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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여행] 이장희(上)

[추억의 LP여행] 이장희(上)

475세대를 음악적 포로로 만든 '음치'

가수겸 작곡가, 방송 DJ로 70년대를 풍미했던 이장희. 굵고 은은하면서 귓전을 훈훈하게 데워줄만큼 따뜻함이 배여있던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한잔의 추억> <그건 너> <나 그대에게 모두드리리> <불꺼진 창>등 주옥같은 레퍼토리들.

도시 젊은이들의 생활을 속삭이듯 달콤하고 정감어리게 표현했던 노랫말과 감각적이고 열정적이였던 멜로디는 만인의 연가였다. 저항적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유신정권의 삐딱한 시각속에 비친 이장희는 늘 사고뭉치였다.

나이든 어른들에게는 시건방져 보였던 콧수염, 불량끼 넘쳐보였던 오토바이. 그는 높은 인기만큼이나 표절시비, 금지곡, 대마초사건 등 크고 작은 사고로 늘 대중들의 관심을 몰고 다녔다.

1947년 경기도 오산의 작은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이장희. 4살때 천자문을 뗀 신동이었다. 가수가 되려 그랬을까 울보로도 유명했다.

피난민시절 마산월영초등학교에 입학해 4학년때 서울창신초등학교로 전학, 명문 서울중ㆍ고를 졸업했다. 고1때 삼촌의 친구인 가수 조영남의 기타연주와 노래에 반하면서 AFKN 음악프로를 밤늦도록 접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동창생 11명이 모여 <매드클럽>을 결성, 공부보다는 노래에 정신을 빼았겼다. 삼촌의 기타를 빌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등 500여곡의 반주와 가사를 줄줄 외웠을 정도로 뛰어났던 음악성에 비해 ‘노래는 친구들로부터 늘 음치소리를 들을만큼 별볼일 없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이때부터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고 싶어 남몰래 노래공부와 기타연습에 전념했다. 미국 컨츄리&웨스턴음악의 신이라는 행크 월리엄스는 음악적 스승.

이장희가 추구한 단순한 화음, 쉬운 멜로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한 가사는 그의 영향이 지대했다. 히트곡 <자정이 훨씬 넘었네>는 고교시절에 작곡했던 습작으로 음치를 극복하고픈 심정을 잘 표현한 컨츄리 웨스턴풍의 대표적인 노래였다.

연세대 생물학과에 간신히 합격한 이장희는 고교때부터 동창생인 유종국의 소개로 의예과 보컬그룹 휘닉스멤버였던 윤형주와 첫 대면을 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이장희가 멜로디, 윤형주가 하이, 유종국이 베이스파트를 맡으며 라이너스라는 연세대 남성포크트리오를 결성했다.

몇달후 윤형주는 송창식과 트윈폴리오로 이장희는 <베가본드>라는 밴드를 결성하며 각각 음악적 방향을 달리했다.

연세대에 적을 둔채 서울대공대에 진학하기위해 재수생활을 하던중 친구들과 주먹다짐으로 눈을 다쳐 왼쪽 시력이 엉망이 돼버렸다.

현미경을 오래 봐야하는 전공도 문제였지만 책조차 오래 볼수 없게되자 이장희는 학교까지 중퇴해버릴 정도로 좌절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 나간 곳이 음악친구들이 있는 세시봉.

이곳에서 절친한 음악친구 홍대생 강근식을 만났다. 첫만남부터 마음이 통한 이들은 포크듀오를 결성, 명동 <코스모스>에서 무명가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당시 음악친구들인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은 이미 유명가수들. 이장희는 강근식의 군입대로 짧은 음악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홍대를 다니던 화가친구 이두식은 아무일도 없이 빈둥거리는 이장희를 측은하게 여겨 화실운영을 제의했다.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화실생활은 묘하게 마음을 편하고 아늑하게 해주며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주었다. 히트곡 대부분은 이때 탄생되었을 정도로 작곡에 전념했던 시절이었다.

데뷔곡 <겨울이야기>는 외기러기 상태였던 당시의 우울했던 자신의 인생을 소설가 최인호의 도움으로 만들어본 일종의 토크송. 송창식의 히트곡 <애인>과 <비의 나그네>도 이때 작곡된 불후의 명곡들이다.

작곡을 하자 71년 처음으로 DJ제의가 들어와 다시 음악인생의 길이 열렸다. 미숙했던 3개월간 KBS라디오 <리듬퍼레이드> DJ생활은 71년 데뷔곡 <겨울이야기>의 발표에 이어 꿈같은 첫 독집앨범제작을 가능케 해주었다.

72년11월, 친구 이두식이 자켓디자인을, 강근식이 기타연주를 해준 첫 독집앨범 <이장희-유니버샬,영페스티발 1집,K-APPLE777>을 발표했다.

9곡의 창작곡과 하나의 번안곡등 총10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철두철미한 자작곡의 본격포크송 앨범으로 근래 가장 큰 디스크수확의 하나’라고 당시 언론의 극찬과 기대를 받았다. 이중 1면에 수록된 <그여인 그표정>과 2면의 <그애와 나랑은>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히트곡이다.

72년 12월 2일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던 첫 리사이틀 <겨울이야기>. 현경과 영애가 백하머니를 윤형주가 사회를 맡았고 송창식, 조영남, 양희은, 김세환등도 노개런티로 우정출연한 포크잔치 한마당이었다.

이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기타를 연주해 주기로 했던 군복무중인 강근식은 공연시작전 땀으로 범벅이 되어 간신히 참석하였다.

그는 예정된 외출이 허락되지 않자 탈영을 하여 절친한 친구 이장희의 첫 리사이틀을 빛내주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했던 것이다. 73년 정초부터 동아방송의 <0시의 다이얼>DJ로 복귀하며 안정된 음악생활로 자리를 잡아가던중 만난 이화여대 불문과 여학생 서혜석.

너무도 서정적인 명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는 자신의 애인를 위해 작곡했던 사랑의 세레나데로 그녀도 대중들도 모두 이장희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

입력시간 2001/09/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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