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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예천 의성포

[길따라 멋따라] 예천 의성포

굽이져 흐르는 것이 더이 강물뿐이랴 …

‘물돌이동’이라는 것이 있다. 강물이 굽이쳐 흐르면서 땅덩어리를 마치 섬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다. 한 쪽은 육지와 붙었으니 섬은 아니다. 그러나 붙은쪽이 대부분 물에 깎이지 않는 험한 바위지형이어서 그 안에서의 삶은 섬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다.

산이 많은데다 노년기 지형인 한반도에는 물돌이동이 많다. 가장 유명한 곳이 안동의 하회마을이다. 이름 그대로 ‘강이 회돌아가는’ 마을인 하회는 풍산유씨의 부락. 조선의 대학자 서애 유성룡의 고향이기도 하다. 많은 학문과 권력을 배출한 곳이어서 예전부터 그 이름을 알려왔다.

땅의 생김새만을 따져 가장 전형적인 물돌이동을 꼽으라면 단연 의성포(경북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의성포)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만들어 놓은 의성포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물방울 모습이다. 마을 경계의 약 95%는 강물이 쌓아놓은 모래밭이고 육지와 연결된 부분은 나즈막한 산이다. 홍수라도 나면 금방 떠내려갈 것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이 마을은 원래 오지 중의 오지였다. 나라의 큰 난리가 있을 때마다 인근의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 목숨을 부지했다. 조선시대에는 귀양지로도 쓰였다.

조선 고종 때 의성 사람들이 들어와 땅을 개간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그래서 의성포란 이름을 얻었다. 예천군은 몇 년 전 관광객이 ‘혹 의성군에 있는 명승’이라고 오해할까봐 ‘회룡포’란 이름을 따로 지었다. 그래서 찾아가는 길의 모든 이정표는 회룡포로 되어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두 가지.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멀리 개포면 소재지까지 돌아야 한다. 손바닥만한 마을이라 차를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 걸어들어가는 것이 좋다.

육지의 모래밭과 마을의 모래밭을 이어놓은 철다리가 있다. 말이 철다리지 교각을 대충 세우고 공사장에서 쓰는 구멍이 숭숭 뚤린 철판을 두 줄로 깔아 놓은 다리이다. 마을 사람들은 구멍이 있는 다리라고해서 ‘뽕뽕다리’라 부른다.

마을을 모두 돌아보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마을을 에두르고 있는 모래밭에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너무나 곱고 깨끗한 강모래는 바닷모래처럼 끈적거리지 않는다. 앉거나 누워 강물과 하늘을 바라보는 맛이 괜찮다.

강물은 또 어찌나 맑은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옥의 티가 있다면 햇볕을 피할 그늘이 없다는 것. 그래서 한여름 물놀이터로는 적당치않다. 바람과 모랫바닥이 조금 차가워져야 강의 정취에 편안하게 빠질 수 있다. 강을 따라 솟아 있는 절벽에 단풍이 든다면 더욱 운치가 있다.

마을의 모습을 잘 보려면 강건너 앞산인 비룡산에 올라야 한다. 통일신라 때 의상대 선사가 세운 고찰 장안사가 있다. 절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장안사를 지나 약 400㎙를 더 오르면 회룡대라는 전망대가 있다. 철길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회룡대에 서면 입이 벌어진다. ‘비경’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위에서 바라보는 강물은 수평으로 볼 때와 색깔부터 다르다. 얕은 곳에서는 마치 물이 없는듯 투명하다가 깊은 곳에서는 짙은 비취빛으로 변한다. 마을 논의 벼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하늘이 더욱 푸르러지면 마을 전체가 황금색으로 반짝거릴 터이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1/09/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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