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코스닥의 희망 '보안주'

컴퓨터 보안 관련주 돌풍

컴퓨터 보안 관련주들이 침체된 코스닥을 일으킬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V3로 널리 알려진 안철수연구소가 9월 13일 코스닥에 등록, 돌풍을 일으킬 태세다.

이미 안철수연구소는 코스닥 등록을 위한 공모 과정에서 시중자금 1조5,000억원이 모여들게 하고 447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앞다퉈 보유 물량을 1~2개월씩 내놓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앞서 지난달 시큐어소프트는 등록 후 11일 연속 상한가 행진으로 급등세를 타며 이미 보안주 바람을 예고했다.

◁ 컴퓨터 보안 관련주가 테마주를 형성하며 코스닥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컴퓨터 보안회사의 해킹 사이트 점검모습.<박서강/사진부 기자>

또 소프트포럼과 이니텍 인젠 하우리 등 유력 보안업체들이 줄줄이 코스닥 입성을 대기하고 있어 보안주가 테마를 이루며 코스닥시장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고성장 거듭 컴퓨터 보안산업

보안 산업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다. 한화증권은 “97년부터 올7월까지 해킹 피해는 연평균 163%의 증가율을 보였고 바이러스 종류는 123%나 증가했다”며 “특히 지난 7월 중 바이러스 피해신고 건수는 2월보다 2배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안산업이 2005년까지 연평균 65% 이상 고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굳이 이 같은분석이 아니더라도 ‘코드레드’, ‘러브바이러스’ 등 최근 치명적인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의 안전한 금융거래 욕구, 각종 데이터의 안전보관 욕구와 맞물려 보안제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 정책 또한 긍정적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을 시행, 이에 따라 정보보호전문업체의 신청 접수를 9월 17~22일 실시하고 11월 중 업체 지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정업체는 국가 주요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컨설팅 및 보안시스템설치, 유지를 담당하게 돼 내년부터 보안업체의 수주물량은 큰 폭으로 늘게 된다.

보안업체의 실적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집중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하반기 보안주 돌풍을 밀어줄 든든한 배경이다. 이는 보안제품 수요가 민간보다는 공공부문이 많아 그 발주가 대부분 9~10월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등록한 시큐어소프트를 비롯, 등록이 예정된 업체들이 대부분 보안업계에서 각 분야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재야의 실력자’라는 점도 힘을 실어준다.


주가 차별화 심화될 듯

보안시장은 크게 바이러스 백신, 방화벽(침입차단), 가상사설망(VPN), 공개키 기반(PKI)암호화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바이러스 백신분야는 안철수연구소가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시큐어소프트는 방화벽 분야 선두, 퓨쳐시스템이 VPN, 소프트포럼은 PKI 1위업체다.

또한 지난달 소프트포럼과 함께 예비심사를 통과한 이니텍이 PKI 2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예비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고 재도전을 준비중인 하우리는 바이러스 백신 분야 2위 업체다.

한편 지금까지는 퓨쳐시스템과 장미디어 싸이버텍이 함께 보안주 3인방을 형성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이들 3인방은 든든한 공조체제를 구축, 함께 오르고 함께 내리는 양상을 보여왔으나 최근 퓨쳐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보안주 랠리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퓨쳐시스템과 지난달 등록한 시큐어소프트 및 안철수연구소가 보안주 신 3인방을 형성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보안주 랠리로 인한 주가 차별화는 일찌감치 예견돼 온 일. 지난 4일 이후 장미디어와 싸이버텍은 뛰어오르는 퓨쳐시스템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강자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할수록 이 같은 주가차별화가 더욱 심해질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안업체들이 줄줄이 코스닥에 입성할 경우 투자대상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체력이 회복되지않은 상황에서 보안주도 한계를 가질 수 있다”며“실적이 개선된 보안관련업체를 중심으로 조심스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기급등에 '작전설'등 출처불명 소문도

코스닥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는 보안주 열풍은 과열될 경우 거품 형성과 함께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보안주를 둘러싸고 출처 불명의 ‘정치세력 개입설’, ‘작전설’ 등 수많은 소문이 꼬리를 물고 확산되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각종 인터넷 주식정보 사이트에서는 게시판마다 보안 관련주에 대한 소문이 급증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보안주가 ‘날아간다’는 것.

안철수연구소의 코스닥 등록에 대한 들뜬 기대감을 바탕으로 지난달 등록후 고공행진을 보인 시큐어소프트, 기존 보안주인 퓨쳐시스템 등의 종목 주변에서는 이들이 날아갈 근거에 대해 상당히 그럴듯한 시나리오들이 즐비하다.

‘○○에 정치자금이 들어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를 띄우기 위해서는 ○○도 같이 올릴 수밖에 없다’, ‘어느 기관이 10만원 밑에서는 무조건 물량 매집한다’는 식의 소문은 읽는 이로 하여금 지금 안 사면 손해볼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할 정도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정치자금이 증시에 들어온 예가 있으며 지금 시기가 대략 그 쯤이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도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렇게 다 알고 있는데 무슨작전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한 개인투자가는 “과거 경험상 이렇게 뜬다는 소문이 많으면 제대로 가지 못했다”며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거 없는 소문의 덕까지 본 보안주의 급등세는 현재 과열 조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은 “보안주가 과거처럼 말도 안되는 거품을 형성했던 주식들하고는 질적으로 틀린 우량 테마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적정주가를 퓨쳐시스템 1만7,000원, 시큐어소프트 1만6,000원 정도로 잡았었는데 단기 급등을 통해 벌써 이를 뛰어넘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안철수연구소에 이어 소프트포럼, 이니텍 등 유력 보안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이들이 모두 상승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하반기 들어오는 이들 보안주의 시가총액이 약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물량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보안주는 유망 테마이기는 하지만 거품이 형성될 경우 뜻밖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성훈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9/12 17:11


진성훈 경제부 blueji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