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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옥 대표 입성, 여권 세력재편 '격랑'

한광옥 대표 입성, 여권 세력재편 '격랑'

대선주자들 불 뿜는 수싸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의 민주당 대표 기용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양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대선후보군을 중심으로한 여권 내 세력구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그 동안 잠재적으로 각축하고 있던 당내 각 정파의 이해 및 경쟁관계의 격류가 대표 인선을 둘러싸고 한꺼번에 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9월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김중권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당직개편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손용석/사진부 기자>

한 신임대표의 임명이 당내 분란의 씨앗이 됐다면 우선 한 대표가 당내 세력 분포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한 대표는 범동교동계로서 독자적인 당내 세력 기반을 갖고 있으면서도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정점으로 하는 동교동계 구파와 전략적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의 한광옥, 당 외곽의 권노갑, 당내의 김옥두ㆍ정균환 의원 등 삼각 축이 당을 관리ㆍ운용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한ㆍ한, 동교동계 대표성 경쟁 예상

‘대선후보는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대표에 적합하지 않다’는 조건에 밀려 대표직에서 배제된 동교동계 신파의 한화갑 최고위원이 내심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정에 기인한다.

한 최고위원은 대선후보로서의 당내 지지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동교동계의 대표성을 필요로 하는데 이제 한 대표와 당내에서 불가피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썩 달갑지 못하다.

경우에 따라서 한 최고위원은 대권이 아닌 당권을 놓고, 즉 김대중 대통령 이후의 호남맹주 자리를 놓고 권노갑-한광옥 라인과 격돌하는 상황까지 상정해야 하는 만큼 신발끈을 고쳐 맬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의 당과 정부 및 청와대 개편 내용을 살펴 보면 이는 한마디로 동교동계 구파의 완승이라고 할만하다.

한 신임대표의 발탁이 우선 그렇고 정치인 출신으로 내각에 들어간 2명의 의원 중 유용태 의원도 ‘중도개혁포럼’주도 인사여서 권노갑 전 최고위원 및 한광옥 대표와 무관한 사이라고 볼 수 없다.

‘중도개혁포럼’은 한때 한 대표의 당 복귀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용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 포럼의 산파 역할을 한 정균환총재 특보단장이 포럼의 인적 구성 변화를 통해 이 같은 오해를 상당부분 불식시키기는 했지만 포럼 주도 인물들이 한 대표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동교동계 내부의 문제는 그렇다 치고 한 대표 기용을 놓고 저마다 이해득실을 따지는 민주당내 다른 대선후보군들의수 싸움은 가히 불을 뿜는다.

노무현 상임고문은 한 대표 내정 사실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대통령이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고 전제, “한 대표가 당을 원만하게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노 상임고문이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한 대표의 지원을 기대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중립을 요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고문은 서울 구로을 재선거 후보 공천을 놓고 김중권 전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이 정면 대결을 벌였을 때 평소의 스타일과는 달리 한광옥 비서실장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노 고문과 날카로운 대립 각을 형성할 이인제 최고위원도 한 대표 기용을 적극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8ㆍ30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이뤄졌던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인제 최고위원의 연대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훈평 의원 등 권 전 최고위원의 측근들 중에는 공공연하게 이 최고위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인사들이 많다.

결국 권 전 최고위원과 이 최고위원이 2002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도 결속, 이 최고위원이 대권도전에 나서고 권 전 최고위원측은 당권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최고위원이 이러한 기존의 제휴 관계를 바탕으로 한 대표의 기용에 적극적이었다면 노 상임고문은 이 같은 제휴관계를 견제하거나 잠식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동교동계 구파가 이러한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 이나 노 고문은 최악의 경우, 권 전 최고위원-한 대표 측과 막판에 담판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지렛대는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다.


칼빼든 김근태 최고

이 대목에서 노 고문과 함께 당내 개혁적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김근태 최고위원이 노 고문과는 완전히 상반된 길을 선택한 정치적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한동 총리의 유임에 이어 한 대표 기용이 기정사실화 하자 잠시 숙고하는 모습을 보이다가한 대표 임명 철회 및 당내 특정 계보(동교동계)의 해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칼을 빼 들었다.

김 최고위원은 “특정 계보에 속하는 인사들만이 실질적으로 당 대표에 거론되는 등 전횡이 이뤄지고 있다” “특정 계보가 당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에서 는 김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다시 당 대표에 기용된 데 대한 일반의 부정적 여론을 반영,당내 경쟁관계에서도 실리보다는 명분을 얻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같은 김 최고위원의 선택이 당내 세력재편 과정에서 개혁주자의 대표성을 인정 받아 무시 못할 세 확대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한 대표 기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그룹은 김성호 정범구 이호웅 의원 등 초선 의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새벽 21’ 정도이다. 최고위원 중에는 정대철 장을병 최고위원의 주장이 김 최고위원의 논지에 맥이 닿아 있다.

당정쇄신 운동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던 정동영 최고위원,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 재선 의원들을 위주로 한 ‘바른정치모임’은 어찌된 일인지 한 대표의 기용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내 재선 그룹은 이미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당정쇄신 주장의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혁연대태동 가능성도

한 대표 기용의 결과로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한화갑 최고위원, 김근태 최고위원, 일부 소장 의원들로 이어지는 개혁 연대의 태동 가능성이다.

이러한 연대가 실제로 형성된다면 앞으로 당내 세력재편 및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상당히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 한 최고위원측은 여전히 매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 기용에 대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태생적 한계’를 노출시킨 한 최고위원 진영이 앞으로도 그 한계 내에서 움직일지 아니면, 뭔가 다른 선택을 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고태성 정치부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1/09/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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