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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대악재 행방] 現投, 헐값 시비 속 "그나마 팔려 다행"

[한국경제 3대악재 행방] 現投, 헐값 시비 속 "그나마 팔려 다행"

“값도 깎아주고, 부실도 털어주고 줄 건 다줬다. 그렇다고 헐값 매각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이렇게라도 안했다면 우리 경제는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다. 다만 악착같이 못했던 정부의 협상력이 아쉬울 뿐이다.”

◁ 8월 23일 금감위 이우철 감독 정책2국장이 현대투신 매각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김동호/사진부 기자>

1년여를 끌어온 현대증권ㆍ현대투신매각협상은 사실상 본게임이 끝났다. 정부와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간 출자 규모와 방식은 이미 협상을 끝냈고, 마지막 관건이던 현대증권신주 발행가격도 AIG의 요구대로 7,000원에 하기로 결정났다.

현투증권 주주들에 대한 감자 등 몇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10월말 본계약 타결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해각서 체결, 현대그룹 금융서 손떼

정부와 AIG는 8월 23일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현대그룹이 협상에 나선지 1년6개월, 현대가 손을 떼고 정부가 전면에 나선지 8개월만이다.

MOU에 따르면 현대증권ㆍ현대투신증권ㆍ현대투신운용등 현대 금융계열 3사에 총 2조원이 투입된다. 우리 정부 9,000억원, AIG 1조1,000억원 등이다.

이렇게 해서 1조600억원 자본잠식상태인 현투증권은 자본금이 9,400억원으로 늘어나 우량금융기관으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현대투신운용은 현투증권이 지분 95%를 가지고 있는자회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AIG에 넘어가게 됐고, 현대증권은 부실 금융기관은 아니지만 AIG 요구로 협상초기부터 현대투신과 패키지로 매각하기로 했었다.

결국 현대생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현대그룹은 금융업에서 완전 손을 떼게 된 셈이다. 앞으로도 불가능한데 정부와 AIG는 상대방 동의 없이 3년간 지분을 매각할 수없고, AIG는 3년이 지나더라도 현대그룹에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대가 현대증권 등을 재인수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 셈이고, 신규로 설립하려 해도 부실책임으로 영업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증권 끼워팔기, “억울” “불가피”엇갈려

끼워팔기ㆍ헐값매각 시비는 현대증권 때문이다. 불량 금융기관도 아닌 현대증권까지 굳이 매각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문제제기와 팔더라도 AIG에 발행키로한 현대증권 신주 발행가(주당 7,000원)가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신주는 기준가(이사회 전날 시가와 한달간 주가의 가중평균)대비 10% 할인 발행되는데다 의결권도 있고, 5년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으며 매년 5%(액면가 대비)씩의 확정 배당도 우선적으로 주어진다. 신주 발행시 주어질 수 있는 혜택은 총 동원된 셈이다.

더욱이 현대증권에 출자되는 AIG 자금 4,000억원은 전액 현대증권에 재출자된다. 내부 유보되는 자금 한푼도 없이, 경영권 프리미엄 한푼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경영권을 내주게 된 현대증권으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근시안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협상 당사자인 정부는 우선 현대증권을 패키지로 팔지 않는다면 현투매각 자체가 불가능했다는점을 들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현대와 AIG간 협상결렬 이후 5, 6월까지 현대증권 주가가 6,000~7,000원에 불과했고, 9,000원 내외로 올라선 것은 AIG와의 협상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최근 한달이라는 것.

무엇보다 AIG와의 협상에 실패할 경우 현투증권에 수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고, 현대증권도 현투 부실책임에 따른 제재로 어차피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결코 헐값매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 현대증권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한푼도 인정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경영권을 내주고 말았다.<김명원/사진부 기자>

금감위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8,000내외지만, AIG가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한다면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고, 투자자도 그만큼 이익을 볼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국경제 회생의 최대 걸림돌중 하나가 제거된다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결렬 ‘으름장’ 결국 7,000원에?

그러나 협상과정에는 풀리지 않는 구석도 많다. 지난달 23일 현대증권 이사회가 8,940원으로 결정한 신주 발행가가 AIG의 몇 번의‘협박’ 끝에 7,000원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었던 진실은 무엇일까.

과정은 이렇다. AIG가 가격문제와 관련, 해외언론을 통해 불만을 표시한 것은 MOU 체결 이후 모두 네차례. 국내 금융계는 AIG의이 같은 행보가 처음에는 단순히 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거나, 현투의 부실채권을 정부가 추가로 떠안아줄 것을 요구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MOU체결 7일후인 8월30일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까지 나서 “7,000원에서 1원도 더 줄 수없다”고 최후통첩을 하면서 AIG의 주장이 가격인하 자체가 목적이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었다.

이에대해 현대증권은 같은날 홍순영 사장 명의로 공식 보도자료까지 발표하면서 이사회 재결의는 결코 없다는 점을 확언했고, 정부는 가격협상은 현대와 AIG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9월2일 정부 고위관계자가 “최근 현대증권 주가가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현대증권이이사회를 다시 열어 신주발행가를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신주 발행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시작으로 가격재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급기야 현대증권은 8일 임시이사회를 소집, 8,940원을 7,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합의를 했고, 13일에는 정식 이사회를 열어 이를 공식 의결했다.

임시 이사회 소집에 대한 현대증권측 설명은 이렇다.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8일오전 정부로부터 ‘자금줄을 막아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직원들을 현대증권이사들의 집으로 보내고, 전화로 연락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인뒤 이날 밤늦게야 이사들이 많이 사는 분당 모 음식점에서 임시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날 오전(혹은 전날밤) AIG로부터 협상결렬 최후통첩을 받았고, 그 즉시 그룹에 연락, 이사회를 소집하도록강력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현대증권 고위 관계자).”

결국 정부와 AIG가 7,000원으로사전 합의해놓고, 국제통화기금(IMF) 졸업(23일)과 경제 수장들의 잇단 협상타결 임박 약속을 맞추다보니 주가가 9,000원 내외이던 8월 23일 이사회를 개최하도록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법적인 테두리에서 신주 발행가를 7,000원으로 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최소한 7,700원까지는 떨어져야 한다.

정부측 설명은 정반대다. 금감위고위관계자는 “현대증권이 이사회를 통해 주당 8,940원으로 결정한다는 사실을 AIG가 알고 MOU에 서명했다. AIG가 우격다짐으로 7,000원을 주장, 결국 현대증권이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관계자는 “처음부터 AIG-현대간 협상테이블은 없었다. 협상은 전적으로 정부가 도맡아 해왔다”며 “AIG가 헤지펀드도 아니고 무식한놈들도 아닌데, 무턱대고 7,000원으로 해달라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 아니냐. AIG도 정부가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차원이었을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병률 경제부기자 bryu@hk.co.kr

입력시간 2001/09/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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