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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 영등포구 문래동(文來洞)

[땅이름] 영등포구 문래동(文來洞)

문래동은 원래 1940년까지도 경기 시흥군 북면 도림리(道林里)였다. 같은 해, 일제가 이 지역을 서울에 편입, 오늘의 도림 1, 2동을 도림정회(道林町會)라는 일본식 행정편제로 바꾸었다가 1942년 경인선 철도를 사이에 두고 북쪽지역의 영등포 일부를 포함시켰다.

◁ 문래 공원에 세워진 박정희 소장의 흉상. 훼손을 막기위한 보안시설이 요란하다.

그 당시 이 일대에는 종연(鍾淵), 동양(東洋) 등 큰 방직회사가 자리하고 있다하여 사옥정(사屋町)이라 불렀다.

그로부터 광복이 되고 1955년 4월 18일, 동제의 실시로 이 일대에는 일제때 방직공장 밀집지역인데다가 일본사람들이 붙인 ‘사옥(絲屋)’이란 땅이름을 따서 방직업이 성한 곳인만큼 ‘방직기=물레’라는 뜻빌림으로 ‘문래(文來)동’으로 한 것이 오늘의 땅이름이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문래동 3가지역에는 뽕나무 식재농장이 있어, ‘권농회사밭’이라는 땅이름이 전해오고 있다.

또 나이 드신 노인들은 문래동 4가 지역을 ‘오백채’라는 말로 회고하기도 한다. 1940년대 일본인들이 방직공장 종사원을 위한 주택을 오백채 가량 지었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강이 멀리 금강산과 태백산에서 발원해 흘러오면서 영등포지역에 이르러 강폭이 넓어지면서 유속도 느리게 된다. 그래서 생긴 땅이름이 ‘뻗은 갯벌’이라는 뜻의 ‘버등개’. 이 ‘버등개’를 한자로 뜻빌림한 것이 영등포(永登浦)다.

더구나 안양천, 도림천이 흘러와 한강과 합류하면서 이 지역은 꽤나 넓은 벌판이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일제는 일찍감치 공업용수가 풍부하고 넓은 벌에 주위의 노동인력이 풍부한점을 감안, 대규모의 군수 방직공장을 지었던 것이다. 그 방직공장의 잔재가 얼마전까지도 남아 있어, 영등포하면 우리나라 굴지의 방직공장지대로 교과서에까지 등장했던 것이다.

나이든 세대들이 영등포 문래동 하면, 머리속에 또 하나 떠올리는 것이 6관구 사령부다. 그 6관구사령부 연병장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발맞춰 뛰던 푸른제복의 구리빛 얼굴들도 명멸되고, 지금은 잎이 무성한 문래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문래공원 한 켠에 육군 소장 군복 차림의 흉상이 하나 대석위에 얹혀있다. 5ㆍ16군사 쿠테타를 일으킨 박정희(朴正熙)소장이다.

흉상 뒤에는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나니/ 차마 부정(不正), 불의(不義), 무능(無能)의/ 나라를 구하려는 일편단심(一片丹心)/ 침착, 용단, 발산 면면히/ 이곳에 칼을 뽑아/ 창공을 향하여 성화를 높이든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1961년 5월 16일 아침, 서울시청 앞에서 박종규 차지철의 살벌한 경호속에 권력의 무대에 데뷔…, ‘정치압살이다.

인권탄압이다 떠들어도 내길을 가겠다.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일하다 죽겠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말하던 그. 총칼로 권력을 잡고, 총에 맞아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아이러니칼하게도 ‘사후(死後) 경호’ 또한 삼엄하다.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게 쳐놓은 높은 철책, 그 안에 이중으로 설치된 전자 감응보안시설. 육신은 이승을 떠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가 생시에 외치던 것처럼 ‘보안(保安)’과 ‘안보(安保)’의 베일에 쌓여 있으니…, 세월은 물레(文來)바퀴처럼 돌고 돌아도 ‘보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입력시간 2001/09/1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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