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 (74)] 원하는 곳에만 소리를

일생을 살면서 좋은 소리만 듣고 살 수 있다면 마음을 상하거나 불쾌한 일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듣기 좋은 소리 못지 않게 듣기싫은 소리도 많다.

아무리 쓴 소리가 약이 된다고는 하지만, 내 의지와 무관하게 들려오는 온갖듣기 싫은 소리는 언짢다 못해 고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첨단과학이 제시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공대의 미디어연구실 조셉 폼페이 박사는 초음파로 일반적인 소리를 통제할 수 있는 "AudioSpotlight"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원하는 사람 또는 원하는 방향으로만 소리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장치는 원반 모양으로 생긴 확성기다. 중앙에 작은 레이저 유도 빔이 탑재되어있는데, 스피커의 평평한 부분을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면 그 방향으로만 소리가 간다. 물론 음악이든 목소리든 어떤 소리라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원반 스피커의 방향을 돌리면 원래 방향에서는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기존의 스피커 없던 방향성이 주어진 것이다.

자연계에서 소리는 일종의 파장이다. 그래서 물결의 파동처럼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또 어떤 표면에서는 소리가 반사되고 어떤 표면에서는 흡수되기도 한다. 즉 소리는 일직선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폼페이 박사가 개발한 AudioSpotlight는 산부인과에서 자궁 속 태아를 검사할 때 사용하는 고주파 신호와 같은 초음파를 전송에 활용했다.

초음파는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파장이지만, 목표를 직선으로 맞출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초음파의 경로를 따라 소리를 실어 보내서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발산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어떤 소리를 원하는 곳에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실용화를 위한 시도에 들어갔다고 한다.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다임러 크라이슬러사는 이 기술을 이용해서 승객들이 번거롭고 교통사고 위험도 있는 헤드폰을 쓰지 않고도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자동차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아주 다양한 용도로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전시장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폼페이 박사는 전망하고 있다.

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층의 상품구매를 유혹하는 방송을 선택적으로 손님에게 보낼 수 있고, 박물관 전시실의 그림 앞에 서면 그 그림에 관한 녹음된(또는 실제)화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다른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고, 또 다른 그림으로 옮기면 다른 화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기술인가.

특히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벌어지는 소동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한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텔레비전 쇼를 보고 있으면 소음과 짜증 때문에 아무일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소리가 직전으로 조절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피할수 있게 된다. 그래서 "빨리 텔레비전 끄지 못해"라고 소리치기보다는 "소리 방향 좀 딴 데로 돌려"라고 말하면 될 것이다.

물론 더러는 시험장에서 커닝용으로 활용하려는 엉뚱한 시도도없지 않을 것이다.

소리 통제 기술,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활용된다면 오히려 개인적인 생활을 침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세상을 보다 평화롭고 조용하게 만들 것이다. 각종 소음공해로 늘어났던 이마의 주름도 이 기술로 인해서 줄어들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보게 만든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9/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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