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의 역사
(클로드 레비-스트로스ㆍ알드레뷔르기에르 공저/정철웅 옮김)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보호 받으며 사회를 배우고 익힌다.

이런 사회화 과정을 겪으며 성장한 뒤에는 결혼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친족(親族) 또는 씨족이라는 혈연 공동체가 형성된다. 친족의 규모가 커져 부족으로 확대되고 이것이 이합집산을 통해 국가라는 지역ㆍ문화 공동체를 형성한다.

20세기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의 핵분열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외부 침입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친족간 군락을 이루며 집단 방어를 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가족과 친족의 단위는 점점 세분화 되고 있다.

우리 같은 유교적 사회에서 조차 대가족은 이제 버거운 짐으로 여겨진다. 이제 부모, 자식이라는 2대간에 도서로 떨어져 사는 경우가 흔치 않다. 자식을 대도시나 외국으로 보내는 ‘유학 가정’에서, 아내와 자식과 떨어져 사는 ‘나홀로 족’, 그리고 서로 떨어져 사는 ‘주말 부부’ 등 다양한 형태의 분열 가정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교육 문제, 경제적 여건 등 주변 요인이 작용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존의 가족 개념이 서서히 퇴색하는 것이자,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민감한 때에 가족의 근원과 생성, 발달, 변천사를 사회ㆍ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가족의 역사 1’(이학사 펴냄)이 출간됐다.

이 책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서문을 쓰고, 프랑수아즈 조나벵 등 인류학이나 사회학을 전공한 유수 학자 8명이 나름의 주제로 집필한 인류 ‘가족 공동체’에 대한 논문집이다.

이들은 선사시대에서 바빌론 왕국, 그리스ㆍ로마, 유대 히브리 민족에 이르는 고대 시대의 ‘가족’과 ‘친족’ ‘혈연’ ‘결혼’ 등의 문화 역사적인 의미를 고찰ㆍ분석했다.

1870년대 유행한 진화론적 관점의 선구자 모건 같은 학구적ㆍ고전적인 이론에서, 결혼을 시동생과 처남을 얻는 것으로 생각한 멜라네시아 원주민,부인을 빌려 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 에스키모 사회, 부부가 떨어진 채 살며 ‘방문객 남편’을 맞는 가나의 아샨티족 이야기 등 다양한 가족 형태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은 결혼이 가족, 친족 공동체를 유지하는 필수 요건이라고 말한다. 한 집단이나 개인이 자신과 동일한 상태로 남기 위해 결혼 상대자의 교환에 엄격한 규율을 마련하고, 결혼 상대자의 교환을 영속 시킴으로써 가족의 사회적인 상호 의존성을 보장하려는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결혼이 취하는 형태가 어떻든, 생물학ㆍ사회적인부모의 관계가 어떻든, 거주 형식이 어떤 형태로 다양화하든 가족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글의 저자들은 예전 학자들이 ‘인간이 배제된 역사’, ‘무시간적인 비역사’라고 비난했던 인류학적 성과를 역사학에 끌어 들여 ‘역사 속의 인간과 사건의 흔적을 확인하려는’ 젊은 아날학파 연구자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의 타협’은 인류가 지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결론 맺는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11 19:28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