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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정부] 들통난 정부 '통계분식'

[못 믿을 정부] 들통난 정부 '통계분식'

업적 부풀리기·수치조작등 신뢰·권위 실추 '망신'

최근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언론에 보도하거나 기고할 경우 관계부처 및 국무조정실과 협의할 것을 국책연구기관에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 정부의 경제통계 수치가 축소·조작되고 있음이 드러나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움츠러든 국민에게 배신감만 키워주고 있다. <김명원/사진부 기자>

당시 국무조정실 측은 “청년 실업률과 건강보험 적자 등이 부풀려 보도되는 등 정부정책이 잘못 보도되는 사례가 있어 연구원장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 것일 뿐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지말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 했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이어 최근 정부 각 부처에서 정책실패를 숨기거나 업적을 부풀리기 위해 주요 경제 통계 수치를 불리하면 축소하고 유리한 것은 과장하는 등 ‘통계 분식(扮飾)’ 행위가 잇따른 사실이 드러났다.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행위들은 신뢰가 생명인 정부 통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주요 대기업과 민간 연구소들이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경제전망과 경영계획을 수립, 정부 통계가 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잘못된 통계,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통계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통계는 이를 생산하는 집단의 의도에 따라 조작되기도 한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나 여론 조작을 위한 것이다.

통계 조작이 정부기관에 의해 저질러 진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폐해의 정도가 일반 기업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정부의 통계는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본이 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통계를 기초로 수립된 정책이 가져올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간다.

통계청이 어떤 곳인가. 국가 통계의 중심이다. 그런 통계청이 실질임금을 계산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생산자물가지수를 사용해 근로자 실질임금을 실제보다 부풀린 것으로 밝혀져 근로자들과 노동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년 5개월 가운데 11개월동안 소비자 물가지수를 토대로 산정해야 하는 실질임금을 생산자 물가지수 기준으로 산정해 발표했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 물가지수로 나눈 것으로 민간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자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실질임금을 계산할 때 실질임금은 실제보다 부풀려짐은 말할 필요도 없다.

통계청은 올해 1~5월 실질임금 산정 때 생산자 물가지수를 적용했고 지난해 1~4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 5~9월 생산자물가지수,10~11월 소비자물가지수, 12월에는 생산자물가지수를 각각 적용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실제로 5.6%에 그쳤으나 이보다1.2%포인트 높은 6.8%로 공표됐다. 또 실질임금이 0.3% 떨어졌던 지난해 9월 1.1% 상승했다고 발표됐고 역시 실질임금이 하락했던 지난해 12월(-0.8%)과 지난 4월(-0.3%), 5월(-0.4%)에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통계청의 발표수치만 믿고 실제로 실질임금이 떨어졌는데도 올라간 것으로 판단, 소비 및 경기판단을 했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통계청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통계청측은 담당자의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어떻게 그런 실수가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부처가 아닌 통계청에서 실질임금이 떨어졌을 때 엉뚱한 지수를 적용한 것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질임금ㆍ물가 등서 조작혐의 짙어

통계청은 또 지난 6월 배추 가격이 91%나 폭등하자 여름에는 출하되지도 않는 봄ㆍ가을 배추를 계산에 끼워넣어 배추값 상승률을 실제(97%)의 3분의1 수준인 31%로 낮춰 발표, 의혹을 사기도 했다.

통계청은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현재 작성되고 있는 정부 통계를 전면 재점검해 통계의 신뢰성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통계 신뢰성 제고를 위한 다짐'이란 보도자료에서 "이번 국가기본통계의 작성과 관련해 신뢰를 떨어뜨린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특별팀을 구성해 연말까지 정부 통계의 기준, 작성 방법, 작성 내용 등을 재점검하고 내용을 보완해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통계청 내부 인력의 전문성을 보다 더 제고하기 위해 직무교육과 타 기관을 포함한 통계연수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자체 조사해 관련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히 추궁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도 정부의 신뢰에 먹칠을 했다. 노동부의 각 지방고용안정센터가 업무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취업자 숫자를 실제보다 두 배 이상 높여 보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노동부의 지방고용안정센터도 업무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취업자 숫자를 두배이상 높여보고해 온 것이 드러나 정부 신뢰에 먹칠을 했다. 이화여대 취업정보센터에서 구직자료를 살펴보는 대학생.<김명원/사진부 기자>

노동부가 전국 25개 고용안정센터를 통한 7월까지 취업실적 가운데 2개월분을 뽑아 조사한 결과 전체 취업자 1만5,507명 가운데 45.3%인 7,018명이 부당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당처리 사례 가운데 센터에 구직등록하지 않고 취업한 사람을 취업사례로 처리한 경우가 4,490명에 달했다.

또 이미 구직등록자가 취업한 자료를 이용해 담당직원이 두세번 반복해서 구직등록한 뒤 취업처리한 경우가 751명이었으며, 기타 부정처리가 1,777건이었다. 다른 지방사무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음은 미루어 짐작이 된다.

노동부는 국회 환경노동위 오세훈의원(한나라당)이 지난달 19일 서인천, 춘천, 서울 강남 고용안정센터의 취업자 100명을 표본조사한 결과 17명만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취업했고 나머지 83명은 거짓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자 조사에 나섰다.

그동안 어처구니 없이 조작된 수치로 실업률이 낮아졌다며 업적을 자랑했던 노동부가 머쓱한 지경이 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얄팍한 여론 무마자세 버려야

정책실패를 덮어두기 위해 통계를 왜곡한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전기요금 누진제 관련 산업자원부의 발표다.

산자부는 지난달 7일 전기요금 누진제로 민원이 폭주하자 “월 사용량이 300㎾를 넘어 누진제를 적용받는 가구는 8.5%에 불과하며, 91%의 서민 가구는 누진제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자부 자료는 무더위로 냉방기기사용이 많은 여름 통계가 아니라, 연평균 전력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지난해 8월에는 300㎾이상 가구가 16%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7월 외국인 투자유치 감소율이 7.5%에 불과했다는 발표도 축소의혹을 샀다. 허위 외자유치 말썽을 빚은 리타워텍 투자(13억5,000만달러)를 이전에는 정상투자로 분류해 오다가 갑자기 제외했기 때문으로 이를 포함하면 투자 감소율은 66%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도 6월 감사원으로부터의 보수가 인상률을 실제(38.2%) 보다 7.5%포인트나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복지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연구위원이 ‘건강보험 재정위기 진단과 전망’에서 “정부가의보 수가를 지난해 4월부터 모두 4번 올리면서 모두 3조3,895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이를 건강보험 가입자(4,590만명) 수로 나누면 1인당 7만3,840원을 더 부담한 것”이라는 연구결과와 상통한다.

최 연구위원의 연구 결과는 복지부가 당초 네 차례 의보 수가 인상을 발표하면서 ‘추가 비용은 2조6,8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것보다 실제 부담이 7,095억원 더 늘어났음을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왜 이 같은 사태가 빈발하느냐이다. 실업률, 경제성장률 등 신뢰성이 유지돼야 하는 통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청와대나 경제부총리 등이 미리 발표하는 경우와 앞에서 말한 국무조정실의 처사에서 유추할 수 있다.

경제는 말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분석을 통해 대책이 마련될 때 돌파구가 보일 수 있다. 급한 불이니 끄고 보자는 식이나 미봉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자세로는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

조철환 경제부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1/09/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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