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상업주의를 거부하는 '예술적 도발'


■제4회 독립예술제, 젊은 예술인들의 대안예술 찾기

고성방가(高聲放歌), 내부공사(內部工事).음악, 미술 페스티벌을 가리킨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무슨 말인지 종잡기 힘들 것이다. 암중모색(暗中摸索), 이구동성(異口同聲), 중구난방(衆口難防). 실은 영화전, 행위예술제, 거리 축제를 가리키는 재기발랄한 말이다.

젊음의 거리, 홍대앞에서 7~23일 모두 17일 동안 펼쳐질 ‘제 4회 독립 예술제(Seoul Fringe Festival)’가 이번 출연작을 5대 장르로 나눠, 각각 붙인 이름이다.

‘한국의 대안 예술을 탐색한다’는 기치를 능히 감당할 유쾌하면서 도발적인 몸짓들이다. 스타 시스템, 상업주의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젊은 예술인의 총반격이다.

대학 구내ㆍ록 카페ㆍ공연장ㆍ전시장 등 홍대 일대는 물론의 상실ㆍ파출소ㆍ동사무소ㆍ놀이터ㆍ지하보도까지, 풍성한 축제의 마당으로 거듭나는 것. 모두 421개 문화 단체 또는 개인이 30개의 공연ㆍ전시장을 거점으로 그들의 꿈을 펼친다.

‘고성방가’. 하드 코어ㆍ펑키ㆍ핌프ㆍ스래쉬 메틀ㆍ힙합등 비주류의 독립 음악이 총집결한다. 재즈, 록(모던과 포크), 하드록, 사이키델릭, 그런지, 올터너티브 등 테마별로 집중탐구하는 기획 콘서트는 비주류 음악을 이해하는 첩경을 제공한다.

‘내부공사’. 서교파출소ㆍ서교동사무소ㆍ지하보도에서 펼쳐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오픈 아이), 카페ㆍ의상실 등지에서 펼쳐지는 생활미술전(오일드 아이), 시민과 함께 하는 거리 미술전(갤러리 파크), 국내외 작가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꾸미는 온라인 갤러리(@rt Image)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디지털 카메라와 PC만 있으면 집안 한쪽 구석에서 영화한편이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암중모색’은 디지털 영화의 다양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똥’, ‘고래의 한숨’, ‘부처의 여관’, ‘봉자바라’등이 상영된다. 이번에는 특히 디지털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불협화음:관계의 이면을 응시하는 시선들’이 초청 상영, 독립영화는 사회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발언하는가를 보여준다.

‘이구동성’. 연극, 무용, 마임, 퍼포먼스 등 이시대, ‘몸으로 때우는 예술‘은 이렇게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극 15팀, 무용 12팀, 마임ㆍ퍼포먼스 7팀 등 모두 34개 단체 가출동한다.

씨어터 제로 등 이 지역 소극장은 물론 이번에는 국립극장에까지 진출했다. 장애인 여성극단 끼판의 ‘돌몸짓’, 조계형의 ‘예고로 부터의 탈피-그녀는 죽었다’ 등 최근 화제를 모았던 파격의 무대가 별오름극장에서 다시 빛을 본다.

‘중구난방’. 거리와 공용 주차장이 무대다. 재능있는 젊은 문화예술인과 시민이 어우러져 노는 마당이다. 장승세우기, 지신밟기, 예술품벼룩시장, 이동영화제 사이사이에 음악ㆍ퍼포먼스 등 벼라별 공연 양식이 끼어든다.

이 행사 또 하나의 자랑.

비주류 예술 축제로는 세계 3위의 규모를 기록한다는 사실이다. 예술인 1,500여명, 스탭 80여명, 자원봉사자 110여명 등 모두1,700명의 젊음을 가리키는 숫자다. 또 단체 단위로 봤을 때는 421개, 참가 공연ㆍ전시장은 30개다. 지금껏 아시아 최고로 알려진 홍콩 프린지페스티벌의 규모(200여 단체)를 웃도는 수준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자라난 지금, 이 행사는 머잖아 홍익대 일대를 ‘아시아의 오프 브로드웨이’로 만들겠다는 자부로 들떠 있다(02)762-0815.


[연극]



ㆍ 락희맨 쇼

만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극단 동숭아트센터 ‘락희맨쇼’가 공연된다. 현실의 무게는 휘발되고, 만화적 상상력만이 전면에 가득하다. 나다와 정아, 너두와 나미 커플의 티격거리는 연애담이 주조다.

