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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왕따' 당하는 미국의 영웅

[TIME] '왕따' 당하는 미국의 영웅

콜린 파월 국무장관, 부시 행정부 허수아비로 추락

콜린 파월은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국무장관으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팀에 참여한 이후 그는 예상보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일까.

파월 장관은 좌중을 휘어잡는 재주가 있다. 그가 방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일어서서 옷매무시를 고치고 숨을 고른다.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갈채를 받으며 국무장관으로 입성했다.

또한 그의 부시 후보 진영 가세는 부시 시대를 개막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파월은 많은 사람들이 파월 자신이 대권 후보가 될 수 있는 거물이었기에 그의 부시 후보 진영 가세는 지난 대선의 가장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부시는 텍사스 주지사였던 1997년, 한 자선모금행사에서 파월을 처음 만나자 경례까지 붙여가며 “장군, 텍사스 신고합니다”라고 익살을 떨었다.


안팎에 적, 빛 잃어가는 스타

그러나 파월은 입각 후 초특급 스타 다운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빛을 꺼버린 것 같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공을 부시에게 돌리고 있다. 파월의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싫어하는 사람들은 파월이 제 몫을 못하고 있다고 못마땅해 하고 있다.

속사정을 알법한 사람들도 파월이 허수아비가 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전직국무장관은 “파월은 요즘 큰 현안에서 배제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급 외교관은 ‘국무장관은 공석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의회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파월의 추락에 대해 말이 많다. 한 상원의원 보좌관은 “그는 투명인간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관리들도 파월은 국무장관이고 따라서 그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책임자라는 형식논리조차 펴지 않고 있다. 한 백악관 고위관리는 “대통령은 훌륭한 자문그룹을 가지고 있다”며 “파월은 자문그룹의 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4성 장군 출신의 전쟁영웅이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투다.

사실 파월이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힘들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척 헤이글의원은 “파월은 마치 신 같은 명성을 가지고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파월은 걸프전쟁의 영웅으로 1995년 대권에 뜻을 뒀고, 공화 민주 양당이 모두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썼다. 파월이 부시 내각에 참여할 뜻을 밝혔을 당시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가 국방과 외교라는 양대 부문에서 큰 힘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월의 심기도 불편한 것 같다. 파월을 잘 아는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는 좌절감에 빠져 있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월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현재까지 어느 쪽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파월의 친구들은 파월이 전권을 접수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의치 않을 것 같다. 파월은 부시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다. 부시는 자기를 앞지르는 사람을 그냥 둘 스타일이 아니다. 또한 행정부 내에 강력한 라이벌들이 포진하고 있다. 게다가 파월 자신이 이끌고 있는 국무부에는 파월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파월이 행정부 내에서 사면초가로 몰린 이유를 알려면 부시 진영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시 진영은 당초 중도파(Centrism)였다.

국무 분야는 부시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외교정책에는 국가안전보장이 사회에 참여했던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가, 국방은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이 거들고 있었다.

이 초기 진영은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안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중도 우파 노선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일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파월은 이 분위기가 좋아 쉽게 팀원으로 동화됐다.


체니·럼스펠드·라이사 라인이 대외정책 주도

그러나 부시는 이 팀을 이렇게 온건한 방향으로 꾸려갈 생각이 없었다. 부시는 아버지가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보수파 국방장관으로 명성을 날리던 딕 체니를 부통령에 지명하고, 체니에게 강경노선을 구사하는 방법을 사사했던 도널드 럼스펠드를 국방장관에 앉혔다.

4선 의원 출신인 럼스펠드는 포드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고 국방장관을 2번이나 역임한, 정치판의 달인이다.

△ 라이스 안보보좌관,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얘기를 나누는 파월국무장관.(왼쪽부터)

체니-럼스펠드 라인은 이후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일방적이고 강경한 기조로 몰고갔다. 부시는 또 백악관에는 중도파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골수 우파인 곤돌리자 라이스를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에 기용했다.

파월에게 이 같은 상황은 상어가 득실대는 바다에 빠진 것과 다름 없다. 강경파인 체니와 럼스펠드는 파월에게 상어나 다름없다. 또한 두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행정부와 전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관철시키는 데 더 관심이있다.

파월이 합찹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체니 부통령은 더 이상 파월의 팬이 아니다. 체니는 파월이 25분간의 장관직 수락연설을 하면서 부시 대통령을 거의 언급하지 않을 것에 대해 분개했다.

체니는 국방과 외교 정책의 감독관 행세를 하고 있으며, 매주 라이스 보좌관, 럼스펠드 국방장관, 파월 국무장관 등 안보팀과의 오찬회동을 주재하고 있다. 건강과 일부 국내문제로 위상이 약화되기는 했어도 체니 부통령은 여전히 부시 대통령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다.

또한 ‘알짜’는라이스 보좌관이 차지하고 있다. 흑인 여성인 그는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부터 대외문제에 관한 연설을 어떻게해야 하는지 지도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하루에 10번 씩이라도 대통령 집무실로 바로 달려갈 수 있는 자리를 맡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거창하고 장황한 보고보다는 한 사람이 메모지 한 장 분량으로 정리한 핵심을 브리핑해주는 것을 선호한다.

라이스는 간결하고 명쾌한 보고에 일가견이 있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는 영화를 같이 보고 운동도 함께 할 정도로 긴밀하다.

부시 대통령의 한 고위측근은 “두사람의 관계는 화학적 결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라이스를 신뢰하고 있으며 이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라이스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의 딸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닉슨 행정부 당시 안보 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가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을 누르고 독주를 하던 모습을 연상시킬 수도 있다.

라이스 보좌관이 체니-럼스펠드 캠프에 합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파월은 “위협이 될만한 상황은 아니다. 라이스는 나를 궁지로 몰지 않을 것이다. 또 그는 럼스펠드 편에 서지 않을 것이다. 그는 대통령 편이며 대통령의 신임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 등과 관련 망신 당하기도

파월은 그 동안 여러 차례 공개적인 망신을 당했다.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 클린턴 행정부의 대(對)북한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발언했다가 이를 수정해야 했다.

남한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반대하고 있던 러시아편에 서자 백악관이 격노해 파월을 질타했기 때문이다.

또 미사일 판매를 위해 유럽을 순방하던 파월은 미국의 도쿄의 정서 거부와 관련, 미국은 10월말까지 대체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은 도쿄 의정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10일 뒤, 라이스 보좌관은 대체 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파월의 발언을 공식부인했다.

파월은 자신을 문제 해결사라고 표현하고 있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게 할 줄 아는 실용적인 사람이며, 비전을 단순히 꿈꾸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러나 파월은 조지 마샬(2차 세대대전직후의 미국 국무장관으로 세계경제 재건에 기여)이나 토마스 제퍼슨(미국 3대 대통령으로 독립선언문을 기초) 같이 자신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초상화의 주인공처럼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목소리와 색깔을 내야 할 것이다.

정리=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9/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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