프라인 업체들 틈새에서 e쇼핑몰들도 나름대로의 기획전으로 분투중이다. 인터파크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혼수가전 100선전’을 개최, 신혼여행을 예약하면 3~7%의 할인과 여행가방 면세점 할인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LG이숍도 8월 중순부터 ‘혼수예물용품 모음전’을 개최 구매가의 3%를 사이버 머니로 적립해 준다. 한솔CS클럽은 145만원에서 220만원까지 결혼식 관련 패키지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롯데닷컴은 3개월간 ‘허니문 페스티벌’ 행사를 통해 하와이 여행상품을 99만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연다.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결혼 예복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보기 드문 불황을 타고 있는 신사복 업계는 이번 가을 예복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LG패션은 9,10월 16만쌍의 예비 커플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예복용 정장 2만7,000벌을 준비했다.

LG패션은 올해에는 전년 대비 12% 신장한 235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있다. 제일모직도 로가디스와 갤럭시 등 고급 원단을 소재로 한 혼수 예복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혼수 관련업계의 부푼 기대와 달리 올 하반기 웨딩 산업은 지난해 수준을 맴돌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올초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결혼을 늦췄던 커플들이 여전히 국내상황이 좋지 않아 규모를 줄이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가 예상하는 혼수 특수가 생길 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하지만 국내 웨딩 시장은 경기 회복과 함께 가장 먼저 활성화할 미래의 유망 분야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05 00:41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