여기에 좌충우돌 집요한 장물천사와 담배가게 아줌마의 추격전이 느닷없는 뽕짝 메들리속에서 펼쳐진다. 극중 대사로 밋밋하게 처리된 부분에는 만화가 황경택의 카툰을 투사, 생동감을 더 한다. 10월 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소극장.(02)741-3391


[콘서트]



ㆍ 천지창조

하이든의 걸작 오라토리오 ‘천지창조’가 공연된다. 서울 오라토리오단의 이번 공연에서는 아담, 이브, 라파엘 등 곡중 배역의 캐릭터에 걸맞는 솔리스트를 기용, 극적 긴장감을 최대한 살린다.

특히 독일 현지에서 오페라 주연급으로 활동중인 테너 크리스티안 바우어가 한국 초연, 이 연주단의 제 28회 정기연주회를 빛낸다. 그밖에 아담에 바리톤 장원석, 가브리엘과 이브에 신지화, 라파엘에 유지호 등 교수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1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7-9276


[라이브]



ㆍ 그룹 이브 'White Blood'

가스펠과 록을 융합한 그룹 이브(Eve)가 스탠딩 콘서트 ‘White Blood’로 팬을 찾는다. 김세헌(보컬), 고릴라(키보드),박웅(기타), 김건(베이스) 등 네 멤버가 모든 곡을 직접 연주, 라이브의 참맛을 보여준다.

4집 ‘Swear’ 발매 기념 콘서트이기도 하다. 서울-15일 오후4시, 7시 30분 트라이포트홀, 부산-22일 오후 4시, 7시 30분 동아대 석당홀.(02)574-6882



ㆍ 그룹 야다 첫번째 콘서트

네 멤버 모두 21세인 그룹 야다(Yada)가 첫 콘서트를 갖는다. 외모만큼이나 상큼하고 아름다운 록을 들려준다. ‘이미 슬픈 사랑’, ‘T.T’, ‘진혼’, ‘사랑이 슬픔에게 ’ 등. 22~23일 오후 4시, 7시 30분. 대학로 폴리미디어 시어터. (02)574-6882


[영화]



ㆍ 루브르의 악령 벨파고

루브르 박물관의 전설적 악령 벨파고가 살아 온다. 장 폴 살로메 감독의 ‘루브르의 악령 벨파고’는 이집트 신화를 모티브로 한 초차연적인 영상이 관객을 압도한다. 상상속 악령을 재현한 특수효과 등 볼거리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소피 마르소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보다 진지한 팬들에게는 이 영화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최초로 로케 촬영됐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리라. 아직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지하터널 등 박물관의 이면을 구경하는 보너스도 누릴 수 있다. 9월 15일개봉.


[재즈]



ㆍ 척 맨지오니 두번째 내한공연

플루겔 호른의 달인 척 맨지오니가 온다. 2000년 첫 내한 공연에서 한국팬이 보여준 뜨거운 환호에 대한 답례이다. ‘Children of Sanchez’, ‘‘Feel So Good’, ‘Give It All You Got’ 등 명곡들을 본인의 생생한 연주로 들을 기회다. 11일 오후 7시 30분 현대자동차 아트홀.(02)3464-4998


[전시회]



ㆍ 남춘모 개인전

중진 작가 남춘모씨가 초가을 서정이 가득한 전시회를 연다. 울산 현대예술관 갤러리 초대전이기도 한 이 전시회에서 남씨는 중년에 느끼는 잔잔한 서정을 형상화한 ‘Stroke Line’ 연작을 선보인다. 폴리에스터가 갖는 재질적 특성과 물성에 대해 집요하게 치러 온 일련의 실험 궤적이다. 9월 12~28일 현대예술관. (052)235-2143


[무용]



ㆍ 황미숙 현대무용단 '공명'

황미숙 현대무용단이 ‘공명(共鳴)’을 공연한다. 두 발을 얹으면 꼭 차는 시멘트위에선 무용수에게 200데시벨이 넘는 소리가 가차없이 쏟아진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인간은 하나의 점으로 소생한다. 그는 다시 전진하려 하지만 자꾸만 휘청댄다.

그를 둘러싸고 수많은 빛줄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그는 사라져 간다. 엄격히 훈련된 육체 언어로서의춤이 아닌, 무용수의 마음을 따라 가는 독특한 움직임. 황미숙 안무, 김연재 연출, 노진환 류지영 등 출연. 5~6일 오후 5시, 8시 예술의전당토월극장.(02)3673-2052

장병욱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9/11 14:30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