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동화] 맑고 순순한 '상상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

어린이의 상상력은 종종 엉뚱하다. 어른의 논리로는 쉽게 이해가 안되지만 그들의 상상력은 참신하고 기발하다. 어린이의 이런 상상력을 그린 동화책은 짜릿한 긴장감이나 극적 쾌감은 없다.

하지만 잔잔한 여운은 평생 마음 속에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칼데콧 상을 3차례나 수상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조각 미술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담은 동화책 두 권을 선보였다. 이 책은 철저히 어린이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다소 비논리적인 사건들과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 전개. 하지만 이 두 권의 동화에는 어린 시절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벤의꿈 전형적인 액자(額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스토리는 너무 간결하다. 소년인 벤과 여자친구 마가렛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야구를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벤은 세계 유적에 관한 공부를 하다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집이 흔들리는 것에 놀라 깬다.

그런데 밖을 보니 집이 바다에 둥둥떠 다니는 것이 아닌가. 떠다니는 집 속에서 벤은 자유의 여신상, 파리 에펠탑, 피사의 사탑, 스핑크스, 러시아의 성바실리 성당, 중국의 만리장성등을 차례로 본다.

그리고 잠을 깼다. 이 책에는 글이 거의 없다. 가는 흑백 선으로 그려진 그림이 글 보다 더 강하게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을뿐이다.

리버벤드마을의 이상한 하루 리번 미국의 외진 마을인 리버벤드에 어느날 끔찍한 재앙이 닫친다. 마을에 이상한 빛이 등장하면서 말과 사람이 끈적이는 줄에 감겨 피해를 당한다.

마을 보안관은 민병대를 꾸려 범인 추격에 나선다. 하지만 긴박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갑자기 멈추고, 이야기는 돌연 책 바깥으로 튀어나가 크레용을 쥔 어린이를 비춘다.

그림 속의 이야기가 실제로는 어린이가 그린 그림 이야기속의 내용인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용 동화책인 동시에 책과 독자의 관계, 이야기와 현실의 관계를 깨닫게 해 준다. 그림도 아직 크레용 조차 제대로 못 다룰 정도의 어린 아이가 마구 그려 놓은 것처럼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9/11 11:50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