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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사람들](18)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上)

[미래를 여는 사람들](18)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上)

우주나이, 신비의 베일을 벗긴다

“다 만들어졌어요.”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의 이영욱(李榮旭ㆍ40) 교수는 다소 흥분한 모습이었다.

“발사는 내년 여름이나 가을 쯤 이루어지겠지만 제작은 사실상 완료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제작한 탐사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정밀점검하는 칼리브레이션(calibration: 눈금맞추기) 작업을 하고 있어요.

3~4개월의 지루한 칼리브레이션을 거치면 로켓발사 회사로 탐사선을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진이 설계에서 제작까지 전과정을 참여해 만든 위성이 빠르면 내년 여름 지구의 하늘을 누비며 우주의 신비를 탐사하게 될 것입니다.”


나사 공동파트너로 갈렉스계획 진행

은하진화탐사선(Galaxy Evolution Explorer). 영문의 앞 글자를 따서 갈렉스(GALEX)로 불리는 이 탐사선 계획은 지구 650㎞ 상공 우주에 자외선 우주망원경을 띄워 우주의 나이라는 현대 우주론의 최대 난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교수가 단장으로 이끌고 있는 자외선 우주망원경연구단은 현재 미국의 나사(NASA)와 프랑스 우주천문학연구소(LAS),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함께 갈렉스 계획의 중추를 맡고 있다.

갈렉스 계획은 1996년 과학기술부와 나사 사이에 체결된 협력각서 이후 성사된 한국과 나사 간의 첫 번째 공동연구로 발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가 참여한 최초의 우주망원경이 내년에 탄생하는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부터 구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무나 거대해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으로 결정된 뒤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효율적으로 연구를 진척시킬 방법을 찾다가 선진국과 함께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나사의 공동파트너 선정기준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우주연구의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한 연구팀이 파트너로 선정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파트너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통상 전체 비용의 10%이상은 분담을 해야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 교수가 연구진흥사업을 통해 당시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은 6% 정도(97년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가 떨어져 현재는 3% 수준)에 불과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나사에 이렇게 이야기 했어요. 비용 분담도 중요하지만 고도의 인적자원이란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당신들도 잘 알지 않느냐.” ‘천하’의 나사를 상대로 ‘우리는 돈은 없지만 실력은 출중하다. 우리는 돈 대신 지식을 제공하겠다’고 큰 소리를 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나사가 수용했다.

알고 보면 ‘호기’보다는‘배짱’에 가까웠다. 이 교수와 연구단은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독자적인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 교수의 헬륨연소단계 항성의 진화모델은 우주의 나이를 규명할 수 있는 돌파구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연구단이 사실상 ‘무임승차(나사측 입장)’를 하면서도 과학임무와 소프트웨어 구축, 과학탑재체 개발 등 갈렉스 계획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갈렉스 계획은 비용의 90% 가량을 대는 나사가 총괄을,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과 나사의 제트추진연구소(JPL)가 미국측 책임기관으로 과학탑재체 조립을,7% 가량을 분담하는 프랑스 우주천문연구소(LAS)가 이분광분리기 개발을 맡고 있다.

자외선이 우주의 나이와 어떤 관계가 있길래 세계 각국이 ‘연합’해서 우주에 망원경까지 띄우려는 것일까. 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보다 정밀한 허블상수(우주의 팽창계수)가 측정되면서 기존의 우주론에 중대한 모순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천체로 알려진 구상성단의 나이(120억~140억년)가 허블상수에서 유추되는 우주의 나이(100억년)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구상성단)이 ‘부모’(우주)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런데 별은 생성초기에 중심부가 핵융합반응을 하다가 수소가 모두 떨어지면 헬륨핵융합반응을 한다. 별은 또 갓난아이 대(형성 초기)와 죽음을 앞둔 때(헬륨 연소단계) 자외선을 대거 방출한다.

따라서 막대한 자외선 방출 강도에 따라 형성초기의 별을 찾을 수 있고, 빅뱅(우주 대폭발) 직후의 우주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위성 설계에서 제작까지 전과정 참여

빛은 무한한 우주에서 느림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빛이 태양에서 지구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분. 사람들이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은 광속의 한계 때문에 8분전의 태양을 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100억 광년 떨어진 어느 별에서 나온 빛은 100억 년전의 별의 모습을 전해준다. 더 이상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가장 빠른 빛이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이라는 괴이한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은하와 별 빛을 출발한 거의 진공이나 다름없는 우주공간을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오다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지구 대기층입니다.

대기층의 공기 입자는 별 빛을 산란시키고 흡수해 원래보다 형편없이 찌그러진 우주의 모습만을 지상의 천문학자에게 보내줍니다.

특히 자외선은 상층 대기의 오존층에 모두 흡수되어 지상에서 전혀 관측할 수 없고 적외선도 공기 중 수증기에 대부분 흡수됩니다. 따라서 우주의 나이를 알기 위해서는 자외선우주망원경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로울 수는 없었다.

“갈렉스 제작을 시작한지 6개월쯤 됐을 때입니다. 현지(연구는 칼텍, 제작은 JPL. 두 기관은 같이 있음)에 갔더니 지원을 나간 연구단의 고급인력 4명이 사무실에 앉아 있더라구요. 갈렉스는 자외선우주망원경을 가진 과학위성이지요.

인공위성의 목적과 살피는 방향이 다를 뿐 기본적으로 지구 표면을 탐색하는 위성(스파이 위성을 뜻하는 듯)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국무부의 허가를 받아와야 직접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사에도 우리 같은 고급인력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사측이 국무부를 설득하도록 했습니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위성의 설계에서 제작까지, 전과정에 우리 연구단 인력이 참여한 것은 그만큼 소중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작 그를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일은 연구가 아니라 ‘국내문제’였다. 소장학자가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를 맡게 된 탓인지 여기저기서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정된지 얼마되지 않아 과기부가 1주일간 감사를 벌이는 등 그 동안 수 차례 감사를 받았고, 지원을 결정한지 1년만에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왔다.

정부 지원프로젝트의 경우 감사에서 곧잘 횡령 등 불법사실이 밝혀지곤 했기에 감사 당시‘그 연구는 이제 끝났다’는 분위기였지만 번번히 ‘결백’이 입증됐다.

“천문학에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우리가 새 천년에도 학생들에게 첨성대와 세종대왕만 가르칠 수 없지 않느냐”는 그는 벌써부터 갈렉스가 내년에 보내올 각종 자료에 가슴을 설레고 있다. <계속>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9/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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