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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감정이입에 대해

[어제와 오늘] 감정이입에 대해

6개월여 만에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미 국무부는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LA타임스는 9월6일자 ‘북한을 위한 햇볕정책’이란제하의 사설에서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 사설은 북한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국회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대화재개를 요청한 것은 “긴장완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라기보다는 북한이 한국 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서투른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방북할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남북대화 재개를 충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성을 강조할 요량으로 선수를 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김정일에게 서울답방은 과거의 일이 된 것 같다”고 결론 지었다.

9월 5~7일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린 ‘동아시아의평화와 화해’ 포럼에 참가한 랄프 코사 박사(국제전략문제 연구소 퍼시픽 포럼소장)도 비관적인 입장이었다. 코사 박사는 타이페이 타임스의 기고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회담 재개를 장쩌민 주석의 방북 하루전, 임동원 장관의 불신임 투표 하루전에 발표한 것은 김정일식 ‘벼랑끝 외교’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이번 제의는 장쩌민 주석의 남북대화 우선의 뜻을 수용해 제의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엉뚱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의 실천자며 기획자인임 전장관의 불신임이 거의 확정 된 상황에서 대화를 제의 한 것은 남북관계나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에게는 “이미 끝난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코사 박사는 분석했다.

LA타임스나 랄프 코사나 김대중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바라는 것은 김 위원장의 말에 대한 진실성이 미국에 의해 인정 받는 것이다. 또 어떻게 하면 내년에 환갑을 맞는 김 위원장이 미국과 수교하고 한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까 에 쏠려있다.

해답이 될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에 ‘어제와 오늘’에 소개된 ‘윌슨의 망령’의 저자 로버트 맥나마라 (전 1961~68년 미국 국방장관)는 ‘지도자 김정일’에게 색다른 충고를 하고 있다. 이 충고는 김 위원장의 상대인 부시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 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맥나마라는 21세기에 분쟁과 살육, 격변을 일으키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세가지를 제안했다. 첫째가 초강대국인 미국이 일방주의를 버리고 러시아나 중국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아프리카, 동티모르, 코소보 등에서와 같은 살육을 중단 시키기 위해 다국간 협력에 기초한 개입이 필요하며 유엔 헌장은 이를 의무화 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전쟁억제의효과를 잃은 핵무기 철폐와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반대다.

맥나마라는 무엇보다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 같은 적대국과 이른바 ‘깡패국가’로 불리는 국가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적대국에 대한 감정이입(感情移入:Empathy)이 필요하다는 선(禪) 문답 같은 주장을 폈다.

‘엠파시’는 심리학 용어로‘감정이입’이다. 말뜻은 “예술작품이나 자연물에 자신의 감정이나 정신을 투사하며 자신과 그 대상과의 융화를 의식하는 정신작용”으로 풀이되어 있다.

맥나마라는 62년 10월27일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대통령진영이 흐루시초프 소련 수상에 대해 ‘감정이입’을 적용해서 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한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쿠바에 소련이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 설치문제로 미국과 소련은 10여일째를 핵전쟁 일보전 까지 가고 있었다. 10월26일 흐루시초프는 케네디에게 “우리는 쿠바에서 미사일 철수를 공식 성명 하겠다.

미국도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공식성명 하라”는사신을 보냈다. 핵전쟁으로 치닫는 암울한 터널의 입구에 불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흐루시초프는 이튿날인 10월 27일 “터키에있는 탄도 미사일을 철수할 것도 성명에 포함 시킬 것을 요구한다”는 공식문서를 보냈다. 케네디 대통령과 맥나마라 장관등은 “이를 인정하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깨진다. 들어줄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때 전 소련대사였던 누윈 톰슨은 소련전문가로 비상회의 멤버로 참가 중이었다. 그는 케네디에게 말했다. “대통령께서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 나는 흐루시초프의 메시지를 대통령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그의 첫번째 편지에 속마음이 있다. ‘나는 (소련의) 미사일을 철수함으로써 쿠바를 (미국의) 침공으로부터 구하고 싶다’고 흐루시초프는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케네디는 잠시를 생각하며 ‘당신 말이 맞다. 나는 쿠바에 상륙 않겠다고 국민과 세계에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고 맥나마라는 회고했다.

백악관 비상회의 멤버 중 가장 낮은 지위의 톰슨이 제시한 흐루시초프 메시지에 대한 해석은 핵전쟁의 위기에게 세계를 구했다. 톰슨의 오랜 소련 경험은 그가 흐루시초프에 대해 성공적으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우리 말로 역지사지(易之思之)한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 김 대통령, 부시 대통령이 서로간 ‘감정이입’을 잘하면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1/09/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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