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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수를 뛰어넘어 세계정상을 두드린다

[바둑] 국수를 뛰어넘어 세계정상을 두드린다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⑬

국수를 쟁취한 이창호. 이젠 더 이상 그를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그 업적을 과소 평가하는 기운은 잦아들었다. 최고 타이틀 국수를 따고 난 후 제일 달라진 점은 바둑가의 대접이었다. '이 국수'라고 불리는 호칭은 정말이지 듣기 좋았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즈음 드디어 세계정상을 노크하는 기회가 다가온다.

훌쩍 쉽게 1년을 뛰어넘지만 1년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당시 두 번째 가는 타이틀 왕위를 조훈현으로부터 4:3으로 아슬아슬하게 낚아 챈 데 이어 대왕전 제왕전 박카스배까지 접수해 기존의 타이틀 국수 최고위와 함께 6관 왕에 올라있었다.

당시 정상 4인방의 타이틀 분포를 살펴보면 유창혁이 최고타이틀전 기성을 보유하고 있고 조훈현이 기왕 패왕 명인 바둑왕 비씨카드배 등 5관왕. 서봉수가 동양증권배 국기전을 보유하고 있는 형세다. 14개 타이틀 중 6개를 이창호가 보유하여 최다 타이틀 보유자로 이미 국내 1인자로서 군림하고 있었으나 아직도 이창호를 일인자로 부르기엔 이른 시절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창호는 일생일대의 첫 추억, 세계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이른바 오늘의 이창호를 있게 해준 기전인 동양증권배. 조훈현을 있게 해준 기전이 응씨배였다면 이창호는 당연히 동양증권배를 잊지 못한다.

올해 16세. 아직도 꼬맹이를 벗어나지 못한 이창호에게 동양증권배는 세계 속으로 뻗어나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동양증권배는 제1,2회 때는 국제대회 수준으로 머물러 있었지만 이번 제3회 대회 때부터는 명실공히 국제대회의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오로지 상금이었다. 우승상금 1억원이었다.

사실 우리바둑계가 우승상금만으로 본다면 2,000만원에서 700만원 하는 시절에 우승상금 1억원은 상당했다. 1억원이라는 돈이 지금도 무지무지 큰돈이지만 당시 기사들은 한해 동안 상금이 억대에 이른 사람이 조훈현 말고는 없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생긴다. 불과 10년 후 이창호가 우승상금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말이다.

당시 세계대회는 응씨배가 88년에 개최되어 바둑올림픽을 자임하며 4년만에 한번씩 개최되고 있고 일본에서는 후지쓰배가 매년 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88년에는 89년, 90년에는 일본의 '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가 연속 우승하여 속기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으며 제3회 엔 '이중 허리' 린하이펑(林海峰)이 우승하여 아직도 일본이 세계바둑의 정상임을 견지하던 시대였다.

동양증권배 8강전이었다. 사실 세계대회는 24강전부터 막을 올리지만 이창호에겐 8강전부터가 진짜 시합이라고 할 것이다.

일단 국내 타이틀보유자로서 16강에 이미 진출해있고 16강에서는 또 다른 신예 강자이자 '신4인방'의 일원인 윤성현을 맞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8강전이 세계 건각과 겨루는 본격적인 국제전이었다.

거기서 이창호는 중국의 첸우핑(錢宇平)을 만나다. 첸우핑은 지금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지만 10년전 당시에는 이창호를 능가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기대를 거는 신예기사였다. 소문에 의하면 상사병이 들었다고 하기도 하고 정신이 간혹 좋지 못하여 국제대회에 데려오기가 좀 뭣하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그러나 동양증권배 8강전을 치르는데 엔 아직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첸우핑이었다.


[뉴스화제]



· 유창혁 8년만에 명인전 도전

유창혁 9단이 오랜만에 국내 도전기에 모습을 드러내어 이창호 9단과 타이틀 매치를 갖는다. 9월6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32기 SK엔크린배 명인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유창혁 9단은 조훈현 9단을 상대로 330수만에 흑 반집승을 거두고 8년만에 명인전 도전권을 도전권을 획득했다.

각각 6승1패를 거둔 후 재대국을 벌인 것으로, 유9단은 6전전승을 기록하던 중 조훈현 9단과의 막판 대국에서 패해 패점을 기록한 바 있다. 유창혁 9단은 지난 93년 제24기 명인전 도전기에서 이창호 9단에게 도전해 2승3패로 아쉽게 석패한 바 있다. 9월13일 도전1국을 벌이게 된다.


·박영훈 윤성현 타이틀 격돌

'신4인방의 원조' 윤성현 7단이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 올라 1993년 패왕전 도전기 이후 처음으로 결승무대에 진출하여 타이틀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박카스배는 이창호 9단이 이미 대회 불참을 선언했고 조훈현 9단도 뒤따라 불참을 선언해 정상 '두 톱'이 참가하지 않아 약간은 시들해진 기전.

그러나 새로운 얼굴들이 매번 새롭게 올라온다는 데에서는 의미가 있는 기전이다. 전번 기에는 이세돌과 류재형이 올라와 이세돌이 우승한 바 있다. 두 기사는 통산전적에서도 1승1패를 기록하고 있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재호 바둑 평론가

입력시간 2001/09/1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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