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汝矣島)

서울 한강의 노들나루(鷺梁津)와 영등포 앞에 자리한 섬, 여의도. 이 일대는 우리 선조들이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라고 구성지게 노래하였던 바로 그 노들강변이기도 하다. 지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층 빌딩들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 솟아오르고, 아파트가 밀림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는 흰갈매기가 훨훨 날고, 맑은 물 속에선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노닐었다. 지금은 오염으로 그 같은 풍광을 옛시인 묵객들의 시가(詩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또 율도명사(栗島明沙)’라하여 여의도 인근 밤섬 주변의 길고 깨끗한 백사장은 ‘서호팔경(西湖八景)’의 하나로 꼽혔던 곳이니 ‘신(神)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든다’는 말을 실감나게한다.

본래 삼개(麻浦)나루 맞은편에 밤섬(栗島)과 여의도라는 두 개의 섬이 나란히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여의도는 특히 메마른 모래땅에 지나지 않아,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했다. 모래땅에 파종이 가능한 것이라곤 땅콩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하잘 것 없는 섬이니 ‘너나 가져라’는 뜻으로 ‘너의 섬(汝矣島)’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누군가가 말장난으로 꾸며낸 말이다.

여의도의 본래 이름은 ‘너벌섬’이다. 이 너벌섬이 ‘너불섬’으로 발음되면서 한자로 뜻빌림(意譯)돼, 잉화도(仍火島)라고 불린 적이 있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너벌섬은 너들섬으로 발음돼, ‘넛섬’으로 소리변화되면서 한자로 뜻빌림한 것이 ‘넛섬’은 곧 ‘여의도(汝矣島)’라는 말이 꽤 설득력이 있다.

또 ‘너들섬’의‘너들’이라는 말이 모음변화로 ‘노들’로 되면서 ‘노들강’도 되고 ‘노들나루’도 된 것이다.

한편, ‘밤섬’은 한강 가운데 밤톨처럼 보이기 때문에 ‘밤섬’이라 불렀다 하나, 설득력이 없다. 우리말에 들녘의 논두렁을 두고 ‘들뱀이’이라 부른다. 또, 큰 논두렁을‘한뱀이’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들뱀이’ 나 ‘한뱀이’의 ‘뱀이’의 본딧말은 ‘밤’또는 ‘밤이’다.

’들뱀이’가 한자로 뜻빌림되면, 회야(回夜: 울산)도 되고 ‘한뱀이’가 뜻빌림되면 대야미(大夜味: 안산)로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밤섬’이 한자로 뜻빌림이 될 경우, 율도(栗島) 또는 야미도(夜味島: 고군산 열도)로 엉뚱하게 둔갑된다.

어찌되었던, 서울의 밤섬은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여의도 개발의 희생물로 사라졌으니 그때가 1968년의 일이다.

밤섬을 폭파, 그 흙과 모래를 모두 파다가 여의도에 뚝방을 막고 섬을 돋움으로써 한강 준설과 여의도 지반보강을 위한 두 가지 목적의 제물로 밤섬은 이제 대부분이 사라지고 남은 흔적은 철새들의 낙원이 되었다.

이렇게 조성된 여의도는 한국의 맨해튼 또는 여의주(如意珠)로 불리기도 한다. 여의주는 용의 턱 아래 있는 구슬로, 이 구슬을 얻으면 변화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여의주와 같은 섬 여의도. 그 여의주 여의도에는 국회의사당을 비롯, 방송가와금융가. 대기업들이 운집해 있는 그야말로 한국의 월가이다.

특히, 방송가의 뉴스와 금융가의 증권거래 지수의 등락에 한국민들의 눈과 귀가늘 쏠리가 있으니…., 여의도야말로 정당이건 정부건 이곳을 지배하게 되면 여의주(如意珠)를 얻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1/09/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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