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괴담] “남자들이 떨고 있나 ”

'접대부 자궁암 바이러스 창궐'에 떠는 남자들

중소기업의 다니는 강제용(가명)팀장은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밤잠을 설친다. 강 팀장은 한 달전 회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거래처의 간부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한식집에서 시작된 이 자리는 자연스럽게 룸살롱으로 이어졌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참석자 전원이 인근 호텔로 2차를 갔다. 이후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 됐고 강 팀장은 이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달말 강 팀장은 한 일간 신문을 보다가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흥업소 접대부 절반이 자궁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 팀장은 그 일이 있은 후 아내와 몇 차례 잠자리를 했는데 혹시 ‘바이러스를 옮겼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도 없어 강 팀장은 마냥 고민만 하고 있다.


‘감염’ 의심, 부부 이상유무 확인방법에 골머리

말 못할 불안에 떨고 있는 남성이 늘고 있다. 최근 ‘에이즈 종업원 괴소문’에 ‘자궁암 바이러스(HPV) 창궐’이라는 국립보건원의 발표가 잇따르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경험했던 남성들이 고민에 싸여 있다.

실제로 최근 전국 보건소에는 에이즈나 HPV 검사 절차를 묻는 중년 남성들의 전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개인병원에도 검사 건 수가 평소보다 증가하고 있다.

성모 병원과 공동검사를 실시하는 서초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에이즈 접대부 괴소문과 국립보건원의 HPV 발표가 있은 후부터 ‘검사 결과를 비밀에 붙여 줄 수 있느냐’하는 식의 문의 전화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 보건소의 경우 지금까지 예전에 비해 감염자 숫자가 크게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늦장가를 가는 친구의 함들이를 하는 날 단체로 미아리 텍사스촌을 다녀온 정상만(가명)씨는 이번주초 웃지 못할 경험을 했다.

국립보건원의 HPV 검사 발표를 접한 뒤 혼자 고민하다 용기를 내 개인병원을 찾았는데 그 곳에서 같이 갔던 친구를 만난 것이었다. 친구 역시 ‘혹시나 감염됐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 온 것이었다.

정씨는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최근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오진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완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유흥업소를 즐겨 찾은 전력이 있는 남성들은 최근 자신과 아내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한 다양하고도 안전한 방법을 찾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지능파 남편들은 아내에게 암보험을 들어주는 것을 구실 삼아 자궁암 검사를 시키는가 하면, 보안을 위해 자신이 해외에 가서 검사를 받는 남성들도 있다.


윤락녀 40%가 자궁경부암감염

여성에게 자궁암을 일으킬 가능성 높은 바이러스인 HPV가 갑자기 남성들의 관심사로 급격히 떠오른 것은 정부 당국이 지난해부터 이 바이러스를 법정 전염병으로 규정 하면서부터다.

복지부는 자궁경부암이 매년 1,500~2,000명의 사망자를 내는 여성암중 발병율 1위의 암으로 부상하자 암 발생 인자의 하나인 HPV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남성에게서 육안으로 발견되는 HPV 증상인 첨규 콘딜롬을 법정 전염병으로 규정, 전국에 지정 병원을 정해 신고토록 했다.

또한 국립보건원으로 하여금 전국 4개 도시의 윤락 접대부 500명을 대상으로 HPV 감염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5월1일부터 9월초까지 전국 보건소 249개와 대학병원등 일반 병원 279개소 등 528개 지정 의료기관에서 발견된 첨규 콘딜롬 환자는 111명(남자 77명, 여자34명)이다.

또 윤락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0%가 자궁경부암으로 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감염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HPV가 우리 주변에 상존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도가 횟수가 많은 남편일수록 아내를 자궁경부암 환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건전한 성생활만이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점차 문란해지는 성적타락 만큼이나 부적절한 쾌락에 주어지는 대가도 더욱 가혹해 지고 있는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12 14:01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