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테러 대 참사] 테러 쇼크…擴戰은 대공황의 전조

소비산업 위축 등 경기회복 불가피

미국 테러대참사의 후(後)폭풍이 지구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의 회복만을 학수고대하던 국내 경제로 선치명적인 돌발변수에 직면한 것이다.

“IMF 때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 미국 테러사건 직후 닛케이지수가 10, 000포잍 이하로 폭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9월14일 청와대. 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대통령 주재로 긴급 소집된 경제장관 및 경제단체장 합동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미국 테러 대참사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있는 상황에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제로 성장

국제원유값이 급등할 경우 석유수급조정 명령권을 발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 비상경제운용안이 마련됐지만 뾰족한 수는없었다. 사실상 개전을 선언한 미국의 전쟁 수위와 공격을 당하는 국가들의 대응이라는 외부 변수에 대세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경제가 몹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공식적인 사이렌’을 울리고 외국투자자의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냉하지 않도록 다독거리는 심리적 처방이 골조였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처럼 한국경제가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이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맬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이번 대참사로 우리나라의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며 최악의 경우 제로 성장까지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경제는 3분기(7~9월)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내년까지도 회복이 어려운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도 미국의 경기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한국경제는 하반기 실질성장률이 1.7%, 연간으론 2.4%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의 대량보복으로 제2의 걸프전과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비화할 경우 경기침체는 더욱 가속화해 한국경제의 하반기성장률은 제로수준에 근접하는 0.1%, 연간으론 1.6%에 머물고 내년에도 2.9%의 저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고유가와 고물가. 중동위기로 번진다면 걸프전을 능가하는 ‘오일쇼크’가예상된다. 기름수요가 많은 동절기를 앞두고, 화약고 지역에 불씨가 튄다면 배럴당 30달러대가 고착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ING베어링스는 미국의 보복공격이 단행되면 국제유가가 50% 가량 급등할 수 있으며 이경우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신흥국가들의 내년 성장률은 2%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떨어지고 배럴당 30달러 이상의 고유가 행진이 진행될 경우 올해 국내 실질성장률은 내년까지 0.5~0.8%포인트 추가 하락하고 경상수지는 25억달러 악화하며 소비자물가는 0.4~0.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유가ㆍ고물가로 수출에 치명타

고유가는 물가상승으로 직결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상승이 본격화할 경우 교통요금 연료비 공산품가격 서비스요금등이 줄줄이 인상돼 올해는 물론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경제의 활력(성장률)은 떨어지는데도 물가는 오히려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극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게 된다. 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소비심리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달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연말 특수는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내 실물경기의 타격은 아주 심각해진다. 반도체자동차 철강 정보통신 등 경기파급 효과가 큰 주력 업종일수록 대미수출 의존도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경제의 장기침체는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바람에 우리나라는 수출위축→생산부진→고용축소→실업증가→소득감소의 악순환의 질곡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6개월 뒤의 경제를 미리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은 앞으로의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테러 대참사 이후 폭락했던 국내 증시는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는 등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테러 사건이후 9월17일 거래를 재개한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시황은 국제 자본시장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NYSE는 5~10%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급락 자체는 사실 예정된 수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은 하락세의 기간과 강도인데 이 역시 국제정세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문제는 미국의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될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금이 급격하게 이탈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중남미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국내의 외국인 주식자금 73조원 가운데 약 5조원(7~8%)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같은 외국인 자금이탈은 국내 금융시장을 심리적 공황 상태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자금의 썰물이 본격화 할 경우 주식ㆍ외환ㆍ자금시장 전체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극단적 장세를 전개될 것 같다.

게다가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기업 구조조정도 암초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보험사의 하나로 현대투신을 인수키로 한 AIG는 이번 사건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보험료지출 압박을 받게 돼 현대투신 인수자금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자동차 매각 주간사인 모건 스탠리의 경우 이번 항공기 충돌로 무너진 뉴욕 무역센터빌딩에 대거입주했다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 대우차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단기전으로 끝날 땐 경기회복에 탄력

한국경제를 포함한 세계경제는 이번 전쟁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확연하게 그 모습이 갈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지상전을 포함한 전면전을 펴고, 장기전화할 경우 중동지역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불안이 확대돼 원유가가 급등하고 미국이 장기침체에 빠지는 등 대공황까지 우려된다.

한국은행 이성태 부총재보는 “전면전은 세계 대공황의 전조가 될 것”이라며 “한국경제는 수출타격, 원자재 등 수입비용 상승 등의 악재를 면치 못할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면전이라 해도 이슬람 진영이 연대하지 않고, 미국의 일방적 공격으로 전개될 경우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또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 한국의 대미 수출에 탄력을 줄 수도 있다.

반면 단기간의 국지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파장은 일시적인 충격으로 그치고 세계경제는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연구원은 단기 국지전의 경우 미국경제는 올 4분기(10~12월) 또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를 회복하고, 미국 경제의 조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환시장은 미국 달러화 강세, 일본 엔화와 유로화 약세를 시현하고 국제원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25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9/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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