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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풍경] 국악에 불고 있는 전통문화의 현대화

[21세기 문화풍경] 국악에 불고 있는 전통문화의 현대화

문화 산업 시스템과 긴밀한 연계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9월 6일 막올리는 신작 ‘심청아, 나랑 놀자’ 무대에 특별연주회라는 별도의 문패를 하나 달았다. 악기가 말을 한다.

해금, 대금, 피리, 아쟁, 가야금, 거문고, 북 등 저마다의 캐릭터를 담당, 먼저 객석과 인사를 나눈다.

객석과 점점 친숙해져 가는 악기들은 대사까지 맡아, 자연스레 연기를 하게 된다.

국악기는 또 효과 음향까지 맡는다. 바람, 파도, 천둥, 지진, 목탁 등 소리나는 현상은 물론 눈물 흘리는 소리까지 낸다. 어린이는 물론 국악과 거리가 멀었던 어른까지 국악의 세계 안으로 자연스레 빠져드는 것이다(6~11일 오후4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악이 생활속으로 들어 온다. 국악은 이 세상 어느 음악 장르보다 훌륭하다고 믿는 재기발랄한 젊음들이 이뤄내는 풍경이 21세기 문화 풍경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대 국악은 절간의 범패, 궁중의 종묘제례악, 민요한마당 등 기성 세대의 정서를 위한 부속물에서 탈피했다. 랩이나 힙합 못지 않게, 동시대의 요구와 희망을 담아 내고 있다.

9월 6일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보기 드문 여성 국악 작곡가 유은선씨의 첫 창작 국악 발표회가 열린다. 그의 3집 앨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비나리(기원)’ 발표 기념 콘서트다.

더러는 아이들의 손을 잡기도 하고 객석을 가득 메웠던 관객들을 반기는 것은 안숙선(중요무형문화재가야금병창), 이금희(아나운서), 강은일(해금 주자) 등 알려진 사람들의 우정 출연만이 아니다. ‘저렇게 아름답고 편안한 소리가 우리 것이었다니!’

이번 무대는 정반대다. ‘우리 음악으로 저렇듯 폭발적이고 전위적인 무대가 나오다니!’8월 23일 홍대앞 극장 시어터 제로 그대로 국악 실험 마당이었다..

행위예술가 심철종씨가 종종 해괴한 전위예술을 펼치는 그 곳에 타악 주자 최소리씨가 20일간의 공연 ‘두들림’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전통 도자기 제작틀인 해청요에서 그가 개발해낸 도자기 북과 장고가 3단으로 쌓여 있다.

여기에 풍물굿패 몰개, 전자 베이스 주자 김동섭, 전자 기타 박석주, 미디 신서사이저주자 변재영 등 동료가 가세한다. 기존의 음악 관습을 비웃는 박자와 선율들이 객석을 난타했다. 국악 신동 유태평양군까지 출연, 흥을 더했다.

창작 타악기 2대가 남성과 여성을 각각 맡아 추근대고 쫓아가는 남녀를 표현한‘스토커’, 국악기 양악기 창작악기를 번갈아 가며 다채로운 리듬을 선보인 ‘개기일식’, 전통 장고를 계량한 3단 장고 등 창작 타악기로 다채로운 선율의 가능성을 밀어 붙인 ‘다스림’ 등 모두 8곡이 선보였다.

대미 드럼 솔로 ‘숨소리’에서는 메탈 그룹 백두산 시절의 육중한 드럼 실력이 유감 없이 드러났다. 타악이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 국악이 어떻게 변형ㆍ조립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 준 자리였다.

90년대 초 록 그룹 ‘백두산’ 드럼 주자였다 사물놀이를 접하고 국악으로 방향을 돌려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그의 행보는 국악과 록이라는 전혀 이질적인 음악과 어떻게 융화되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사례다. 21세기 퓨전 국악의 풍경 가운데 대단히 독특한 일가를 개척하고 있다.

그의 음악은 문자 그대로 자기 살을 깎아 빚어 올린 것. 양손가락 사이사이 마다 1개씩의 스틱을 끼우고 밤낮으로 소리를 탐색하는 과정에 소음성 난청에 걸려 청각을 잃어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솔로 음반 ‘두들림’1집(1997년)ㆍ2집(1998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앨범 ‘5월의 꽃’(1998년) 등 3장의 마니아용 음반을 발매했다.


신비의 소리와 울림으로 만나는 전통타악

‘사이공, 그날의 노래’, ‘니마 아트쇼’ 등 개성 넘치는 공연으로 시선을 끌었던 4인조 국악 타악 그룹 ‘공명’. 이제 그들의 데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통해야’로 커다란 방점을 찍을 태세다.

음반은 전통 타악의 풍성한 자산은 우리 시대의 음악적 자산과 어떻게 만나야 할 지, 쉼없이 연구해 온 첫 결과물이다.

네 사람은 모두 80년대초 사물놀이패에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물놀이의 원형만을 파고 들기에는 이들의 피가 뜨거웠다. 뮤지컬, 퍼포먼스, 무용 등 인접 장르가 곧 이들의 무대였다.

타악기와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배합할 뿐 아니라 일부 악기는 직접 제작, 전에 없던 신비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경지는 젊은 나이에 일가를 이룩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매 공연마다 30여가지의 악기를 들고 나오는 이들 최대의 자랑은 창작 악기 공명. 30㎝~1㎙짜리 다양한 크기의 대나무관으로 만든 악기들을 두드리고 분다. 투박한 관에서 영롱하고도 구성진 선율과 선율이 우러 나와 구성진 가락이 되는 것이다.

이들의 진가가 새삼 드러난 대목은 지난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아트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 ‘언덕의 나무 위 여인’. 가장 한국적인 것은 세계와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 지를 보여 준 한마당이었다. 쏟아지는 찬사 때문에 무대는 9일 단독 공연 형태로 한 차례 더 열려야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세계 200여 예술감독과 기획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찬사를 퍼부었다. 호주와 유럽 투어 제의가 뒤따랐다. 7월 25일 예술의 전당 호주페스티벌 오프닝 공연 ‘외로운 라픈제르’에서의 음악이 바로 그들의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자, 이들은 전방위적 수요에 답해야 했다. 본격 활동을 시작한 1988년 이래 이들은 연극 ‘레이디 맥베스’, 영화 ‘반칙왕’, 패션쇼 ‘쌈지 니마’ 등지에서 자신의 족적을 짙게 남겨 왔다.

데뷔 앨범명이자 이번 콘서트명이기도 한 ‘통해야’란 말은 ‘함께 음악을 듣는 옆시림과 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상 누구와도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집약돼 있다. 9월 21일 오후 8시 문예회관대극장(02)532-7767

국악의 변신은 분명 우리 음악의 희망이다. 또 새로운 가능성의 징표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과의 음악 교류를 논하기 위해 평양을 다녀온 독일 지휘자 윤 메르클(42ㆍ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지휘자)은 “전통ㆍ서양 음악을 접목하려는북한의 열기가 놀라왔다“고 전한다.

새로운 민족 가극, 악기 개량 등 이른바 주체적 예술 양식의 모색을 위한 간단없는 장정에서 북한 국악계가 보여오고 있는 시도를 일컫는 말이다.

이 같은 시도는 남한의 경우는 ‘창조적 소수’이다. 국악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 어법을 만들어내려는 젊은 열기는 우리의 중요한 예술 자산이다. 언젠가는 북한의 열기와도 만나야 할.

장병욱기자 aje@hk.co.kr

입력시간 2001/09/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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