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2001년 9월 11일

911, 이날은 미국인들에게는 결코 잊지 못하는 날이 될 것이다. 미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시의 세계무역센터가 외부의 공격을 받아 110층이나 되는쌍둥이 건물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군사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펜타곤이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보스턴을 출발하여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여객기가 항로를 바꾸어 미국 금융중심가인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중 하나에 충돌하였다. 이 충돌이 바로 아침 8시50분 께였다.

그리고 18분 후에 또 다른 여객기가 나머지 하나의 빌딩에 충돌하였다. 처음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을 농담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심각한 항공 사고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방송 카메라가 비행기 충돌로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쌍둥이 건물중의 하나를 비추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다른 비행기가 나타나 나머지 건물에 정면으로 충돌하여 거의 건물의 반대편까지 뚫고 나가 오렌지 빛 폭발을 일으키면서 나머지 건물마저 화염으로 휩싸이자 상황은 달라졌다.

쌍둥이 건물인 무역센터는 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가장 높았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유엔센터와 함께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무역센터는 뉴욕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이 이제는 먼지속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무역센터는 월스트리트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증권회사와 선물 혹은 현물 거래소및 법률사무소 등이 입주해있었다. 두 건물에 입주해 있는 회사가 모두 1,200여 개이며, 상주하는 인구만 하더라도 5만명이라 한다. 110층 건물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드나드는 관광객까지 합하면, 하루 연인원 15만명 정도가 드나드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한편 이 두건의 충돌이 테러리스트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며 대책회의를 준비하며경계 태세에 들어간 펜타곤은 오전 9시 30분경 역시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출발하여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여객기가 와서 충돌하였다.

역시 커다란 폭발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며 펜타곤의 한쪽 벽의 일부를 거의 무너뜨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뉴저지의 뉴워크 공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가던 여행기가 또 피츠버그 남쪽에서 추락했다. 승무원의 핸드폰 통화에 의하면 비행기는 납치 당했고 정상적인 항로를 벗어나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채 한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에 4대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여 이를 무기로 하여 무역센터의 쌍둥이 건물과 펜타곤을 공격한 것에 대하여 전 미국인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펜타곤의 화염과 불길은 필자의 사무실에서도 볼 수 있었다. 여타 미국도시와 달리 고층 빌딩이 없는 워싱턴에서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바로 강 건너에 있는 세계 최대의 건물에서 시커먼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매캐한 냄새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는 F-16으로 보이는 전투기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선회비행을 하고 있었으며, 많은 군용 헬기들이 펜타곤 주변을 선회하며 이착륙을 반복하고 있었다.

백악관 주변의 도로는 모두 봉쇄되고, 시내의 주요 간선도로는 구급차량과 경찰 및 경호관계 차량과 도심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아마도 이번 사건으로 더 이상 이전의 미국과 같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바와 같이,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서 가장 큰 건물의 기초를 흔들었을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자유와 민주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의 기본 정신만은 흔들 수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2001/09/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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